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날마다 놀라운 일들이 생겨요 문지아이들 58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코코 다울리 그림, 이경혜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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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장미처럼 자라는 놀라운 너!

― 날마다 날마다 놀라운 일들이 생겨요

 신시아 라일런트 글

 코코 다울리 그림

 이경혜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2004.12.10. 9000원



  저녁에 아이들을 씻기니 눈이 감기면서 등허리가 결립니다. 아이들도 졸린 눈이요 몸이지만, 나도 졸린 눈이며 몸입니다. 하루 내내 신나게 뛰논 아이들은 아직 더 놀고 싶다는 눈치인데, 부디 너희 졸린 몸을 고이 쉬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제 곧 불을 끄겠노라 이야기를 하며 자리에 눕자고 하니 왁자지껄 떠들면서 겨우 이부자리에 누워 줍니다. 다만, 아이들이 이부자리에 눕기까지 제법 걸렸고, 나는 아이들이 자리에 눕기까지 불을 못 끄며 기다리는 사이에 바느질을 합니다. 추운 바람이 잦아들고 따스한 바람이 부는 봄날에 입을 반바지를 기웁니다.


  아이들은 자리에 누운 뒤에 깔깔대며 이야기꽃을 잇습니다. 아무래도 더 놀겠구나 싶습니다. 나는 조용히 촛불을 켜고 바느질을 더 하기로 합니다. 십 분, 이십 분 이렇게 바느질을 하다가 이제 더 못 하겠다고 두 손을 들고 아이들 사이에 눕습니다. 나는 아이들보다 먼저 곯아떨어지는데, 아이들도 곧 꿈나라로 가겠지요.



조그만 부엌에서 누군가 빵에 버터를 바르고 있어. 빵은 정말 놀라워. 땅이 밀을 키웠고 밀이 밀가루가 되어서 놀라운 일이 생긴 거란다. (5쪽)



  신시아 라일런트 님이 글을 쓰고, 코코 다울리 님이 그림을 빚은 《날마다 날마다 놀라운 일들이 생겨요》(문학과지성사,2004)라는 그림책을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나랑 곁님이 아이들한테 흔히 들려주는 이야기하고 엇비슷합니다. 우리가 맞이하는 하루는 언제나 놀라운 나날이요 살림이라는 이야기가 흐르거든요. 빵 한 조각도 밥 한 그릇도 참으로 놀랍지요. 우리 밥상에 오르기까지 빵이며 밥이란 얼마나 대단한 나날을 보냈을까요? 작은 씨앗 한 톨이 뿌리를 내리면서 곧게 줄기를 올리고, 이삭이 패며, 알맹이가 여뭅니다. 빵을 구우려면 밀알을 갈아서 가루를 얻고, 밥을 지으려면 겨를 벗겨서 쌀알을 얻어요. 밀이든 나락이든 햇볕을 먹고 바람을 마시며 흙에 뿌리를 내리며 무럭무럭 자라요.


  그냥 먹는 빵이나 밥이 아닌, 온누리 숨결을 고루 받아들인 목숨인 밀알과 쌀알을 먹는 한 끼니입니다. 밀알이나 쌀알에 깃든 햇볕과 바람과 흙을 먹는 한 끼니예요. 김치 한 조각도, 나물 한 접시도, 고기 한 점도, 감자 한 알도, 모두 이 지구라는 별에서 너른 사랑과 꿈이 깃들면서 우리한테 찾아오고요.




넓고 푸른 하늘에 작은 새가 날고 있어. 새는 정말 놀라워. 새알 하나가 있었는데 따뜻하게 품어 줬더니 놀라운 일이 생긴 거란다. (10쪽)



  밤에 바지를 기우다가 잠들면서 꿈을 꿉니다. 내가 오늘 입는 옷 한 벌과 아이들한테 입히는 옷도 무척 대단하면서 고맙습니다. 옷을 이루는 실이 나오기까지 풀이 자라고 고치가 나오지요. 사람이 손으로 물레를 잣든 기계를 빌어 천을 짜든 수많은 사람들 손길이 옷 한 벌에 깃들어요. 바느질을 할 적에 쓰는 바늘도 지구별에 있는 쇳덩이에서 태어납니다. 쇠를 다루는 일꾼이 있고, 바늘을 다루는 가게지기가 있어요.


  둘레를 살펴봅니다. 봄에 깨어나는 나비도 시골마을을 다니는 시골버스도 고마운 숨결입니다. 봄에 피어나는 꽃도 촛불 한 자루를 만든 공장도 고마운 이웃입니다. 작은 새 한 마리도 정갈한 종이 한 장도 고마운 넋입니다. 구름 한 조각도 책 한 권도 고마운 마음이에요.



이 모든 멋진 것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단다. 놀라운 일들은 생기고, 생기고, 또다시 생기니까. (23쪽)




  그림책 《날마다 날마다 놀라운 일들이 생겨요》는 우리 삶은 저마다 아름답고 저마다 사랑스럽다는 대목을 차분히 보여줍니다. 모든 일은 저마다 놀랍고, 모든 삶은 저마다 기쁨이라고 하는 대목을 찬찬히 보여줍니다.


  그냥 피는 장미꽃이나 동백꽃은 없을 테지요. 그냥 가게에 놓이는 물건은 없을 테지요. 그냥 태어나는 책이란 없을 테지요. 그냥 어머니나 아버지가 되는 사람도 없을 테고요. 참으로 온누리 모든 것에는 따사로운 숨결이 깃듭니다. 참으로 온누리 모든 사람들 가슴속에는 따사로운 마음이 깃듭니다.


  모두 사랑을 받아 태어나는 아이입니다. 어머니 뱃속에서 고이 사랑을 받아서 무럭무럭 크다가 이 땅에 기쁨으로 태어납니다. 사랑받아 태어난 아이는 사랑을 다시 물려주는 어른이 되지요. 아이는 어른이 되고, 어른은 아이를 돌봐요. 아이는 어른한테서 보살핌을 받은 뒤에 이 기쁜 보살핌을 새로운 사랑으로 둘레에 펼칩니다.


  이리하여, 그림책 《날마다 날마다 놀라운 일들이 생겨요》는 마지막을 더없이 멋진 말로 맺어요. “새빨간 장미처럼 자라나는 너무너무 놀라운 너!”라는 한 마디로 말이지요.





정말로 놀라운 일이 생긴 거란다. 새빨간 장미처럼 자라나는 너무너무 놀라운 너! (30쪽)



  옷을 기우면서 이 옷에 깃든 고마운 손길을 느낍니다. 아이들 옷을 손질하고 빨래하고 개면서 아이들 옷마다 깃든 살가운 숨결을 느낍니다. 아침저녁으로 밥을 차리면서 이 밥 한 그릇이 얼마나 고마운가 하고 새롭게 느낍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반가우면서 고마운 비를 느낍니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반가우면서 고마운 바람을 느낍니다. 햇볕이 따뜻한 날에는 반가우면서 고마운 햇볕을 느낍니다.


  참말 이 땅에 고맙지 않은 것이란 없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비도 바람도, 햇볕도 구름도, 꽃도 풀도, 나무도 숲도,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이웃과 동무도 모두 고마운 넋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우리가 아침에 새로 맞이하는 하루는 언제나 ‘날마다 날마다 놀라운’ 일이 되겠지요. 한밤에 아이들 이불깃을 여미면서, 아침에 아이들하고 그림책을 함께 펼쳐서 읽으면서, 서로 손을 잡고 나들이를 다니면서, 우리 집 텃밭에 새봄에 심을 씨앗을 갈무리하면서, 우리가 짓는 놀라운 일은 늘 우리 곁에 있다는 대목을 짙게 깨닫습니다. 2016.3.5.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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