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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딱! 집을 지어요 ㅣ Wonderwise (그린북 원더와이즈) 1
카렌 월러스 지음, 지연서 옮김 / 그린북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51
‘우리 집’을 손수 지을 수 있을까?
― 뚝딱! 집을 지어요
믹 매닝·브리타 그란스트룀 글·그림
지연서 옮김
그린북 펴냄, 2004.11.10. 8000원
그림책 《뚝딱! 집을 지어요》(그린북,2004)를 만나면서 깜짝 놀랐고, 재미있게 읽었으며, 기쁘게 살림을 돌아봅니다. 그림책 이름에 고스란히 드러나듯이 이 그림책은 ‘집을 짓는 길’을 어린이가 알기 쉽도록 풀어내요. 이론으로만 밝히는 집짓기가 아니라, 어린이 스스로 즐겁게 집짓기를 해 보도록 북돋아요. 그리고, 집이란 어떤 곳인가 하는 이야기도 첫머리에 굵고 짧으면서 또렷하게 잘 밝혀서 들려줍니다.
집은 우리가 살 수 있는 따뜻하고 안전한 곳이에요. 그래서 집을 짓기 전에, 가장 적당한 재료를 잘 선택해서 지어야 해요. (2쪽)
집이란 참으로 그렇습니다. 따뜻하고 아늑한 곳일 때에 집입니다. 어떤 집을 지으려 하는가를 처음부터 잘 헤아리고 골라야 합니다. 날씨를 살피고 철을 헤아리면서 집을 지어야 해요. 누가 살고, 몇 사람이 지낼 터전인가를 따져서 집을 지어야 해요. 어느 마을에 짓는 집인지, 또는 멧골이나 숲이나 바닷가에 짓는 집인가 하는 대목도 잘 따져야 하지요. 얼마나 오랫동안 지낼 집인가를 생각해야 하고, 이 집에서 어떤 살림을 가꾸려 하는가도 꼼꼼히 따져야지요.
그런데 우리는 ‘집짓기’는 뜻밖에도 거의 못 배웁니다.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에서 집짓기를 가르쳐 주지 않아요. 대학교에서도 집짓기를 가르치지 않지요. 막상 우리는 늘 집에서 사는데, 우리가 깃든 집이라는 곳을 어떻게 짓고 손질하며 가꾸는가 하는 대목을 가르치는 얼거리가 거의 없다시피 해요.
날씨가 따뜻한 곳에서는 진흙과 나무로 초가집을 지어요. 지붕은 짚을 엮어서 만들지요. 마치 새 둥지처럼요! (8쪽)
우리는 집짓기를 어디에서 배워야 할까요? 우리는 집짓기를 안 배우고 살아도 될까요? 우리는 집짓기는 모르는 채 ‘남이 지어 놓은 집’을 빌리거나 얻거나 사서 지내면 될까요? 우리 집을 우리 손으로 짓는 길을 기쁘게 익혀서 우리 아이들한테 집짓기를 물려줄 수는 없을까요? 우리 어른들이 이제껏 집짓기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면, 이제라도 아이들하고 새롭게 집짓기를 차근차근 배워서 지을 수는 없을까요?
그러니까 ‘집 문제’를 나라한테 맡기지 말고 우리가 스스로 푸는 길을 찾으면 어떠할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똑같이 생긴 아파트만 수없이 올리는 정책이 아니라, 사람들이 저마다 제 보금자리를 손수 지어서 손수 살림을 가꾸는 길로 나아가면 어떠할까 하고 생각해 봐요.
다만, 도시에서는 많이 어려울는지 몰라요. 도시에서는 ‘내 땅’을 장만하기에 너무 벅찰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도시에서 ‘내 땅’을 장만했어도 ‘오래된 도심지 재개발’이 닥치면, ‘내 땅’인데에도 밀려나야 할 수 있고 ‘내 땅에 내가 손수 지은 집’인데에도 그만 쫓겨나야 할 수 있어요.
집을 짓는 방법도 정말 다양해요. 여러분이 집을 짓는다면, 어떤 집을 지을 건가요? (26쪽)
집짓기는 바로 삶짓기를 이야기하지 싶습니다. 어떤 집을 지으려 하느냐는 생각은 바로 삶을 어떻게 지으려 하느냐를 묻는 대목이 되지 싶습니다. 손수 지어서 가꾸고 사랑하는 삶으로 나아가려 할 적에 비로소 ‘내 땅을 장만해서 내 집을 내가 스스로 짓는 길’을 생각할 수 있으리라 느껴요.
대형발전소가 있어서 대형주택(아파트 단지)을 건사해 주는 틀에서 벗어나, 전기도 물도 손수 길어올려서 살림을 가꿀 수 있는 보금자리를 짓는 길을 생각할 때에 사회도 달라지고 우리 모습도 거듭날 수 있지 싶어요. 작은 그림책 한 권인 《뚝딱! 집을 지어요》인데, 이 작은 그림책은 우리 어른들한테 찬찬히 물어요. ‘아이한테 어떤 삶하고 살림을 가르치거나 물려줄 생각’인가를 물어요. 어떤 집을 짓고, 어떤 살림을 지으며, 어떤 사랑을 지어서, 어떤 이야기를 짓는 ‘웃음꽃을 짓고 싶은가’를 참말로 상냥하게 물어요. 2016.4.29.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