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는 참 좋다! 물들숲 그림책 1
이성실 글, 권정선 그림 / 비룡소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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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숲이 사랑받을 수 있기를 빌며

― 참나무는 참 좋다!

 이성실 글

 권정선 그림

 비룡소 펴냄, 2012.9.28. 13000원



  아이들이 그림책을 보다가 “아버지, 쇠뜨기가 어떻게 생겼어?” 하고 물어봅니다. 얼마 앞서 논둑에서 쇠뜨기를 뜯어서 먹기도 했는데 그새 잊은 듯합니다. 그림책에 멀쩡하게 나온 쇠뜨기이지만, 틀림없이 이 쇠뜨기를 얼마 앞서 보기는 했는데 다시 보고 싶다는 뜻일 수 있고, 무엇보다도 손으로 만지면서 놀고 싶다는 뜻이지 싶습니다.


  “쇠뜨기 얼마 앞서 먹었는데, 생각 안 나?” “잘 모르겠어.” 저녁에 아이들을 이끌고 마을 한 바퀴를 휘 돌아보다가 쇠뜨기를 만납니다. 논둑 한쪽에는 꽃이 지고 짙푸른 빛깔로 바뀐 쇠뜨기가 가득하고, 논둑 다른 쪽에는 이제 막 돋은 쇠뜨기가 꽃을 피운 모습입니다. “자, 여기에 쇠뜨기 잔뜩 있네. 잘 보렴.” “아하, 얘가 쇠뜨기였구나.”


  작은아이는 저녁마실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푸른 쇠뜨기’를 한 아름 뜯습니다. 빙그레 웃는 작은아이는 “크리스마스 나무 만들려고.” 하고 말합니다. 아하, 그러고 보니 성탄절에 흔히 세우는 나무하고 ‘푸르게 자란 쇠뜨기 풀’이 비슷하게 생겼다고 할 만합니다. 큰아이도 으레 마당에서 가랑잎을 잔뜩 그러모아서 잎놀이를 하고, 숲마실을 다녀올 적에는 주머니에 가득 솔방울이나 나뭇잎을 주워서 담습니다.



따뜻한 봄이 오고 있어. 얼었던 땅이 녹고 흙은 폭신폭신 촉촉하니 부드러워져. 도토리는 물기를 빨아들이고 부풀어 올라. (5쪽)



  이성실 님이 글을 쓰고 권정선 님이 그림을 그린 《참나무는 참 좋다!》(비룡소,2012)를 재미있게 읽습니다. 숲마실을 갈 적마다 솔방울이나 오리방울을 줍기에 바쁜 아이들로서는 숲에서 보는 나무를 찬찬히 헤아리거나 살피도록 돕는 그림책이 요즈음 들어 몹시 재미난 듯합니다.


  숲길을 걷다가 큰아이가 불쑥 ‘그림책에서 읽은 줄거리’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아이로서는 잊지 않으려고 조잘조잘 이야기를 들려줄 테고, 또 아이로서는 아버지도 더 잘 알라는 뜻으로 이야기를 들려줄 테지요. 그림으로 보던 떡갈나무나 굴참나무를 코앞에서 두 눈으로 볼 적에 저마다 어떻게 다른가 하는 대목을 알아보려고 요모조모 살피고 만지느라 바빠요.



참나무는 참 달콤해. 여름밤이면 장수풍뎅이도 사슴벌레도 참나무 나무즙을 먹으러 찾아와. 으라차차!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사슴벌레 수컷 두 마리가 뿔을 들이밀며 싸우기도 해. (13쪽)



  그림책 《참나무는 참 좋다!》는 ‘참’이라는 이름을 얻은 나무 한 그루가 이 지구라는 별에서 어떻게 ‘참’ 좋은가 하는 대목을 가만히 풀어냅니다. 참 힘이 세고, 참 똑똑하고, 참 잘 자라고, 참 키가 크고, 참 넓고, 참 좋은 집이고, 참 달콤하고 …… 이리하여 숲짐승은 모두 참나무를 참 좋아한다고 이야기를 끌어내요.


  그리고 《참나무는 참 좋다!》는 사이사이 ‘넉 장 그림’을 보여줍니다. 안으로 포갠 종이를 펼치면 참나무가 있는 숲을 한결 큼지막하게 느낄 수 있도록 책을 엮었어요. 그림책 사이에 숨은 멋진 큰 그림이 깃들었습니다.



겨울 동안 참나무는 참 따뜻해. 나비 번데기가 참나무 가지에 고치를 틀었어. 나비는 고치 속에서 참나무와 함께 깊은 잠에 빠져. 참나무 밑 굴에서는 다람쥐가 겨울잠을 자기도 해. (20쪽)



  숲짐승이 좋아하고, 숲짐승한테 보금자리와 먹이를 주며, 사람한테도 맑은 바람하고 도토리라는 열매를 베푸는 참나무입니다. 이뿐 아니라 빗물을 뿌리하고 줄기에 가득 품는 참나무예요. 참나무를 비롯한 온갖 나무가 숲에 골고루 어우러지기 때문에 우리 살림터는 푸르고 정갈하며 아름다울 만합니다.


  그렇지만 오늘날 사회에서 참나무는 그리 좋게 대접을 받지 못해요. 어른들은 참나무숲을 쉽게 베어요. 길을 내거나 관광지나 골프장을 짓거나 뭔가를 할 적마다 참나무숲은 맨 먼저 밀려납니다. 참나무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여기기 일쑤예요. 우리 집 아이들이 늘 마실을 다니는 뒷산 참나무숲도 자꾸만 깎이고 밀리면서 사라집니다. 다른 고장에서도 참나무숲은 좀처럼 느긋하지 못해요. 다들 조마조마하리라 느낍니다.



참나무는 참 예쁜 소리를 내. 가을이 오면 참나무는 다시 겨울을 준비해. 반들반들 단단하게 익은 도토리를 떨구고 곱게 물든 잎도 떨어져. 후드득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 휘리릭 나무 사이로 바람 부는 소리, 사락사락 낙엽이 서로 맞닿으며 떨어지는 소리가 나. (27쪽)



  새 가운데 참새가 있고, 나무 가운데 참나무가 있으며, 꽃 가운데 참꽃이 있습니다. ‘참’이라는 낱말은 ‘참다움 착함 고움’ 세 가지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참말 거짓말’에서도 참은 우리 삶과 넋과 말이 나아갈 길을 밝게 보여줍니다.


  나무에 참나무가 있으면 사람 가운데에도 ‘참사람’이 있겠지요? ‘참어른’이 있을 테며, ‘참길’을 걸어서 ‘참삶’을 가꾸는 ‘참사랑’이 있을 테고요?


  ‘참살이’라는 새로운 살림이 태어나듯이, 참다운 나라와 참다운 마을과 참다운 꿈이 서로 어우러질 수 있기를 빌어요. 그저 흔한 참나무숲이 아니라, 사람과 숲짐승과 푸나무 모두 즐거이 어우러지는 슬기롭고 사랑스러운 참나무숲이 아름드리숲으로 이어갈 수 있기를 빌어요. 참나무는 참으로 좋은 나무요, 온누리 뭇나무도 더없이 좋은 나무라고 생각합니다. 2016.4.2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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