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89] 찍찍이



  겨울로 접어들어 자전거를 탈 적에는 긴바지를 입습니다. 이때에는 바지 끝이 발판이나 쇠줄에 걸리지 않도록 끈으로 조이지요. 상자나 짐을 묶는 여느 끈으로 바짓단을 조일 수 있고, 따로 마련한 조임끈을 쓸 수 있으며, ‘찍찍이’를 앞뒤로 댄 끈으로 감아서 조일 수 있어요. ‘찍찍이’를 보면 한쪽은 오돌토돌하게 튀어나와서 걸도록 하는 자잘한 고리가 있고, 다른 한쪽은 이 고리가 맞닿으면 잘 들러붙도록 하는 보풀보풀한 천이 있어요. 두 가지 다른 천이 맞닿으면서 잘 붙고, 두 가지 다른 천을 떼려고 하면 ‘찌찍’ 하는 소리가 나지요. 이 소리를 빌어서 ‘찍찍이’라고 해요. 옷을 입을 적에 앞섶을 여미거나 바지를 여미려고 ‘주루룩’ 올리는 것이 있어요. 이를 놓고 ‘지퍼(영어)’나 ‘쟈크(일본말)’라고도 하는데, 주루룩 올리는 모습을 빗대어 ‘주루룩’나 ‘쪼로록’이라 하기도 해요. 왜 그렇잖아요, “옷 좀 주루룩 올려?” 하지요? 아기는 옷을 혼자 못 입기에 어버이가 옷을 입혀 주는데, 이때에 “자, 쪼로록 올릴게.” 하고 말하면 아기는 ‘쪼로록’이란 말을 재미나게 잘 알아들어요. 북녘에서는 ‘쪼로로기(쪼르로기)’라는 이름을 써요. 4349.1.2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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