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길 - 살림의 그물 10
고다니 준이치 지음, 홍순명 옮김 / 그물코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no.26869 [문화-환경] 농부의 길 (고다니 준이치)
name : 최종규    hits :1    / date : 2006.02.05 11:03:00 

- 책이름 : 농부의 길
- 글쓴이 : 고다니 준이치
- 옮긴이 : 홍순명
- 펴낸곳 : 그물코(2006.1.30.)
- 책값 : 8000원

 농사는 왜 짓나요? 밥먹으려고 짓지. 돈은 왜 버나요? 먹고살려고 벌지. 그러면 어떤 밥을 먹고 어떤 돈을 벌고 싶은가요? 맛있는 밥을 먹고 일해서 보람을 얻는 돈벌이를 해야지. 그렇지요? 그렇겠지요?


.. 만일 사람이 천년만년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이기심과 탐욕의 덩어리가 되어 이 세상은 아수라 같은 지옥이 될 것입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쌓아 놓고 있어도 지위가 아득하게 높아도 엄숙한 `죽음'이 심판을 내릴 때, 돈과 지위가 대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그야말로 티끌과 같습니다. 죽음으로도 사라지지 않는 것, 죽음으로도 부정할 수 없는 것, 우리는 목숨을 걸고 이것을 구해야 합니다 ..  〈39쪽〉


 《농부의 길》은 시골에 가서 농사꾼이 되어 농삿일을 잘하는 방법을 말하지 않습니다. 도시에서 도시사람으로 살든, 시골에서 시골사람으로 살든 `농사꾼 마음'이란 무엇인가를 차근차근 들려줄 뿐입니다.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시골로 끌고온들 농사를 짓겠습니까. 드넓은 논밭이 주어진다고 해서 즐겁게 농사를 짓겠습니까. 로또복권에 1등으로 뽑혀서 억만금을 번다한들 옳은 곳에 선선히 돈을 쓰겠습니까. 과장이 되고 부장이 되고 사장이 된다한들 자기한테 주어진 직책과 힘을 여리고 고달픈 사람을 돌보고 감싸는 데에 쓰겠습니까.

 농사짓는 마음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마음이기도 하겠구나 싶습니다. 내 먹을 것을 짓는 한편, 이웃한테 나눠 줄 것을 짓는 농사입니다. 내 것으로 무엇을 더 가지려 하거나 삼으려 하지 않는 마음이기도 하지 싶습니다. 좀더 많이 거두려고 억지를 쓰면 땅심이 줄어서 이듬해에는 거의 못 거두기도 해요. 그래서 언제나 논밭 넓이와 모습에 따라 알맞게 지을 뿐입니다. 뿌린 대로 거둔다지요.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지요. 우리가 땅을 더럽히면 땅에서 거두는 곡식도 더럽습니다. 우리가 땀을 흘리지 않으면 땅에서 거두는 곡식에도 쭉정이가 많습니다.

 농사를 짓는 농사꾼으로 살겠다면 무엇보다도 땅을 잘 알아야 하지만, 자기 자신도 잘 알아야 합니다. 농사꾼으로 살기는 어렵겠다면, 시골 아닌 도시에서 살더라도 참된 마음, 올곧은 자기 자신, 깨끗한 마음과 생각만큼은 추스르고 다스릴 수 있어야 좋습니다. 곡식농사를 짓지 않을 뿐이지, 사람농사를 지을 수 있고 책농사를 지을 수 있습니다. 공장에서 일하든 신문사에서 일하든 관공서에서 일하든 큰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 일하든 `농사짓는 마음', 곧 자기 것을 더 욕심내어 챙기지 않으면서 함께 어울리고 나누는 마음,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을 가꾸고 다스리면서 올곧게 살아가는 몸가짐을 가꾸면 좋아요.

 나를 사랑하며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면서 뭇목숨과 땅과 해와 물과 바람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자연과 뭇목숨을 사랑하면서 사람을 더 그윽히 사랑할 수 있고, 사람사회를 사랑하면서 자기 자신을 더 깊이 사랑할 수 있습니다. 같이 가려는 마음, 어깨동무하려는 마음을 말하고 가르치고 배우고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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