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이 있어야 우리가 살아요 (반다나 시바·마리나 모르푸르고·알레그라 알리아르디) 책속물고기 펴냄, 2016.3.25. 11000원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는 어릴 적에 씨앗을 배운 적이 없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며 ‘씨앗 심는 텃밭’을 누려 보지도 못했다. 내가 ‘마당 너른 집’에서 태어났다면 얘기가 달라졌을는지 모르나, 나처럼 도시에서 수수하게 태어나 자란 수많은 아이들은 ‘씨앗이나 나무를 심을 땅’을 누리지 못하는 채 ‘겹겹이 포개어 쌓은 여러 층짜리 자그마한 집’에서 어린 나날을 보내야 했다. 오늘날에도 이 얼거리를 비슷한데, 오늘날 아이들은 예전보다 훨씬 더 높은 ‘여러 층짜리 집’에서 흙을 만질 일조차 없이 자라곤 한다. 더구나 예전 학교는 ‘흙’ 운동장이었으면 오늘날 학교는 흙조차 아닌 ‘플라스틱 인조잔디’ 운동장이기까지 하다. 《씨앗이 있어야 우리가 살아요》를 읽는 어린이가 어머니랑 아버지한테 “우리도 흙이 있어서 씨앗을 심을 수 있는 집으로 옮겨요!” 하고 바랄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어버이한테 도시를 떠나 시골로 살자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도시에서 그대로 살더라도 마당이 있는 집으로 옮겨서 삶과 살림을 스스로 짓는 길로 거듭날 수 있으면 좋겠다. 2016.4.25.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한 줄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