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시집은 낡은 이야기



  낡은 시집에는 낡은 이야기가 깃들었을까? 그러면 새로 나온 반들거리는 시집에는 반들거리는 새로운 이야기가 깃들까? 책꽂이를 새롭게 고치려고 책을 잔뜩 들어내어 옮기다가 《백제행》 2쇄를 본다. 나한테는 《백제행》 1쇄도 있고 2쇄도 있는데, 두 가지 판은 겉그림이나 판짜임이 다르다. 이제 새책방에서 자취를 감춘 《백제행》인데 마지막 쇄를 찍은 겉그림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2쇄 때 모습 그대로 흐르다가 판이 끊어졌을까?


  《백제행》을 펴낸 출판사에서 며칠 앞서 새로 선보인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를 읽었다. 새로 나온 시집에서는 새로운 이야기가 흐를 테지만, 이 새로운 이야기는 새로운 시집을 펴낸 시인이 걸어온 ‘예전 발걸음’이다. 예전에 나온 낡은 시집도 예전에 그 시집을 펴낸 시인이 그동안 걸어온 ‘예전 발걸음’이다.


  2016년 눈길에서는 2016년에 나온 시집은 ‘새’ 시집일 테고, 《백제행》은 ‘판이 끊어진 낡은’ 시집일 텐데, 2050년이나 2100년을 사는 사람들 눈길로 보면 두 시집은 어떠한 시집이 될까? 낡지 않은 이야기가 흐르는 낡지 않은 ‘낡은 시집’을 가만히 쓰다듬어 본다. 2016.2.28.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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