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여왕 - 스텔라이야기.겨울편
마리 루이스 개이 글 그림, 조현 옮김 / 현암사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14



이렇게 멋지고 착한 누나가 다 있을까

― 눈의 여왕 (스텔라 이야기·겨울 편)

 마리 루이스 개이 글·그림

 조현 옮김

 현암사 펴냄, 2007.7.10. 7800원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철에 맞추어 네 권으로 나온 ‘스텔라 이야기’ 가운데 겨울 이야기인 《눈의 여왕》(현암사,2007)을 겨울에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는 스텔라하고 샘, 이렇게 두 아이가 나옵니다. 스텔라는 누나이고 샘은 동생입니다. 스텔라는 봄부터 겨울까지 두루 겪어서 제법 잘 알고, 샘은 아직 네 철을 잘 모릅니다. 이것저것 모르는 것이 많아서 궁금한 것도 많은 동생 샘은 누나한테 끝없이 “왜?”라고 하면서 물어요. 이것저것 먼저 겪어서 스스로 깨우친 누나 스텔라는 끝없이 묻는 동생한테 차근차근 하나씩 알려주는데, 누나로서도 아직 잘 모르겠으면 한참 생각을 해 보아야 하는데, 귀찮아 하거나 성가셔 하지 않아요. 그야말로 훌륭하게 동생을 이끌면서 함께 놀고, 신나게 놀며, 멋지게 놀아요.



“누나, 눈은 차가워? 얼음처럼 얼어붙는 거야?” “응, 눈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처럼 차갑지. 아기토끼 솜털마냥 보드랍기도 해. 샘, 밖으로 나가자.” (7쪽)




  그림책 《눈의 여왕》에 나오는 스텔라 누나도 어릴 적에 제 동생처럼 늘 “왜?” 하고 물으면서 살았으리라 느껴요. 샘이 아직 동생으로 찾아오기 앞서, 그러니까 스텔라가 퍽 어렸을 적에, 스텔라는 어머니랑 아버지한테, 또 둘레 언니 오빠한테 언제나 “왜?” 하고 물었을 테지요. 스텔라한테도 궁금함을 풀어 준 어버이랑 이웃이 있을 테지요. 늘 모든 것을 궁금하게 여기면서 하나씩 배우고, 언제나 모든 것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즐겁게 배웠을 테지요.


  그림책을 한참 보다가 우리 집 두 아이가 꽤 어리던 나날을 돌이킵니다. 큰아이가 눈을 처음 보던 날을 돌이키고, 작은아이가 눈을 처음 보던 날을 되새깁니다. 눈을 처음 보던 큰아이는 그저 물끄러미 눈송이를 바라보았고, 뺨에 닿으며 녹고 손바닥에 내려앉아서 녹는 하얀 것을 무척 재미나게 여겼어요. 걸음마를 처음 떼면서 눈밭을 밟다가 뒹구는 즐거움을 느끼면서 웃었고, 세 살 무렵부터는 커다란 빗자루를 옆구리에 끼고 눈을 쓰는 일을 거들었어요. 작은아이가 우리 집에 찾아온 뒤에는 큰아이가 눈덩이를 뭉쳐서 동생한테 보여주었지요.



“샘, 우리 눈사람 만들자.” “누나, 눈사람은 어디서 자?” “푹신한 눈밭에서 자지.” “누나, 눈사람은 뭘 먹어?” “눈송이랑 …… 눈으로 만든 완두콩이랑 …… 눈옷이랑!¨ (10∼11쪽)



  한집에서 사는 두 아이는 서로 가장 살가우면서 즐거운 놀이동무입니다. 나이가 벌어지기에 몸집이 다르고, 큰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동생이 다 따르지는 못하지만, 큰아이는 동생한테 맞추어 신나게 놀 줄 압니다. 작은아이는 누나가 하듯이 다 따라가지 못하지만 누나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찬찬히 지켜보고는 하나씩 똑같이 따라하려 합니다. 작은아이는 어버이한테서도 배우지만 누구보다 누나한테서 훨씬 즐겁고 재미나게 배워요.


  어느 모로 본다면 큰아이는 동생한테 놀이동무이면서 길동무이고 스승이기도 한 셈이랄까요. 큰아이 스스로 먼저 겪은 온갖 삶과 살림을 동생한테 기쁘게 알려주고 살가이 보여주며 신나게 물려주는 셈이랄까요.




“누나, 눈은 어디에서 내리는 거야? 여름엔 어디에 가 있다가 와? 그리고 눈덩이 하나에 눈송이가 몇 개나 들어갈까?” “모올라, 샘, 이거 좀 도와줘.” (20∼21쪽)



  그림책 《눈의 여왕》에 나오는 동생 샘은 묻고 묻고 또 묻습니다. 자꾸 묻고 새로 묻고 거듭 묻습니다. 누나가 궁금함을 곧바로 풀어 주지만, 이내 새로운 궁금함을 길어올려서 물어요. 그림책을 가만히 보면, 동생 샘은 누나가 하나씩 알려줄 적마다 “알려줘서 고마워” 하고 말할 틈이 없도록 끝없이 묻기만 해요. 누나 스텔라는 동생이 물을 적마다 곧바로 대꾸합니다. 하나하나 알려주는데, 정 모르겠구나 싶은데 또 새롭게 물으면 “모올라!” 하고 외치지만, 다음에 묻는 것을 알 만하다 싶으면 다시 상냥하게 가르쳐 주지요. 그리고, 동생 마음을 새로운 곳으로 돌릴 줄 압니다. 동생이 그저 묻기만 하지 말고 몸으로 스스로 겪어서 알아차릴 수 있기를 바라요. 왜 그러한가 하면, 누나 스텔라도 동생만 하던 때에 언제나 몸으로 스스로 겪어서 한결 잘 알 수 있었을 테니까요.


  이를테면, 어머니랑 아버지가 “바닷물은 짜단다” 하고 말해 준대서 이를 그냥 받아들여서 알기는 어려워요. 아이들이 몸으로 스스로 바닷물을 먹어 보아야 비로소 “아하, 바닷물은 이만큼 짜네” 하고 알지요. 어머니랑 아버지가 “그렇게 달리다가 넘어져서 무릎이 깨지면 아프지” 하고 말해 준대서 이를 그냥 받아들여서 알기는 힘들어요. 아이들이 몸으로 스스로 신나게 뛰어놀다가 때때로 넘어지거나 자빠지거나 엎어져서 무릎도 얼굴도 팔꿈치도 깨지거나 긁혀서 피가 나 보아야 “아하, 넘어져서 다치면 이렇게 아프네” 하고 알아요.




“샘, 눈으로 천사를 만들자. 커다란 날개 달린 천사 말이야.” “누나, 눈사람 천사도 날 수 있어? 노래도 할 수 있고?” (28∼29쪽)



  누나 스텔라는 끝없이 왜 왜 하고 묻는 동생 샘한테 ‘눈 천사’를 빚자고 말합니다. 동생 샘은 누나 스텔라가 ‘눈 천사’를 빚자고 말하니, 함께 눈을 뭉쳐서 눈 천사를 빚기보다는 ‘눈 천사’가 하늘을 날 수 있는지 궁금해 해요. 게다가 눈 천사가 노래를 할 수 있는지도 궁금해 해요. 이때에 누나 스텔라는 어떻게 할까요?


  누나 스텔라는 더없이 상냥하고 멋지면서 착한 아이답게 동생 샘더러 ‘귀를 기울여서 들어’ 보라고 말합니다. 눈으로 빚은 천사가 들려주는 노랫소리를 동생 샘더러 들어 보라고 말해요.


  이 말을 들은 동생 샘은 ‘왜? 왜? 왜?’ 하고 묻는 말을 그치고는 누나가 말한 대로 조용히 귀를 기울입니다. 모든 말을 멈추고 고요히 귀를 기울여서 ‘눈 천사’가 부르는 노랫소리를 들으려고 해요. 그림책 《눈의 여왕》에서 이 대목을 읽다가 괜히 짠합니다. 우리 집 큰아이도 동생하고 놀다가 곧잘 이 모습으로 동생을 이끌거든요. 동생이 스스로 새롭게 몸으로 받아들여서 깨닫도록 이끄는 말을 무척 부드러우면서 살갑게 하곤 해요.


  따사로운 말 한 마디로 궁금함을 풀어 줄 뿐 아니라, 스스로 삶을 새롭게 배우는 길로 접어들 수 있습니다. 너그러운 말 한 마디로 수수께끼를 풀어 줄 뿐 아니라,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사랑을 새롭게 마주하는 살림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가르치는 사람은 모름지기 상냥할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어버이 자리에 선 사람도, 누나나 언니 자리에 서는 사람도, 나이를 한 살이라도 더 먹은 사람도, 한결같이 상냥하면서 착한 마음씨로 슬기롭게 이야기꽃을 피울 노릇이로구나 싶습니다. ‘왜?’ 하고 끝없이 묻는 아이가 예쁘고, ‘그건 말이지’ 하고 끝없이 알려주는 아이가 사랑스럽습니다. 4349.1.23.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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