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돌보기 (산후조리)
통장에 8만 9천 원쯤 있기에 카드를 쓰기로 하면서, 곁님한테 먹일 미역하고 소고기하고 수박을 장만했다. 아기가 어머니 몸에서 열 달을 채우고 나면 곳곳에서 미역값을 보내 주곤 할 테지만, 아기가 어머니 몸에서 석 달쯤 살다가 너무 일찍 나오면 미역값을 보내 주는 손길이 없다. 돈이야 곧 벌 수 있겠지 하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문득 달리 생각해 보았다. 미역을 가게에서 장만하기보다는 바다에서 손수 딸 수 있는 살림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수박도 밭에서 손수 씨앗을 심어서 거두는 살림으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 하고. 겨울이 아닌, 그러니까 겨울에 낳는 아기가 아닌, 이 봄날 오월에 갑작스레 먼저 찾아온 핏덩이를 받으며 곁님을 돌보는 살림(산후조리)이 되면서 ‘주머니에 없는 돈’보다 ‘우리 살림을 어떻게 자급자족으로 새로 짓는가’ 하는 생각을 곰곰이 해 본다. 잠이 잘 안 오지만, 잠을 자야 ‘곁에서 자는 아이들’을 잘 보살필 수 있겠지. 2016.5.22.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