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수학 그림책 - 미야니시 다쓰야의 ‘수’ 이야기
미야니시 다쓰야 글.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16



밤하늘 별을 세는 숫자놀이

― 처음 만나는 수학 그림책

 미야니시 다쓰야 글·그림

 김숙 옮김

 북뱅크 펴냄, 2015.7.30. 11000원



  아이들하고 집에서 셈놀이를 하다가 내 어릴 적을 곰곰이 돌아봅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을 세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눈앞에 있는 것을 찬찬히 세면 되니까요. 그런데 학교에 들어가니 ‘눈앞에 없는 것’을 세라고 가르치지요. 처음에 산수를 배우면서 무척 어리둥절했어요. 아니 왜 눈앞에 없는 것을 세라고 하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이르러서야 곱셈이나 나눗셈을 한다든지, 방정식이나 여러 수식을 익히려면 ‘눈앞에 없는 것’을 기호로 셀 줄 알아야 하는구나 하고 깨달았지만, 처음에는 왜 ‘눈앞에 있는 것’이 아닌 것을 세라고 시키거나 묻는가 하고 아리송하기만 했습니다.


  내 어릴 적에 학교에서 교과서로 배운 것하고 오늘 이곳에서 아이들한테 가르칠 것을 함께 돌아봅니다. 무엇을 가르치거나 배우든 왜 가르치거나 배우는가부터 이야기할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어느 나이에 이르렀으니 꼭 배워야 한다는 얘기보다는, 이것을 배우면서 어떻게 살려서 쓸 만한가를 알려주고, 이것을 배우면서 생각이나 살림이나 생각을 얼마나 한껏 키울 만한가를 들려줄 수 있어야지 싶어요.




“모르겠지? 그러면 이 꽃삽은 내가 가져가겠다! 흐흐흐.” 숫자별 외계인이 그렇게 말한 바로 그때, (19쪽)



  미야니시 다쓰야(미야니시 타츠야) 님이 빚은 그림책 《처음 만나는 수학 그림책》(북뱅크,2015)을 아이들하고 찬찬히 읽습니다. 큰아이는 이 그림책에 나오는 셈을 잘 읽고, 작은아이는 아직 숫자를 다 읽지 못합니다. 그래도 작은아이는 손가락으로 하나씩 짚으면서 셀 줄 압니다. 그래, 너처럼 손가락으로 짚으면서 세도 되지. 누구나 처음에는 그렇게 하나씩 짚으면서(만지면서) 센단다. 이렇게 눈으로 보고 손으로 짚으면서 차근차근 느낄 적에 비로소 이러한 숫자를 마음으로도 그릴 수 있어.


  그림책 《처음 만나는 수학 그림책》에는 외계인이 나옵니다. 처음에는 ‘숫자별 외계인’이 지구별에 나타나서 놀이터 아이들한테 다가오더니 낼름 꽃삽을 빼앗습니다. 아무 말도 없이 꽃삽을 빼앗더니 숫자 문제를 못 풀면 꽃삽을 그대로 가져가겠노라 하고 말해요.


  어른인 이 외계인은 참으로 엉뚱하지요. 난데없이 나타나서 뜬금없이 아이들 것을 빼앗겠다고 하니까요. 더군다나 문제를 못 풀면 제 것이라고 외치니 더더욱 짓궂지요.




비행접시가 땅에 내려왔어. 그 안에서 숫자별 외계인 아이들이 내렸어. “얘들아, 숫자별 외계인 아이들 수는?” “음, 5보다 5 많으니까…….” “답은 바로 10이지!” 누군가가 대답하면서 비행접시에서 나왔어. (28∼29쪽)



  꽃삽을 빼앗긴 아이들은 씩씩하게 숫자 문제를 풉니다. 숫자별 외계인은 지구별 어린이가 너무 똑똑하다면서 붉으락푸르락합니다. 나중에는 그냥 꽃삽을 가로채려 합니다. 이즈음 아이들을 돕는 ‘더하기 아저씨(더하기 맨)’가 나타나서 도와주어요. ‘더하기 아저씨’는 숫자별 외계인을 꼼짝 못하도록 ‘더하기 문제’를 척척 맞추어 줍니다.


  나중에는 숫자별에서 ‘어린이 외계인’하고 ‘어머니 외계인’까지 지구별로 찾아와서 함께 숫자놀이를 해요. 어머니 외계인은 지구별 꽃삽이 더없이 멋있고 쓸모있구나 싶어서 얻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아버지 외계인’이 짓궂은 짓을 해서 미안하다고 밝히면서 ‘숫자로 선물’을 남기고 떠납니다.


  뭐, 숫자놀이하고는 동떨어진 얘기이지만, 꽃삽은 참으로 멋있고 재미난 연장이에요. 꽃삽으로 흙을 잘 뜰 수 있고, 꽃삽으로 땅을 파서 씨앗을 심기에 좋고, 작은 나무라면 꽃삽으로도 얼마든지 옮겨심기를 할 만해요. 꽃삽 하나만 있으면 흙놀이를 신나게 하면서 해가 떨어지는 줄조차 잊을 만하고요.



숫자별 외계인들은 모두 자기네 별로 돌아갔어. 이제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에 비행접시는 없어. 하나도 없으니까 비행접시 수는 0(영)이야. 개구리도 집으로 가서 보이지 않았어. 한 마리도 없으니까 개구리 수도 0. 달팽이도 닭도 가 버려서 한 마리도 없기 때문에 달팽이도 닭도 0. (38쪽)




  그림책 《처음 만나는 수학 그림책》을 보면, 숫자별 외계인이 내는 숫자 문제가 나옵니다만, 이 문제 말고도 숫자로 셀 것이 곳곳에 나옵니다. 이를테면, 구름이 있고, 나무가 있어요. 숫자별 외계인이 타고 오는 우주선도 있으며, 어느새 밤이 깊으면서 하늘 가득 돋은 별도 있지요. 숫자별 외계인이 지구를 떠난 뒤에는 밤하늘 별만 가득 남는데, 아이들하고 별 숫자를 세면서 놀 수 있습니다.


  그림책을 함께 보던 큰아이는 “별이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세?” 하고 묻습니다. 나는 “하나씩 세다 보면 다 셀 수 있어.” 하고 얘기해 줍니다. 못 셀 듯하다고 여기면 못 세기 마련이고, 하나씩 세다 보면 다 셀 수 있기 마련이에요.


  그림책에 나오는 별을 셀 만하다면, 우리 집 마당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만나는 수많은 별도 셀 만해요. 마당에 놓은 평상에 함께 드러누워서 서로 하늘을 갈라 한쪽 하늘에 별이 얼마나 되는가를 세 볼 수 있습니다. 하나부터 백까지 세고, 백에서 이백까지 셉니다. 숫자는 자꾸 늘어서 삼백이 되고 사백이 됩니다.


  문득 어릴 적 일이 다시 떠오릅니다. 어릴 적에 우리 어머니는 나한테 숫자 세기를 시키면서 숫자하고 가까워지도록 이끌었습니다. 별을 세도록 이끌었고, 꽃을 세도록 이끌었어요. 때로는 나뭇잎을 세도록 이끌었어요. 잠자리에서는 잠이 올 때까지 숫자를 몇까지 셀 수 있는지 물어보셨어요. 때로는 서로 숫자를 하나씩 말하기를 하면서 밤을 지새우기도 했고요. 이제 와서 돌아보니 천이나 이천이라는 숫자를 서로 하나씩 말하면서 숫자놀이를 하는 일이란, 이런 놀이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란, 참 대단하네 싶습니다. 천까지 함께 세고, 이천까지도 같이 세는 몸짓으로 어른들은 아이들을 사랑으로 가르치는 셈입니다. 2016.2.12.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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