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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하는 즐거움
리처드 파인만 지음, 승영조 외 옮김 / 승산 / 2001년 4월
평점 :
- 책이름 : 발견하는 즐거움
- 글쓴이 : 리처드 파인만
- 옮긴이 : 승영조, 김희봉
- 펴낸곳 : 승산(2001.4.6.)
- 책값 : 9800원
지난번 대통령 뽑기가 떠오릅니다. 이때 대통령 후보로 나왔던 사람 가운데 둘, 이회창 씨와 노무현 씨는 ‘옥탑방’이 무엇인 줄 몰랐습니다. 옥탑방이 무엇인 줄 몰랐으니 ‘지하방-반지하방’이 무엇인 줄도 모르겠지요? 이 나라에서는 사람을 바보 멍청이로 만드는 군대 조직인 터라 군대에는 안 가야 하고, 군대가 없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돈과 이름과 힘이 없는 사람은 군대에 끌려가기 마련입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군대에 끌려가서 개죽음을 당할 뻔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돈과 힘과 이름이 있는 이들은 군대에 안 가거나(뒤로 빼돌리지요), 가더라도 아주 아늑한 곳에서 탱자탱자 놀면서 지냅니다. 이들한테 ‘군대’란 무엇이고 ‘병역면제’란 무엇일까요?
서울시든 다른 곳이든 교통이 참 엉망입니다. 길은 수없이 깔지만 길마다 막히며, 사람들이 다니는 길도 아주 안 좋아요. 길섶은 늘 파여 있기 일쑤고, 사람이 걷는 길이나 자전거가 다니는 길은 곳곳이 끊어져 있는 한편, 길턱이 너무 높아 휠체어나 자전거나 유모차가 다니기 매우 나빠요. 그런데 이게 왜 그럴까요? 바로 공무원이고 건설담당자고 정치꾼이고 누구고 ‘대중교통’을 타는 일이 없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일터를 오가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국회의원 가운데 하나라도 자전거를 타고 한강 자전거길을 달려서 국회의사당을 오간다면, 그나마 괜찮다고 하는 한강 자전거길은 ‘지금 이 길에 깃든 온갖 문제’가 하루아침에 사라질는지 몰라요.
.. 아버지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이름만 가르쳐 주는 법이 없었지요. 아버지는 이름만 아는 것과 진짜로 아는 것의 차이를 알고 계셨어요. 덕분에 나는 그걸 아주 일찍 깨달을 수 있었지요 .. 〈24쪽〉
어릴 적에 흔히 듣던 말로 “야구의 ‘야’ 자도 모르는 주제에” 같은 말이 있습니다. 야구 규칙이고 야구선수 이름이고 아무리 많이 알아도 ‘야구’를 있는 그대로 알지는 못한다는 소리입니다. 저는 헌책방을 참 즐겨 다니는데, 저도 아직 헌책방의 ‘헌’ 자도 제대로 모릅니다. 그런데 저뿐 아니라 대단히 많은 분들이 헌책방의 ‘헌’ 자조차 모를 뿐더러, 이렇게 기본도 모르는 자기 자신을 고치거나 가다듬으려 하지 않아요.
속살까지 지긋이 파헤치거나 살피려 하지 않고, 참다운 모습을 느끼려 하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 바라보거나 느끼지 못한다고 하겠습니다. 《발견하는 즐거움》에서 파인만 님은 ‘새가 어떤 이름인지 안다고 해서 아는 것은 아니라고, 그 새를 어느 나라에서 어떤 이름으로 부르는가만 아는 것뿐이다’고 말합니다. ‘새가 즐겨먹는 먹이가 무엇이고 소리를 내는 까닭이 무엇이고 어디에서 잠을 자고 짝짓기는 언제 어디에서 얼마 동안 하며 새끼는 언제 까고 몇이나 낳으며 어떻게 기르는가…’를 알아야 비로소 ‘안다’고 할 수 있지만, 이것도 ‘그 새를 제대로 안다’고 말할 수는 없고 ‘새의 모습과 삶 가운데 어느 만큼만 안다’고밖에 할 수 없다고 아버지한테 배웠다고 말합니다.
‘안다’는 말은 섣불리 할 수 없습니다. 세상일이란 그처럼 쉬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또한 ‘안다’고 해서 모든 일이 끝나지 않아요. ‘알았다’면 바로 이때부터 중요합니다. 알았으면 무얼 해야 하나요? 바로 ‘실천’입니다. 아는 것을 ‘펼치는’ 일입니다. 정치꾼들이 ‘옥탑방’이 무엇인지를 지식으로 안다고 해서 옥탑방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 삶을 헤아리는 정책을 제대로 펼칠 수 있을까요? 점심에 국수를 먹는다고 하루 세 끼니를 라면으로 때워도 가까스로 살림을 버티는 이들 형편을 헤아릴 수 있을까요?
.. 위대한 종교라 해도 위대한 지도자가 직접 가르친 내용을 잊어버리고 형식만 추구하면 퇴보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형식만 추구하며 그것을 과학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사이비 과학입니다. 사이비 과학적 조언자들의 영향 아래에 있는 수많은 단체나 제도 속에서 오늘날 우리는 일종의 학정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 〈70쪽〉
파인만한테는 ‘과학’, 이 가운데 ‘물리학’이 ‘종교’입니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좋아하고 믿고 즐기는 것을 ‘종교’란 자리에 넣어서 생각해 보면 좋습니다. 겉이 아닌 속을,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를, 거짓이 아니라 참을, 그릇된 것이 아니라 옳은 것을 찾아서 함께 살아갈 길을 찾아야지 싶습니다. (4339.3.31.쇠.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