음악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 개정판 산하작은아이들 30
도미틸 드 비에나시스 지음, 백선희 옮김, 그웬달 블롱델 그림 / 산하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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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152



사랑을 속삭이는 말소리도 고운 노랫소리

― 음악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도미틸 드 비에나시스 글

 그웬달 블롱델 그림

 백선희 옮김

 산하 펴냄, 2004.11.5. 8000원



  깊은 밤에 누가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문득 눈을 뜹니다. 뜨거운 물을 달라는 곁님 목소리입니다. 그렇구나 하고 느끼면서 부시시 일어납니다. 잠귀가 참 밝네 하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그동안 아이들을 돌보며 살아왔으니 한밤에도 아주 작은 소리에도 귀를 쫑긋 세우면서 일어날 수 있구나 싶어요. 이를테면 두 아이가 갓난쟁이였던 지난날에는 아이들이 기저귀에 쉬를 하는 소리에도 잠을 깼거든요. 그래야 축축한 기저귀를 얼른 갈아 줄 수 있으니까요.


  물을 끓여서 곁님한테 갖다 줍니다. 길게 하품을 하며 마루문을 닫습니다. 밤비가 촉촉히 내립니다. 밤에 비가 내리겠구나 싶어 낮에 바지런히 뒷밭 풀을 뜯었습니다. 열흘쯤 앞서 뜯어 놓고 잘 말린 풀은 낮에 모깃불을 태우면서 재로 바꾸어 놓았고요. 느긋하게 빗소리를 들으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이 반가운 비를 맞으면서 우리 집 옥수수는 더 무럭무럭 자라겠구나 하고요.



샤를로트와 할아버지는 가만히 귀를 기울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연인들의 말은 노래처럼 들립니다. “예쁘지 않니? 음악 소리 같지?” 보엠 할아버지가 속삭입니다. 말로 된 음악을 들으면, 그 사람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음악은 말의 영혼입니다. (19쪽)



  도미틸 드 비에나시스 님이 글을 쓰고, 그웬달 블롱델 님이 그림을 빚은 《음악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산하,2004)를 큰아이하고 함께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큰아이한테 물어보았습니다. “어떠니? 노래는 어디에서 올까?” “노래? 어디에서 오지?” 책을 읽었어도 책에서 흐르는 이야기를 아직 잘 모르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얼마든지 스스로 생각해 볼 만합니다. “노래는 늘 우리 곁에 있어. 우리 삶이 모두 늘 노래야.”



‘자장가를 연주하면 좋겠네.’ 샤를로트는 한쪽 눈으로 할아버지를 지켜보면서 생각합니다. 재미난 것은 피아노 건반이 오른쪽으로 갈수록 음들이 아이들 목소리처럼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왼쪽으로 내려오면 늑대 소리처럼 낮고 굵은 음이 납니다. (44쪽)


“음악은 힘이 세단다. 그래서 널 웃게 할 수도 있고, 울게 할 수도 있지. 음악은 늙고, 몸이 무겁고, 피곤한 사람을 춤추게 할 수도 있어!” (54쪽)



  사랑을 속삭이는 두 사람이 들려주는 목소리도 노랫소리입니다. 여름날 밤에 찾아오는 빗소리도 노랫소리입니다. 개구리가 터뜨리는 우렁찬 울음소리도 노랫소리입니다. 풀벌레도 노랫소리를 들려주고, 바람도 노랫소리를 들려줍니다. 시골에서는 나락이 익거나 자라는 노랫소리도 흐르고, 열매가 익거나 꽃이 피는 노랫소리도 흘러요. 귀를 더 크게 열면서 푸나무를 마주할 수 있다면, 참말로 꽃송이가 터지는 노랫소리라든지 풀잎이 짙푸르게 달라지는 노랫소리도 들을 만해요.



보엠 할아버지가 가슴에 손을 갖다 대며 말합니다. “타악기가 내는 소리는 심장이 뛰는 고동 소리와 비슷하단다. 리듬은 음악뿐만 아니라 사람의 몸에도 생명을 주지. 네가 냄비로 연주를 하더라도, 거기에 리듬이 있다면 소음이 아니라 멜로디가 되는 거란다.” (67쪽)



  우리 마음이 즐거움으로 가득하다면, 우리 입에서 흐르는 모든 말은 노래와 같으리라 느낍니다. 우리 마음이 즐거움이 아니라면, 우리가 마이크를 손에 쥐고 아무리 목청을 뽑아도 노래가 되기 어려우리라 느낍니다.


  악보대로 가락을 뽑아야 노래가 되지는 않아요.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노래가 되리라 느껴요. 빼어난 솜씨가 있어야 노래를 부르거나 켜거나 들려주지 않아요. 사랑스럽고 즐거우며 따사롭고 넉넉하며 신나고 어여쁜 마음이 될 때에 비로소 노래를 깊은 곳에서 끌어내어 선보일 만하다고 느껴요.


  피아노나 피리나 기타로도 노래를 들려주지만, 손뼉으로도 발장구로도 노래를 들려줍니다. 휘파람이나 고갯짓으로도 노래를 들려주지요. 웃음을 짓는 모습으로도, 두 팔을 벌려 흔드는 춤사위로도 얼마든지 노래가 태어나요.



샤를로트는 사르르 눈을 감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나무라고 생각해 봅니다. 발 밑으로 커다란 뿌리가 있다고 상상합니다. “목소리를 몸통 아래에서 목 위로 끌어올려 보렴. 그래, 바로 그거야! 정말 예쁜 목소리로구나.” (74쪽)



  어린이책 《음악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는 노래가 언제나 우리 곁에 사랑스레 있다는 대목을 조용히 보여줍니다. 바로 내 가슴에서 노래가 자란다고 하는 이야기를 도란도란 들려줍니다. 먼발치에서 찾는 노래가 아니라, 마음속에서 곱게 끌어내어 한껏 즐기고 실컷 나누는 따사로운 노래를 밝히지요.


  노래가 흘러 싱그러운 바람이 됩니다. 노래가 자라면서 맑은 숨결이 됩니다. 노래를 너랑 나랑 함께 부르는 사이에 시나브로 아름다운 사랑이 환한 웃음꽃처럼 우리 보금자리에서 새롭게 태어납니다. 2016.6.18.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책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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