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식물 - 일본 식물학의 아버지 마키노의 식물일기
마키노 도미타로 지음, 안은미 옮김, 신현철 감수 / 한빛비즈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책읽기 삶읽기 251



‘콩’인가 ‘대두’인가, ‘나리’인가 ‘백합’인가

― 하루 한 식물

 마키노 도미타로 글

 안은미 옮김

 한빛비즈 펴냄, 2016.4.15. 15000원



  백 날에 걸쳐서 하루에 한 가지씩 풀이나 꽃이나 나무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 《하루 한 식물》(한빛비즈,2016)은 1953년에 처음 나왔다고 합니다. 이 책을 쓴 마키노 도미타로라는 분은 1862년에 태어나 1957년에 숨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일본 식물학을 일으키거나 튼튼히 닦은 아버지라고도 하는 글쓴이는 ‘일본에서 사람들이 잘못 알거나 제대로 모르는 풀과 꽃과 나무’ 이야기를 쉽게 풀이해서 들려주려고 《하루 한 식물》을 썼다고 합니다.



일본의 풀과 나무 이름은 모두 가나로 표기해도 어떠한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하는 쪽이 더 합리적이고 편리해 바쁜 현대사회에 적격이다. 소나무는 소나무, 삼나무는 삼나무, 벚꽃은 벚꽃, 벼는 벼, 보리는 보리, 무는 무, 순무는 순무, 가지는 가지, 파는 파, 기장은 기장, 감자는 감자, 양배추는 양배추로 말이다. 굳이 송松, 삼衫, 앵櫻, 도稻, 맥麥, 마령서馬鈴薯, 감람甘藍 같은 성가시기 짝이 없는 한자를 굳이 쓸 필요는 없다. (18쪽)



  일본 풀·꽃·나무 이야기가 가득한 《하루 한 식물》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일본하고 한국은 그리 먼 나라가 아닐 텐데, 두 나라 사이에서 자라는 풀이나 꽃이나 나무가 꽤 다르구나 하고요.


  일본은 중국하고 다르고, 중국은 한국하고 다릅니다. 한국도 일본하고 달라요. 세 나라는 동북아시아에 있는 세 나라라 하지만, 삶도 살림도 땅도 날씨도 모두 다른 터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나라는 한자를 쓰기는 하지만 쓰임새가 다르고, 뜻도 다르며, 쓸모도 다르지요.



본디 백합은 중국 이름이니 옛날처럼 일본의 나리를 백합으로 쓰면 옳지 않다. (38쪽)


굳이 일본 이름을 붙인다면 중국흰나리로 짓겠다. 좀 더 우아한 이름을 붙인다면 흰눈나리도 나쁘지 않을 듯. 백합은 일명 중국흰나리, 흰눈나리를 가리키며 정확한 종소명은 알 수 없다. (39쪽)



  마키노 도미타로 님은 《하루 한 식물》이라는 책에서 ‘일본 풀이름·꽃이름·나무이름’을 섣불리 ‘중국 한자를 빌어서 붙이는 일’은 옳지 않다고 밝힙니다. 구태여 중국 한자를 붙여서 가리키지 말고 ‘일본 풀’은 ‘일본 풀이름’으로 가리키면 된다고 밝혀요.


  아주 마땅한 이야기일 텐데, 학계에서는 이 이야기가 그리 마땅한 일은 아닌 듯합니다. 벼는 벼라 하면 되고, 보리는 보리라 하면 될 테지만, 막상 학자는 이런 이름을 안 쓰는 듯합니다. 그러고 보면 ‘콩·팥’이라는 이름이 버젓이 있으나 ‘대두·적두’라는 한자를 빌어서 쓰려고 하는 학계요 사회에다가 농협이에요.



메이지 시대에 들어 처음 관동이 머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여전히 ‘머위 = 관동’이라 여기는 사람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하이쿠 시인 등이 전통을 고수한다는 명목 아래 변함없이 완곡어법을 가장해 버젓이 사용한다. (197쪽)



  《하루 한 식물》에는 일본 풀·꽃·나무 이야기가 가득하기에 저로서는 잘 모르겠구나 싶은 풀이나 꽃이나 나무가 많은데 ‘머위’쯤은 한국에서도 흔하니 잘 알 만합니다. 새봄에 돋는 머위싹은 맛난 나물이요, 동그마니 피어나는 머위꽃도 재미나면서 구수한 나물이에요.


  《하루 한 식물》을 보면 ‘머위는 관동이 아니다’ 같은 이야기가 흐르는데, 문득 궁금해서 한국말사전을 살펴보았습니다. 일본에서도 ‘머위·관동’을 잘못 바라본다고 하는데, 한국에서도 한국말사전은 ‘머위 = 관동’으로 다룹니다.



그럼 열매는 어떻게 일본에 건너오는 걸까. 내 생각에 바람 아니면 물새의 도움을 받는 듯한데, 어떤 물새인지. 조류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기러기나 오리 같은 철새가 늦가을에 조선(한국)의 사초가 무성한 곳에서 먹이를 주워 먹다가 땅에 떨어진 왕골의 작은 열매를 우연히 다리나 날개에 묻힌 채 일본으로 날아온다. (265쪽)



  나는 책상맡에 《한국 식물 생태 보감》(자연과생태 펴냄)이라고 하는 두툼한 책을 올려놓고 늘 들여다봅니다. 우리 집 마당이나 텃밭에서 자라는 풀을 살피다가 이 책을 들추고, 마을이나 숲이나 바닷가에서 돋는 풀을 헤아리면서 이 책을 들추어요. 일본에서는 《하루 한 식물》이 일본 풀·꽃·나무를 옳게 다루면서 알려주려고 하는 길잡이 노릇을 하는 책이라면, 한국에서는 김종원 님이 바지런히 엮는 《한국 식물 생태 보감》이 슬기로운 길잡이 노릇을 한다고 느껴요.


  이른 아침에 텃밭에서 당근싹을 살피며 김을 매면서 온갖 풀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광이풀을 뽑고, 환삼덩굴을 뽑습니다. 다른 때에는 나물로 먹거나 고이 여기지만, 당근밭에 자라는 사광이풀이나 환삼덩굴이나 쑥이나 쇠무릎이나 흰줄갈풀은 아무래도 김매기로 뽑혀야 할 풀이 됩니다. 늘 풀을 벗삼으며 지내는 시골살림인 만큼, 나는 우리 아이들한테 “하루 한 가지 풀·꽃·나무 알려주기”를 해 보자고 생각해 봅니다. 하루에 한 가지 풀이나 꽃이나 나무를 함께 살피고 익히면, 한 해에 삼백 가지가 넘는 풀이나 꽃이나 나무를 알 수 있어요. 하루에 한 가지씩 새롭게 바라보면서 배울 수 있다면, 무척 즐겁고 아름다우리라 봅니다. 2016.5.23.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