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소년학급단 5
후지무라 마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607



어린이가 앞으로 나아가는 길

― 소년소녀학급단 5

 후지무라 마리 글·그림

 정효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2.4.25. 4500원



  어린이는 늘 묻습니다. 몰라서 묻는다고 할 텐데, 늘 새롭게 배우려는 마음이기에 묻습니다. 어른은 잘 안 묻습니다. 아니까 안 물을 수 있을 텐데, 늘 새롭게 배우려는 마음이 어느새 사그라들어서 안 물을는지 몰라요.


  어린이는 늘 물으면서 무엇이든 새롭게 바라보고, 새롭게 받아들입니다. 어른도 어린이처럼 늘 물으면서 무엇이든 새롭게 바라본다면, 마흔 살이나 예순 살이라 하더라도 늘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정치나 사회 이야기도 옛날부터 생각하던 대로 알기만 하지 말고, 새롭게 물으면서 새롭게 알 수 있어요. 시나 소설 같은 문학도 옛날부터 알거나 읽던 대로 알거나 읽기보다는, 처음으로 마주한다는 마음으로 새롭게 읽으려 하면 참말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이제 와서 착한 척해 봐야 소용없어. 한 번쯤은 카즈히로의 기분을 생각해 봐! 네가 같은 일을 당했다면 어떡할래?” (6∼7쪽)


‘하지만, 그럼 대체 난 어떻게 했어야 하는 걸까. 모르겠어.’ (11∼12쪽)



  후지무라 마리 님이 빚은 만화책 《소년소녀학급단》(학산문화사,2012) 다섯째 권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책이름이 밝히듯이 ‘소년’하고 ‘소녀’가 이룬 ‘학급 모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아직 어린 사내하고 가시내가 서로 어떻게 부대끼거나 어우러지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직 모르기에 그야말로 몰라서 ‘쉬운 잘못’을 저지르곤 합니다. 어른이 보기에는 쉬운 잘못이라 하더라도 어린이로서는 ‘처음 느낀 잘못’이기에, 이 잘못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놓고 힘들고 아프며 괴롭습니다. 이 아이들 곁에서 ‘얘야, 다 괜찮단다. 이제부터 새로 하면 되고, 바로 그 잘못을 씻으면 돼.’ 하고 말해 주는 어른이 없다면, 아이는 더욱 힘들고 아프며 괴롭겠지요.


  어른은 어린이보다 먼저 태어나서 살림을 짓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보다 여러 가지 일을 먼저 겪었고, 먼저 여러 가지를 새롭게 마주하면서 배웠지요. 어른은 어린이한테 길잡이가 될 만해요. 슬기로운 길잡이가 될 수 있고, 포근하면서 넉넉한 길동무가 될 수 있어요. 아무것도 모르겠는 어린이한테 ‘마음을 다스리면서 가꾸는 길’을 기쁘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하루카.” “왜?” “엄마는 야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무슨 일 있을 때 엄마한테 얘기해 주면 상담은 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17쪽)


“하루카가 친구를 상처 입힌 일로 오래오래 이불 속에만 있으면 더 슬플 거야.” “사실은 오늘 학교 빠진 거 꾀병이었어.” “알고 있었어. 근데 오늘 하루뿐이다. 다음부터 이러면 안 돼?” “내가 착한 아이가 아니라서 슬퍼?” “하루카. 착한 아이가 되려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돼. 그러다간 도리어 하루카가 괴로워질 거야.” (20∼22쪽)



  어른은 ‘알면서 잘못을 또 저지를’ 수 있습니다. 어른은 으레 이렇지요. 어린이는 ‘모르면서 잘못을 자꾸 저지른’다면, 어른은 알면서 잘못을 거듭 저지른다고 할 만해요. 자, 그러면 어른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알면서도 잘못을 거듭 저지르니, 어른은 나쁜 사람일까요? 아니면 어른한테도 ‘다 괜찮아’ 하고 타이르거나 다독일 동무가 있어야 할까요?


  어린이는 새롭게 하나하나 겪으면서 배우고 자랍니다. 어른도 새롭게 하나하나 겪으면서 배우고 자라요. 어린이는 마음속으로 즐거움을 품으면서 씩씩하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어른도 마음 가득 기쁨을 품으면서 힘껏 일어서려는 몸짓이 되어 배우면서 자랄 수 있습니다.


  괴로움을 품지 말고 기쁨을 풀을 때에 기쁩니다. 또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다는 생각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서 새롭게 하겠노라는 마음을 품을 적에 한 걸음을 씩씩하게 내딛겠지요.



“카즈, 자신의 가능성을 버리지 마.” (76쪽)


‘각자의 새로운 한 걸음입니다.’ (87쪽)


“나, 나 전부터 오빠를 좋아했어. 제, 제대로 말한 적이 없는 것 같아서. 할 말은 이거야. 그럼 갈게.” (124∼125쪽)



  어린이가 걷는 걸음은 늘 새 걸음입니다. 그러면 어른은? 만화책 《소년소녀학급단》을 읽으면서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도 늘 새 걸음을 내딛으면서 기운차게 일어설 적에 스스로 삶을 새롭게 배우고 즐거울 수 있으리라 느낍니다. 어린이도 스스로 “내 씨앗(가능성)”을 버리지 말 노릇이요, 어른도 마흔 살이건 예순 살이건 스스로 “내 씨앗”을 고이 품어서 마음밭에 심을 노릇이지 싶어요.


  어린이하고 어른이 어깨동무를 하며 걸어가는 길이 살림짓기가 되리라 생각해요. 즐겁게 웃으면서 걷는 살림짓기예요. 기쁘게 노래하며 나아가는 살림짓기예요.


  밥을 하다가 된장국을 잘못 끓일 수 있고, 때로는 냄비를 태워먹을 수 있습니다. 어른도 설거지를 하다가 그릇을 깰 수 있고, 물을 쏟아서 방바닥이 물바다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잘못 저런 잘못 모두 빙그레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내가 나한테 하는 말입니다. 어여쁜 어린이가 곁에 있다는 대목을 늘 새롭게 헤아리면서 어른인 나도 늘 새롭게 배우고 한 걸음씩 내딛자고 다짐을 합니다. 2016.2.26.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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