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를 받고서 답장을 썼어요. 아무쪼록 한국말을 새롭게 배우려는 이웃님한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제 답장을 붙입니다.)
어제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책을 읽고 제가 말하고 쓰는 한글에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이 표현이 맞는지 아닌지 정확히 구분조차 못하면서, 외국어 번역체를 그대로 쓰고 한자말을 많이 알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말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저는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좀 더 바른 한국말을 쓰고 싶습니다.
이제부터라도 한국말을 공부하려고 하는데 어떤 책을 보고 배워야 하는지 선생님에게 여쭤봐도 될까요?
+ + +
2016.2.17.
삶이 되는 말이라는 생각을
보내신 글 잘 받았습니다.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을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책은 열다섯 살 눈높이에 맞추어서 썼어요. 중학교 나이쯤 되면 찬찬히 헤아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왜 열다섯 살 눈높이를 헤아려서 이 책을 썼느냐 하면,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도 이제껏 한국말을 찬찬히 돌아보는 삶을 누리지 못하기 마련인 한국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스무 살이나 서른 살이나 마흔 살 나이라 하더라도, 정작 중·고등학교를 다니거나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 한국말을 제대로 배운 일도 드물기 마련이에요. 대학교에서는 논문을 쓰며 어려운 한자말을 많이 집어넣어야 마치 학문이 되는 듯이 잘못 배우기까지 하는 한국 사회이고요.
그러니까 우리 한국 사회에서는 한국말을 제대로 차근차근 배운 사람이 거의 없는 셈이라고까지 할 만해요. 학교에 ‘국어’ 과목이 있지만, 이 과목은 ‘우리말’이나 ‘한국말’을 가르치거나 배우는 수업이 아니라, 입시 문제를 푸는 수업이 되기 일쑤예요. 한국말을 슬기롭게 익혀서 아름답고 알맞게 쓰는 길을 한국 사회나 학교에서는 좀처럼 못 배운다고 할까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에 앞서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하고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하고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하고 《생각하는 글쓰기》하고 《사랑하는 글쓰기》하고 《뿌리깊은 글쓰기》 같은 책을 썼습니다. 제가 쓴 책입니다만, 한국말을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마을에서나 사회에서 배운 일이 없거나 드문 이웃님한테 말을 새롭게 살펴서 익히는 길동무가 되기를 바라면서 쓴 책이에요. 이 책들이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알아두실 대목이 있어요. 무엇인가 하면, 외국어 번역체나 어려운 한자말을 쓰더라도 크게 대수롭지는 않습니다. 스스로 ‘내가 잘못된 말을 썼구나!’ 하고 생각하지는 말아 주셔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같은 책을 썼으면서 왜 이런 말을 하나 하고 궁금하게 여기실 수 있을 텐데요, 외국어 번역체나 외국말이나 일본말이나 일본 한자말 같은 말을 쓴다고 해서 ‘잘못’이지 않습니다. 아직 한국말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서 그런 말투를 썼을 뿐이에요.
그러니까, 우리가 스스로 깎아내리거나 아쉽게 여기는 마음은 없어야 해요. 아직 못 배워서 아직 잘 모를 뿐이랍니다. 그러니, 즐겁게 배우면 돼요. 아이들이 말을 처음 익힐 적에 ‘난 말을 하나도 모르잖아!’ 하면서 짜증을 내거나 골을 부리지 않아요 ^^;;;;; 그렇지요? 아이들이 말을 차근차근 배우면서 아주 기뻐하고 좋아하고 사랑하고 웃듯이, 우리도 어른인 몸이자 삶으로 한국말을 ‘아주 처음부터 새롭게 배우는 자리’에서는 ‘아이고 힘들어!’ 같은 생각이 들면 안 돼요. 이런 생각이 들면 너무 어렵습니다.
아이가 처음 말을 배우듯이, 우리 어른들도 한국말을 이제부터 처음으로 배운다고 하는 마음이 되어야지요. 그래서, 늘 기쁨으로 배워 보셔요. 하루에 한 마디를 새로 배우든, 한 주나 한 달에 다문 한 가지를 새로 배우든 늘 기쁨이 되도록 가다듬어 보셔요. 이렇게 하면 무척 쉬우면서 즐겁게 한국말을 배울 수 있어요.
제가 쓴 책은 ‘한국말 이야기’도 다루지만, 글월(문장)을 아주 꼼꼼히 다듬은 글이기도 해요. 저로서는 제가 배운 테두리에서 가장 정갈하면서 사랑스러운 한국말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글을 수없이 가다듬어서 그 같은 책을 썼어요. 그리고 그 책에 실은 글은 ‘입으로 말하면서 쓴 글’이에요. 입으로 말하면서 손질하고 고쳤어요.
무슨 뜻인가 하면,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이나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나 《뿌리깊은 글쓰기》 같은 책을 장만해서 읽어 주신다면, 이 책을 소리내어 읽어 주시기를 바라요. 그래야, 이러한 한국말이 입과 머리와 몸에 익어요.
제가 골라서 쓴 낱말 가운데 낯선 낱말이 있으면, 그냥 한자말로 쓰셔도 돼요. 처음부터 모두 다 바꾸려 하지 마셔요. 받아들여서 배울 수 있는 만큼 천천히 배우시기를 바라요. 자, 이때에도 아이들을 생각하시면 돼요. 아이들은 며칠이나 몇 달 만에 한국말을 깨우치지 않아요 ^^;;; 그렇겠지요? 아이들도 여러 해에 걸쳐서 말을 익히지요. 기본 의사소통은 한두 해나 서너 해 만에도 다 깨우치지만, 한국말을 제대로 잘 살려서 쓰기까지는 아이들도 얼추 열 해가 걸립니다. 아이들이 열 해에 걸쳐서 한국말 바탕을 닦는다는 삶결을 헤아리시면서, 어른인 우리도 ‘앞으로 열 해’에 걸쳐서 천천히 한국말을 새로 배우겠다는 마음이 되어 보셔요. 이러한 마음으로 열 해를 차근차근 살아내시면, 앞으로 열 해 뒤에는 놀랄 만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한국말을 쓰시면서, 멋진 문학가나 철학가나 어버이나 어른이나 사람으로 우뚝 설 수 있겠지요.
글을 쓰는 마음은 이오덕 님이 쓴 《우리 문장 쓰기》가 길동무가 될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글과 말과 삶이 얽힌 수수께끼를 헤아리는 데에는 《람타 화이트북》이 길동무가 될 만하다고 생각해요. 아무쪼록 즐거우면서 기쁜 마음이 되셔서, 열 해에 걸쳐 차근차근 ‘느릿느릿’ 배우시면서 말삶을 가꾸어 보셔요.
그리고, 제 누리집에 올리는 글을 꾸준히 동무 삼아서 읽어 보셔도 될 테고요. 제 누리집은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책날개에 적혔습니다.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hbooklove)로 들어오셔도 되고요. 고맙습니다. 새해에 기쁨 짓는 나날 누리셔요. ^___^
2016.2.17. 숲노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