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머리말을 쓰기 앞서



  모든 책은 글쓴이 손을 떠나면, 그때부터는 수많은 사람이 품에 안는 이야기로 거듭난다. 모든 책은 글쓴이 손을 거칠 적에도 ‘글쓴이가 그 글을 쓰기까지 만나거나 어우러진 모든 사람’하고 얽힌 이야기가 깃들기에, ‘글쓴이가 그 글을 쓸 적에도 수많은 사람이 품에 안는 이야기’인 채 태어난다고 할 텐데, 글쓴이가 글을 마무리짓고 출판사로 글꾸러미를 보내어 책이 나올 적에 ‘글쓴이를 둘러싼 사람’들은 그제서야 ‘우리 모두가 누리는 책’인 줄 알아차릴 수 있다.


  이제 원고지 2800장 남짓 되는 글꾸러미 하나를 마감하고 출판사로 넘기기 앞서 머리말을 쓰려 한다. 머리말을 붙여서 글꾸러미를 출판사로 보내더라도 몇 차례 더 손질하거나 깎고 다듬어야 한다. 글쓴이로서 모든 책을 놓고 ‘더 넣고 싶은데’ 하는 생각을 늘 하는데, 이 대목을 맺고 끊는 일이 늘 아쉬우면서 서운하다. 다음에 새롭게 꾸미면서 넣으면 될 일이지만, 선뜻 마무리를 짓지 못하면서 한 시간 두 시간 졸졸졸 흐른다.


  오늘 마감을 할 글은 이대로 마감하기로 하고, 이듬해나 그 이듬해에 이룰 글꾸러미를 헤아리며 ‘새로운 벼리’를 짜 본다. 새로운 벼리를 짜니 좀 홀가분하다. 이렇게나 이 글꾸러미에 못 넣은 낱말이 많네 하고, 새로운 한국말사전을 하나 내놓으려 하지만, 이 책에 한 마디라도 더 담으려고 하는 생각에 얽매이지 말아야겠네 하고 새삼스레 느낀다. 자, 오늘은 오늘대로 말끔히 털고 한 걸음을 내딛자. 2016.4.1.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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