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돌보기 (산후조리)



  통장에 8만 9천 원쯤 있기에 카드를 쓰기로 하면서, 곁님한테 먹일 미역하고 소고기하고 수박을 장만했다. 아기가 어머니 몸에서 열 달을 채우고 나면 곳곳에서 미역값을 보내 주곤 할 테지만, 아기가 어머니 몸에서 석 달쯤 살다가 너무 일찍 나오면 미역값을 보내 주는 손길이 없다. 돈이야 곧 벌 수 있겠지 하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문득 달리 생각해 보았다. 미역을 가게에서 장만하기보다는 바다에서 손수 딸 수 있는 살림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수박도 밭에서 손수 씨앗을 심어서 거두는 살림으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 하고. 겨울이 아닌, 그러니까 겨울에 낳는 아기가 아닌, 이 봄날 오월에 갑작스레 먼저 찾아온 핏덩이를 받으며 곁님을 돌보는 살림(산후조리)이 되면서 ‘주머니에 없는 돈’보다 ‘우리 살림을 어떻게 자급자족으로 새로 짓는가’ 하는 생각을 곰곰이 해 본다. 잠이 잘 안 오지만, 잠을 자야 ‘곁에서 자는 아이들’을 잘 보살필 수 있겠지. 2016.5.22.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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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6-05-22 04:41   좋아요 0 | URL
아....

숲노래 2016-05-22 06:20   좋아요 1 | URL
셋째나 넷째한테는 이름을 지어 주지 못했는데
문득 두 핏덩이한테 모두
`바람이`라는 이름을 붙여 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별에서 새롭게 태어나리라 생각해요.
고맙습니다.

hnine 2016-05-22 05:02   좋아요 0 | URL
아내 분 몸 잘 추스릴수 있도록 숲노래님께서 잘 돌봐주시겠지요. 몸 뿐 아니라 마음도 잘 일어서시길 바랍니다.

숲노래 2016-05-22 06:19   좋아요 1 | URL
넷째가 바람처럼 와서 바람처럼 가 버리려고 할 즈음부터
저는 오른어깨가 갑자기 결리면서
요새 설거지를 못해요.
얼추 열 해 만에 곁님더러 ˝며칠만 설거지 해 달라˝고 물었습니다 ^^;
설거지를 빼고는 다른 일은 여느 때처럼 하고 그러는데,
어쩌면 오른어깨 결림이 ˝넷째가 바람처럼 스쳐 가겠다˝고
저한테 미리 말을 건 일이 아닌가 하고도 생각해요.
고맙습니다. 더 잘 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