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차려서 먹는 밥처럼



  내가 차려서 먹는 밥처럼, 내가 지어서 쓰는 글처럼, 내가 장만해서 읽는 책 한 권이 바로 내 삶을 이룬다. 아이들한테만 맛난 밥을 지을 수 없듯이, 나한테만 맛난 밥을 짓지 못한다. 아이들 입맛에만 맞추는 밥을 먹지 않듯이, 내 입맛에만 맞추는 밥을 차리지 않는다.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은 아이들한테도 가르치고 싶은 것이요, 내가 읽으려고 하는 책은 나중에 아이들한테도 ‘한번 읽으렴’ 하고 건넬 만한 책이다.


  손수 맛나게 짓는 밥을 그야말로 맛나게 먹을 수 있듯이, 손수 기쁘게 쓰는 글을 바로 내가 기쁘게 되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손수 사랑으로 장만해서 읽는 책을 한결같이 사랑스레 아이들한테 읽힐 수 있다.


  밥상을 다 차려서 숟가락을 들 즈음, 내 밥그릇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 고운 밥을 내가 지었구나 하고 생각한다. 책 한 권을 장만해서 두 손에 쥔 뒤, 이 책을 천천히 펼치면서 헤아린다. 이 멋진 책을 오늘 내가 만나서 즐겁게 읽을 수 있구나. 4349.1.23.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삶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