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와 통하는 옛이야기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21
정숙영.조선영 지음, 스튜디오 돌 그림 / 철수와영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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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책과 함께 살기 126



이야기꽃 피우는 청소년은 생각이 자란다

― 10대와 통하는 옛이야기

 정숙영·조선영 글

 돌 스튜디오 그림

 철수와영희 펴냄, 2015.11.11. 13000원



  정숙영 님하고 조선영 님이 함께 쓴 《10대와 통하는 옛이야기》(철수와영희,2015)를 읽습니다. 푸름이 눈높이에 맞추어 옛이야기가 무엇인가 하는 실마리와 수수께끼를 풀어 보려고 하는 책입니다. ‘옛이야기’라면 이 낱말 그대로 “옛날부터 이어온 이야기”를 가리켜요. 옛날 옛적 이야기이니 옛이야기이고, ‘옛날이야기’라고도 해요.


  옛이야기는 옛사람이 살림을 지으면서 누리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옛날 옛적에 이루어진 이야기이니, 옛날에 살던 사람이 누리던 이야기일 테지요. 그런데 옛날 옛적 사람이 누리던 이야기라고 해서 모두 오늘날까지 흘러오지 않아요. 오늘 이곳에서 사는 우리가 뜻있게 돌아보거나 값있게 되새길 만한 이야기일 적에 비로소 ‘옛날하고 오늘날 사이에 이어지는’ 이야기가 됩니다.


  다시 말하자면, 오늘 이곳에서 사는 우리가 즐겁게 누리거나 나눌 만하다고 여길 적에 비로소 “옛이야기가 된다”고 할 만합니다. 오늘 이곳에서 사는 우리가 서로 누리거나 나눌 만하지 않다면 “그냥 오래된 이야기”이거나 “그냥 낡은 이야기”이거나 “그냥 잊힌 이야기”쯤 되리라 느껴요.



문서로 기록하기 전에도 옛이야기는 존재했습니다. (16쪽)


이는 바꾸어 말하면, 옛이야기가 민족과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사람들의 마음에 가 닿는다는 뜻이 아닐까요? (24쪽)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생성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옛이야기의 범주에 들 수 없겠지만,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르게 되면 이것 또한 미래에는 ‘옛이야기’로 여겨질 것입니다. (43쪽)



  지난밤에 올들어 첫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었습니다. 밤 두어 시 무렵이었는데, 우리 집 마당에 있는 동백나무하고 후박나무 사이에 서서 밤하늘을 살피다가 아스라이 들리는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었어요. 마을논에서 깨어난 개구리일는지, 좀 먼 들에서 깨어난 개구리인지 알아채기는 쉽지 않았지만, 아스라이 들리는 울음소리이기에 좀 먼 들에서 먼저 깨어났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아침에 아이들이 일어난 뒤에 아이들을 불러서 개구리 울음소리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얘들아, 아버지는 어젯밤에 개구리가 우는 소리를 올해에 처음 들었어.” “개구리? 개구리가?” 아직 어린 아이들은 새봄에 개구리 울음소리가 처음 터져나오는 이야기를 어느 만큼 알아들을 만할까요? 그래서 “우리 집 개구리도 곧 깨어날 테야. 이제 저녁이나 밤이 되면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자.” 하고 덧붙입니다.



이야기가 오락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했다고 해서 그것이 본래 지니고 있던 근원적인 성격까지 모두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59쪽)


금기가 나오는 이야기에서는 대체로 금기가 지켜지지 못합니다. (126쪽)



  그냥 하는 말이라면 ‘그냥 말’로 끝납니다. 말에 생각을 담아서 살을 붙여 줄거리를 엮으면 ‘새 이야기’로 거듭납니다. 아이들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어도 서로 이 이야기를 쉽게 잊을 수 있고, 아주 짧은 이야기이지만 서로 오래도록 되새길 수 있어요.


  아침에 아이들이 소꿉놀이를 하는 곁에서 바느질을 하는데, 큰아이가 문득 나를 보더니 큰소리로 외치더군요. “아버지 코에 콧물이!” 나는 바느질에 온마음을 쏟느라 코에서 콧물이 주룩 흐르는지 못 느꼈어요.


  이때에 이 일을 놓고 우리는 ‘그냥 말’로 끝맺을 수 있고, ‘아버지가 너희 나이만큼 어리던 날 콧물을 흘리면서 놀던 나날’을 떠올리면서 ‘새 이야기’로 이을 수 있습니다. 또는 “떼끼!” 하면서 뭔 콧물을 보고 그러느냐 하고 아무 이야기가 없이 지나쳐 버릴 수 있겠지요. 또는 ‘콧물’을 이야깃감으로 삼아서 그야말로 꿈나라를 누비는 ‘새로운 이야기잔치’를 벌일 수 있어요. “콧물나라에 콧물공주가 살고 콧물나무꾼이 사는데 …….” 하면서 재미난 한때를 보낼 만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야기’를 짓거나 나눈다고 할 적에는, 우리가 누리는 삶이나 일구는 살림을 돌아보면서 ‘재미있고 즐겁게 생각을 꽃피울 모습’을 느끼거나 알아채도록 북돋운다는 뜻이라고 느껴요. 아침저녁으로 먹는 밥으로도 ‘밥 이야기’를 지을 수 있고, 늘 하는 소꿉놀이로도 ‘소꿉 이야기’를 지을 수 있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학교 이야기’를 지을 수 있고요.



사람들은 왜 자기가 겪거나 듣거나 본 이야기를 전하려고 할까요? 아마도 재미나고 흥미롭기 때문에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겠지요. (146쪽)


이처럼 재능 있는 이야기꾼이 하는 이야기는 사람의 목숨도 구하고 상대의 마음까지도 바꾸어 버린다는 걸 보여줍니다. (166쪽)



  《10대와 통하는 옛이야기》는 ‘이야기’가 옛날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차근차근 짚습니다. 흔히 ‘옛이야기’라고 하면 어린이만 재미있게 듣고 끝내는 이야기로 잘못 알기 일쑤입니다만, 예부터 ‘옛이야기’는 늘 ‘오늘이야기’로 즐기거나 나누었다고 하는 대목을 밝혀요. 이 나라 푸름이가 ‘옛이야기·오늘이야기·이야기’ 이 세 가지 얼거리를 찬찬히 짚으면서 ‘푸름이 스스로 새로 짓는 살림 이야기’를 가꿀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들려줍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무리 까마득히 오래된 옛날에 있던 일을 들려주는 ‘옛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오늘 이곳에서 주고받을 때에는 ‘오늘이야기’로 다시 태어나기 마련입니다. 오늘 이곳에서 새롭게 돌아보면서 되새길 만한 생각이나 슬기나 느낌이나 꿈이 깃든 이야기이기에 두고두고 즐기면서 물려주는 ‘옛이야기’이자 ‘오늘이야기’라고 할 만해요.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생각을 북돋웁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어느새 마음이 자랍니다. 이야기로 꽃을 피우면서 사랑이 함께 피어나고, 이야기로 잔치를 벌이면서 서로서로 어깨동무를 하는 두레를 이루어요.



특이한 점은 옛이야기 속 호랑이 이야기에서는 뛰어난 포수나 힘이 센 장정이 호랑이를 잡는 것이 아니라 보잘것없는 고슴도치나 어린아이가 호랑이를 상대해 이겨내는 이야기가 많다는 것입니다. (187쪽)


민담은 어렵고 힘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기보다는 뛰어난 상상력을 통해 현실과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줍니다. (190쪽)



  아이들하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이들이 배울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이들이 궁금해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이한테 물려줄 만한 이야기를 내 나름대로 짓고, 아이가 즐겁게 맞아들이는 이야기를 새록새록 빚어서 함께 나누어요.


  아이들한테는 어머니랑 아버지가 어릴 적에 살던 이야기도 옛이야기가 됩니다. 아이들한테는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예전에 살림하던 이야기도 옛이야기가 되어요. 백 해나 삼백 해나 오백 해나 천 해쯤 흘러온 이야기만 옛이야기이지 않아요. 바로 오늘 우리가 짓는 삶이 ‘오늘이야기’이면서, 이튿날부터 ‘옛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기쁨으로 가꾸는 살림이 아름다운 ‘오늘이야기’에서 사랑스러운 ‘옛이야기’로 뿌리내릴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 지은 살림은 ‘옛이야기’로 뿌리를 내리면서 새로운 생각을 북돋울 만할까요? 아니면, 우리가 오늘 지은 살림은 그냥 잊혀지며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까요? 비 그친 하늘을 바라보며 오늘은 빨래를 신나게 하고, 밥도 어제와 다른 새롭고 맛난 밥으로 짓자고 생각하면서 ‘이야기살림’을 되새깁니다. 책에 남는 이야기를 넘어서, 마음에 남는 이야기를 되돌아봅니다. 글로 적어서 남기는 이야기를 넘어서, 우리 마음에 사랑으로 남길 수 있는 이야기를 헤아리는 하루입니다. 2016.3.6.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청소년 인문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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