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덴마크 사람들 - 그들과 함께 살아본 일 년
헬렌 러셀 지음, 백종인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53



총을 들지 않고 케익을 굽는 덴마크 남자

―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덴마크 사람들

 헬렌 러셀 글

 백종인 옮김

 마로니에북스 펴냄, 2016.4.15. 15000원



  헬렌 러셀 님이 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덴마크 사람들》(마로니에북스,2016)을 읽으면서 어렴풋하게 덴마크라는 나라를 떠올려 봅니다. 이 책 하나로 덴마크를 제대로 알 수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만, ‘덴마크 이주 생활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깨너머이기는 해도 덴마크 사회와 사람과 삶을 짚어 볼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을 쓴 분은 영국사람이지만 덴마크로 건너가서 살림을 꾸린다고 해요. ‘덴마크 레고 회사’에서 일하는 곁님하고 덴마크로 건너가서 ‘덴마크에서 자그마한 도시’에 집을 얻어서 열두 달을 살아내는 동안 겪은 일을 열두 갈래로 나누어서 쓴 책입니다.



직장을 옮기는 것이 연금 혜택이나 휴가일수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덴마크에서는 직장을 바꾸는 데 대한 어떤 장애도 없다. 사람들은 직장을 여기저기로 옮겨 다닐 수 있고 동일한 복지혜택을 누리고 휴가일수도 누적시킬 수 있다. 이 같은 제도가 오늘날 덴마크의 실업률을 5퍼센트에 머물게 하는 주요 요인이 된 것 같다. (82쪽)



  영국에서 살다가 덴마크로 건너간 글쓴이는 처음부터 한 해가 되는 날까지 ‘영국하고 터무니없도록 다른 삶과 사람’을 만나면서 모든 자리에서 늘 놀랐다고 밝힙니다. 영국에서는 으레 밤새워서 일하고, 여섯 시 퇴근이나 여덟 시 퇴근도 쉽지 않았다는데, 덴마크에서는 다섯 시 퇴근은커녕 세 시 퇴근조차 흔하다고 해요. 글쓴이는 영국에서 ‘혼인 휴가’를 어렵사리 이레 남짓 얻었을 뿐, 제대로 휴가다운 휴가를 누린 적이 없지만, 덴마크에서는 한꺼번에 넉 주를 쉬는 휴가가 있을 뿐 아니라, 여느 때에도 무척 쉽게 일을 쉬며 집에서 지낼 수 있다고 합니다.


  영국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 학비를 대느라 수없이 알바를 했고, 아직 대학 학자금을 다 갚지 못했다고 하는 글쓴이는 덴마크 교육제도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무척 놀랐다고 해요. 덴마크는 학비가 들지 않는 나라일 뿐 아니라, 의료비도 들지 않는 나라라고 해요. 더욱이 ‘배우려고 하는 사람’은 ‘학자금 제공’을 해 주기도 하니까, 덴마크에서는 대학교에 가려서 알바를 하거나 빚을 져야 할 일이 없는 셈입니다.



“만약 당신이 덴마크 사람이고 인구 550만 명의 작은 나라 밖의 세상에서 누구도 당신이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다른 언어를 배워야만 합니다 … 항상 머리를 사용하고 자신에게 도전하세요. 평생 배워야 하는 것으로 여기고.” (104쪽)



  그러면 덴마크는 어떻게 이런 교육과 복지와 의료를 할 수 있을까요? 바로 50퍼센트가 넘는 세금이 있으니 이를 이룰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50퍼센트는 여느 직업인이 내는 세금이고, 벌이가 늘어날수록 세금은 훨씬 높아져서, ‘많이 벌면 그만큼 세금 내는 비율이 더 높아져’서 75퍼센트에 이르는 세금을 내는 사람도 많다고 해요. 그리고 이 같은 세금을 누구나 기꺼이 내고, 무엇보다도 덴마크 국방비는 1퍼센트를 살짝 넘는다고 합니다. 한국은 국방비 지출이 15퍼센트에 이르지요. 더군다나 한국은 덴마크하고 달리 ‘탈세’가 많고, ‘많이 번다고 세금을 많이 내지’도 않지만, 이러한 세금이 교육이나 복지나 의료로 잘 가지 않는 얼거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덴마크 사람들》을 읽다가 문득 궁금해서 덴마크하고 한국(남·북녘) 국방비와 평화지수 같은 통계를 찾아봅니다. 덴마크는 지구에서 다섯손가락에 들 만큼 ‘평화로운 나라’로 꼽힌다고 합니다. 국방 예산은 거의 안 쓴다고도 할 만하지만 전쟁하고는 가장 동떨어지면서 평화로운 곳이라고 해요. 이와 달리, 북녘은 지구에서 국방비를 가장 높게(GDP 비율로) 쓰는 나라이면서 ‘가장 안 평화로운 나라’라고 합니다. 이제 남녘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익히 알지만, 북녘은 복지나 문화에서도 그리 넉넉하거나 아름답지 못하다고 하지요. 국방비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쏟아붓기 때문에 다른 데에 쓸 돈이 모자라니까요.


  그러니까, 전쟁무기를 많이 갖추도록 국방비를 많이 쓴다고 해서 평화롭지 않다는 뜻이고, 자유롭거나 아름답거나 즐거운 나라가 되기 어렵다는 뜻으로도 읽을 만하리라 느낍니다. 전쟁무기를 많이 갖추기에 ‘평화하고는 동떨어진 채 더 으스스한’ 나라가 되는 셈이라고 할까요.



맥이 풀릴 정도로 높은 이혼율은 적어도 덴마크인들이 선택권을 가졌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들은 자신의 손으로 자기 자신의 운명을 택할 수 있고, 그들의 삶이 그들이 희망했던 것과 다를 경우 행동을 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자유롭고, 이혼이 행복을 주진 않아도 자유가 그들에게 행복을 준다. (189쪽)



  영국 부부는 처음에는 딱 한 해만 덴마크에서 ‘살아 보기’로 했지만, 한 해를 살고 나서 ‘한 해 더’ 살기로 했고, 덴마크에서 ‘둘째도 낳자’고 마음을 먹었다고 합니다. 아마 ‘한 해 더’는 해마다 되풀이할 수 있으리라 느낍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덴마크 사람들》을 쓴 분은 영국에서 밤낮 없이 바쁘게 일하며 살 적에는 ‘아기를 배려고 그토록 애썼’어도 아기를 밸 수 없었다고 해요. 말 그대로 밤낮 없이 일하고 휴가나 주말이 거의 없이 살았으니 몸이 못 버티고 마음도 느긋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니랴 싶어요. 두 부부는 덴마크에 살면서 남편이 ‘두 주짜리 배우자 출산휴가’를 받을 뿐 아니라 ‘십 주짜리 양육휴가’를 얻는다는데, 휴가만 받지 않고 ‘육아 교육’까지 함께 받았다고 합니다. 마땅한 소리일는지 모르겠는데, 휴가를 받는 동안 ‘여느 때처럼 월급이 똑같이 나오’고 ‘아버지가 받는 육아교육비’도 나라에서 모두 대고요.


  한국에서는 어머니가 아기를 낳을 적에 아버지는 무엇을 하는가 하고 헤아려 봅니다. 맞벌이부부 가운데 아버지는 ‘출산휴가’나 ‘양육휴가’를 며칠이나 받을 만할까요? 그리고 휴가를 넘어서 ‘육아 교육’은 제대로 받기나 할까요? 이러한 휴가가 모두 지나간 뒤에 ‘한국 아버지’는 아버지로서 얼마나 아기를 돌보면서 집살림을 맡을 만할까요?



두 주간의 배우자 출산휴가를 마치고 레고맨(레고 회사를 다니는 남편)은 그의 아기를 위한 십 주 간의 휴가를 내기 전 일을 마무리하려고 일터로 돌아갔다 … 그의 회사는 아이를 돌보도록 임금을 그대로 주면서 휴가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장려하는 회사다. 레고맨은 목욕시간과 취침시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배웠고, 아기 엄마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한 시간의 숙면과 샤워를 하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드는 화요일 오후 2시, 거의 돌 것 같은 상태가 되는 아기 엄마의 기분을 이해했다. 그는 하루 24시간 아기를 돌보는 것이 굉장히 보람 있는 일이나 무자비하게 힘든 일이라는 것도 배웠다. (321쪽)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덴마크 사람들》을 쓴 분은 ‘덴마크 남자가 모두 케이크를 굽지’는 않지만 ‘웬만한 덴마크 남자는 그들 나름대로 케이크를 구울 줄 아는 솜씨’가 있다고 적습니다. 덴마크 남자는 한국 남자와는 달리 ‘군대에 끌려가야 할 걱정’을 하지 않으면서 ‘평등하고 평화로우면서 자유로운 삶과 살림과 사랑’을 생각하는 데에 시간과 품을 쓴다고 할 만하구나 싶어요.


  여러모로 살피면 덴마크는 그야말로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할 수 있지 싶어요. 다만, 덴마크에서 살려면 ‘덴마크말’을 할 줄 알아야 해요. 덴마크사람이 영어를 아주 잘한다고 해도 말이지요.


  그런데 덴마크에는 ‘이주민한테 덴마크말을 가르치는 제도’도 훌륭히 있다는군요. 게다가 덴마크말을 배울 적조차 나라에서 모두 돈을 댄다고 합니다. 2016.5.11.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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