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215] 미리보기
어떤 일을 하거나 어떤 책을 읽거나 어떤 영화를 보기 앞서, 언제나 ‘미리보기’를 할 수 있어요. 영화에서는 ‘예고편’이라고도 흔히 말하지만, 극장에 영화를 걸기 앞서 사람들한테 미리 ‘맛보기’로 선보이는 일은 ‘미리보기’예요. ‘맛보기’도 ‘미리보기’하고 같은 셈이에요. 그런데, 남보다 먼저 보고 싶어서 ‘먼저보기’를 할 수 있어요. 남보다 먼저 들어가거나 하려고 앞지른다면, 이때에는 ‘새치기’나 ‘옆치기’나 ‘가로채기’가 되어요. 다른 사람 자리를 빼앗으니까요. 사이에 끼어들거나 옆에서 슬그머니 가로채려 할 적에는 ‘내가 먼저’ 하겠다는 마음입니다. 이와 달리 너랑 내가 함께 하려는 마음이라면 ‘다 함께 미리보기’를 하거나 ‘서로서로 미리하기’를 하지요. ‘먼저’랑 ‘미리’는 거의 같은 자리를 가리킨다고 할 만하지만, 쓰임새는 이처럼 갈려요. ‘미리보기’를 하듯이 ‘미리읽기’나 ‘미리듣기’나 ‘미리먹기’나 ‘미리자기’나 ‘미리눕기’나 ‘미리가기’를 할 수 있어요. 앞으로 자야 할 잠을 미리 자니까 ‘미리자기’이고 ‘미리잠’이에요. 앞으로 먹을 밥을 머리 먹으니까 ‘미리먹기’이며 ‘미리밥’이에요. “미리 해서 나쁠 일이 없다”는 옛말이 있는데, 나중에 서두르지 말고 먼저 손을 알맞게 써서 챙기거나 건사하자는 뜻입니다. 4349.2.1.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