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는 연필을 쥐기까지 아직 모른다. 연필을 쥐기 앞서 무언가를 글로 써 보자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숨을 크게 한 번 쉬고 나서 마음을 고요히 다스리고는 연필을 손에 쥐면 그동안 속으로 삭히거나 다스렸던 이야기가 찬찬히 흘러나오곤 한다. 그러니까,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는 늘 여느 때에 생각해 놓는다.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기에 글을 쓴다기보다 스스로 짓는 삶결이 글결로 묻어난다고 할 수 있다. 글은 이야기를 말로 옮기면서 적는 일이니까, 말로 옮길 수 있는 이야기를 먼저 온몸으로 겪는 삶이 있어야 한다. 이야기로 옮길 만한 삶이 없다면 이런 글을 쓰거나 저런 글을 쓰겠다고 아무리 생각해 본들 글을 쓰지 못하기 마련이라고 느낀다. 그저 삶을 누리고, 그저 삶을 즐기며, 그저 삶을 짓다 보면, 글이란 때가 되면 알맞게 술술 풀려나온다고 느낀다. 다시 말하자면,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는 ‘어떤 삶을 짓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하고 ‘어떤 삶을 누리는가’를 찬찬히 돌아보면 아주 쉽게 수수께끼를 풀 만하리라 본다. 2016.3.2.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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