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산책 - 우주와 지구의 탄생, 그리고 생명의 진화. 경이로운 시간과 함께 걷다
이정규 지음 / 이데아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책읽기 삶읽기 223



지구별에서 우주를 바라보는 나들이

― 우주 산책

 이정규 글

 이데아 펴냄, 2015.12.15. 14000원



  밤하늘에 올려다보는 뭇별이 ‘오늘 반짝이는 빛’이 아니라 아스라히 먼 옛날에 반짝이던 빛이라는 대목을 어릴 적에 학교에서 배웠습니다. 그래서 저 별에서 내뿜는 빛을 우리가 오늘 이곳에서 보지만, 막상 오늘 이곳 이때를 헤아리면 ‘저 별은 우주에서 사라지고 없을’ 수 있다는 대목도 배웠어요.


  이러한 이야기를 배우며 한참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러면, 지구라는 별에서 저 별로 내뿜는 빛도 저 별에서는 아스라히 먼 앞날이 되어야 받을까요? 저 먼 별에서 지구빛을 받을 적에는 아스라히 까마득한 옛날 빛을 받는 셈일까요?



내가 저 산과 나무들을 볼 수 있는 건 바로 저 먼 우주 공간을 여행해 온 별들과 은하들의 빛 때문이었다. (33쪽)


우리가 이렇게 우주에서 생겨 나온 산물이라면, 우리 안에는 우주 진화의 특성이 있지 않을까? (160쪽)



  이정규 님이 쓴 《우주 산책》(이데아,2015)을 읽습니다. 지구를 둘러싼 여러 별을 비롯해서, 지구에서 한참 멀 뿐 아니라 새까맣게 먼 뭇별 이야기를 가볍게 나들이를 하듯이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이정규 님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대학에서 천문학을 익힌 뒤, 더블린과 벨파스트에서 연구원을 지냈다고 합니다. 어린이와 청소년 눈높이를 헤아리면서 우주와 별 이야기를 오랫동안 들려주었다고 해요. 《우주 산책》은 어린이와 청소년한테(또 어른한테도) 들려준 우주와 별 이야기를 한결 쉽게 간추리면서 엮은 이야기책이라고 합니다.



세상의 점점 더 많은 모습을 이해하게 되자 새롭게 등장한 것이 바로 ‘동그라미의 세계관’이다. 동그라미의 세계관에서는 우리 인간은 자연과 분리되지 않고 자연 안에 있으며, 모든 존재들과 연결되어 있고, 또 상호 의존적이라고 본다. (43쪽)



  별을 이야기하는 책 《우주 산책》은 ‘우리는 모두 우주에서 태어난 숨결’이라는 대목을 조곤조곤 들려줍니다.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없이, 궂은 사람도 착한 사람도 따로 없이, 먼먼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그야말로 아주 작은 조각이나 티끌과 같다고 하는 대목을 차근차근 밝힙니다.


  참말 그렇겠지요. 수십억 광년이나 수백억 광년쯤 떨어진 별에서 지구를 바라본다면 어떠할까요? 수십억 광년이 아닌 수만 광년 거리가 떨어진 다른 별만 생각해 보더라도 우주는 그야말로 ‘끝없이’ 넓고 ‘가없이’ 깊으며 ‘그지없이’ 대단합니다. 이 지구별에 73억에 이르는 사람이 산다고 하지만, 우주에 있는 별 숫자만 헤아려도 73억뿐 아니라 730억이 넘을 테고, 어쩌면 7300억이나 7조 300억이 넘을는지 몰라요.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의 크기가 커짐에 따라 우주 속의 우리 위치에 대한 이해도 달라져 왔다. (51쪽)



  어느 자리에 서서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려 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고 느낍니다. 지구라는 테두리에서 보느냐, 태양계 테두리에서 보느냐, 지구에서도 아시아 테두리에서 보느냐,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도 경상도나 전라도 테두리에서 보느냐, 아니면 드넓은 은하나 더 큰 은하나 은하를 품는 더 큰 우주 테두리에서 보느냐에 따라 삶도 생각도 사랑도 달라지기 마련이겠지요.


  우리가 태양계 테두리에서만 생각할 수 있어도 삶이 크게 달라지리라 봅니다. 이 너른 우주에서 전쟁무기를 깨끗이 없애버릴 수 없을까요. 이 깊은 우주를 돌아보면서 입시지옥이나 비정규직이라는 굴레를 말끔히 털어낼 수 없을까요. 함께 나아가는 아름다운 길을 생각해 볼 수 없을까요. 서로 돕고 아끼는 길로 새로 걸어가는 삶을 헤아려 볼 수 없을까요.



5시 방향으로 토성의 고리 아래쪽에 보이는 작은 점 하나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다. 73억이 넘는 인구와 수백만 종이 넘는 생명체가 함께 살고 있는 우리의 집 지구가 바로 이 한 점으로 보인다. (73쪽)


은하들이 어느 방향에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3차원 공간상에 표시하는 연구가 1980년대 중반에 시작되었는데, 여기에서 ‘거대장벽(Great wall)’이나 ‘보이드(Voids)’니 하는 구조들이 드러났다. (82쪽)



  밤마다 아이들하고 마당에 서서 놀다가 별바라기를 합니다. 처음 마당에 내려서면 아이들은 하늘에 별이 얼마나 있는지 잘 모릅니다. 불을 다 끄고 가만히 있으면 어느덧 밤눈이 트이면서 하늘 가득 별이 잔치를 벌이는 줄 알아차립니다. 별이 저렇게 많네, 하고 까르르 웃으면서 깜깜한 숨바꼭질을 하고 술래잡기를 합니다. 함께 노래하면서 춤을 추고, 다시 별바라기를 합니다. 달밤에 춤을 춘다는 옛말이 있는데, 나는 아이들하고 별밤에 춤을 춥니다.


  별 한 조각을 누리려는 삶이 되고 싶습니다. 쏟아지는 미리내를 온몸으로 받아들여서 꿈을 노래하는 사랑이 되고 싶습니다. 별도 보고 해도 보고 달도 보면서 언제나 내 가슴에 별빛과 햇빛과 달빛을 담고 싶습니다. 이 별빛처럼 시골마을 숲내음을 숲노래로 맞아들이고 싶습니다.



태양의 중심에서는 매초 400만 톤의 물질을 태워 빛을 내고 있다. 그 빛 중에서 우리 지구에 떨어지는 빛의 양은 정말 작지만, 그 덕분에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고 살 수 있는 것이다. (115쪽)


초신성 폭발은 엄청난 폭발력으로 주변의 물질을 한쪽으로 밀어서 다음 세대의 별들이 탄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렇듯 새로운 세대의 별들은 그 이전 세대의 별들이 자기 몸을 불살라 만든 수많은 원소들로 더욱 풍성해진 터전에서 태어난다. (126쪽)



  《우주 산책》은 가볍게 ‘우주 마실’을 해 보자고 하면서 손짓을 합니다. 바쁜 일을 살며시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저 하늘을 기쁘게 올려다보자고 손짓을 합니다. 이웃집으로도 마실을 다니고, 별나라로도 마실을 다니자고 손짓을 해요.


  망원경을 써서 별마실을 할 수 있습니다. 눈을 감고 고요히 생각에 잠긴 채 별마실을 할 수 있어요. 문명으로 우주선을 지어 우주에 배를 띄울 수 있을 테고, 꿈나라를 헤매면서 마음으로 우주를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또는 먼먼 우주에서 지구로 찾아오는 우주별 이웃이 있으면 그 우주선을 얻어타고 새로운 우주별로 마실을 다녀와 볼 수 있을 테지요.


  별을 바라보며 별을 가슴에 담습니다. 별을 마주하며 별을 두 손에 얹습니다. 나는 지구라는 별에 사는 지구사람이요 지구별사람이며 ‘별사람’입니다. 너도 나랑 똑같이 ‘별사람’입니다. 지구별에 깃든 사람들이 모두 아름다이 어깨동무를 하면서 온 별이 가득한 누리 저 먼 곳에서 아름답게 삶을 짓는 ‘다른 별 사람(외계인)’을 이웃으로 맞아들일 수 있기를 꿈으로 꾸어 봅니다. 4348.12.29.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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