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나 어린이책을 읽힐 나이



  그림책을 읽힐 나이는 따로 없습니다. 퍽 두꺼운 종이를 댄 몇 쪽 안 되는 그림책(보드책)이라고 해서 두어 살이나 서너 살 아이한테만 읽힐 만하지 않습니다. 잘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어요. 거의 모든 그림책은 ‘어른이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읽을 만한 책’입니다. 아이는 ‘소리로 듣는 그림책’이고, 어른은 ‘입으로 말하는 그림책’이에요. 아이는 어버이가 그림책을 읽어 주는 목소리와 숨결과 따스한 기운을 느껴요. 어버이는 아이한테 ‘더 빠르게도 더 느리게도 아닌 가장 알맞을 만한’ 목소리와 숨결과 따스한 기운을 모으지요.


  그림책은 줄거리로 읽지 않습니다. 그림책을 쓰거나 지은 어른들도 ‘더 멋진 줄거리’를 알려주려고 그림책을 엮지 않아요. 그림책은 ‘짧은 줄거리’에 사랑과 꿈을 곱게 실어서 엮습니다. 그래서 그림책을 읽는 사람은 어린이나 어른 모두 사랑과 꿈을 느끼고 배우며 받아들여요.


  그림책을 읽을 나이는 따로 없습니다. 다만, 두 살부터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 있고, 다섯 살부터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 있겠지요. 일곱 살이나 열 살부터 읽을 만한 그림책도 있을 테고요. 이러한 ‘몇 살부터’라는 틀은 ‘그 나이부터 모든 사람이 누구나 즐겁게’ 읽을 만하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그저 우리 마음이 가는 대로 아름다운 그림책을 손에 쥐어서 함께 누리면 되어요.


  아시지요? 어떤 그림책이든 아이는 어버이하고 함께 누릴 적에 몹시 좋아한답니다. 아이는 어버이가 즐겁게 읽어 주는 그림책을 대단히 좋아한답니다. 아이는 어버이가 저한테만 읽으라고 그림책을 건넬 때보다, 나란히 앉거나 엎드리거나 누워서 함께 그림책을 들여다볼 적에 아주 좋아한답니다.


  그저 마음으로 마주하면서 누리면 언제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받아들이리라 느껴요. 차분하면서 고요한 넋이 되어 푸른 바람을 쐬는 몸짓으로 아이하고 어깨동무를 하면서 예쁜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누리는 하루입니다. 2016.3.11.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어린이책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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