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는데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42
로버트 배리 글.그림, 김영진 옮김 / 길벗어린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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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나무’ 한 그루가 돌고 돌아서

―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는데

 로버트 배리 글·그림

 김영진 옮김

 길벗어린이 펴냄, 2014.12.1. 1만 원



  선물은 언제 우리한테 올까요? 선물은 누가 우리한테 줄까요? 선물은 어디에서 샘솟아서 우리한테 이를까요? 선물은 왜 우리한테 나타날까요? 선물은 어떻게 우리한테 닿을까요?


  하늘에서 뚝 하고 선물이 찾아올 수 있을 테지만, 선물이 우리한테 오려면 ‘선물이 될 것’을 우리가 애타게 바라고 꿈꾸며 빌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우리 스스로 애타게 바라거나 꿈꾸거나 빌지 않고서야 선물을 받을 수 없는 일이라고 느낍니다. 늘 생각하고 언제나 가슴에 두기에 선물을 받을 만하구나 싶습니다. ‘소원종이’에 바람이나 꿈을 적는다고 하듯이, 마음에 어떤 꿈을 생각으로 깊게 새겨서 노상 되뇔 수 있을 때에 이러한 바람이나 꿈을 이룰 수 있지 싶습니다.



나무를 세우고 보니 상상한 것과 퍽 달랐어요. 나무 꼭대기가 천장에 닿아 픽 꺾였어요. 윌로비 씨가 한숨을 폭 쉬었어요. “오, 이런! 이대로 둘 순 없지!” (8쪽)




  로버트 배리 님이 빚은 그림책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는데》(길벗어린이,2014)를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한 해가 저무는 섣달에서도 스물나흘째 날에 생기는 일을 재미나게 담은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 첫머리를 보면 윌로비라고 하는 할아버지 댁에 ‘성탄절나무’ 한 그루가 찾아오는 모습이 나옵니다. 윌로비 씨는 무척 큰 집을 거느린 분이고, 무척 커다란 성탄절나무를 이녁 집안에 들이려 합니다. 그런데 커다란 집이지만 커다란 나무가 그만 다 안 들어갑니다. 나무 꼭대기가 천장에 닿아서 구부러집니다.


  윌로비 씨는 나무 꼭대기가 구부러지니 집사를 불러서 꼭대기를 자르라고 말합니다. 집사는 나무 꼭대기를 자르지요. 그러고는 이 나무 꼭대기를 이 커다란 집에서 일하는 다른 사람한테 선물로 줍니다. 그리고 이 ‘잘린 나무 꼭대기’를 받은 사람은 이녁 나름대로 이녁 방에도 놓으려 하는데 이녁 방에서 천장에 닿으니 새삼스레 다시 ‘나무 꼭대기’를 또 잘라요.



정원사 팀 아저씨가 버려진 나무 꼭대기를 보았어요. 팀 아저씨는 버려진 나무를 그냥 지나칠 사람이 아니었어요. (14쪽)



  그림책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는데》를 보면 ‘나무 꼭대기’는 자꾸 잘립니다. 여러 사람 손을 거친 뒤에는 여우가 이 나무 꼭대기를 봅니다. 여우는 이녁 보금자리로 가져가서 이 ‘여러 차례 잘려서 버려진 나무 꼭대기’를 두는데 또 ‘나무 꼭대기’가 천장에 닿는군요.


  나무 꼭대기는 또 잘려서 버려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잘려서 버려진 나무 꼭대기는 자꾸자꾸 다른 짐승 손으로 갑니다. 더 작은 짐승이 ‘더 작아진 나무 꼭대기’를 손에 쥡니다. 처음에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였는데 차츰 자그마한 ‘나무 꼭대기’가 되고, 마지막으로 생쥐한테 이릅니다.




밤이 깊었어요. 아빠 여우가 지나가다가 버려진 나무 꼭대기를 봤어요. 아빠 여우는 곰곰 생각하다가 자루에 나무 꼭대기를 담았어요. (22쪽)



  생쥐한테까지 닿은 ‘나무 꼭대기’는 사람 눈길로 보자면 매우 작습니다. 그렇지만 생쥐한테 ‘마지막으로 남은 나무 꼭대기’는 작지 않습니다. 사람한테는 매우 작아 보일는지 모르나, 생쥐한테는 ‘무척 큰’ 나무 한 그루라고까지 할 만합니다. 생쥐는 ‘나무 꼭대기를 집으로 가져가느’라 무척 애먹습니다. 눈밭에서 구르고 넘어지거든요. 아빠 생쥐가 나무 꼭대기를 가까스로 집까지 끌고 가니, 이 나무 꼭대기는 생쥐네 집에 꼭 들어맞습니다. 생쥐네 집에서는 더 ‘나무 꼭대기를 잘라야 할 일’이 생기지 않습니다.


  성탄절을 하루 앞둔 밤에 윌로비 씨를 비롯해서 여우며 토끼이며 생쥐이며 모두 기쁜 웃음이 가득합니다. 저마다 제 보금자리에 알맞게 ‘성탄절나무’ 한 그루를 집안에 두었습니다. 사람이 사는 집이든 크고작은 짐승이 사는 집이든 저마다 가슴으로 품는 꿈으로 바라보는 성탄절나무를 누립니다.



아빠 생쥐가 지나가다가 버려진 나무 꼭대기를 봤어요. 아빠 생쥐는 나무 꼭대기를 끌고 가다가 눈밭에서 꽈당. 계단을 오르다가 미끌미끌 꽈당! 후유, 겨우겨우 집에 도착했어요. 엄마 생쥐가 손뼉을 짝 쳤어요. “어쩜, 우리 집에 딱 맞아요!” 생쥐 식구는 나무 꼭대기에 샛노란 치즈 별을 달았어요. (30∼31쪽)




  나는 책상맡에 ‘내 꿈’을 적거나 그린 종이를 올려놓거나 붙입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저희 꿈을 적거나 그린 종이를 문이나 벽마다 붙입니다. 우리는 우리 꿈을 아침저녁으로 언제나 새삼스레 바라봅니다. 마음에 품은 꿈을 늘 바라보면서 이러한 꿈으로 나아가는 길을 새롭게 생각합니다. 스스로 꿈길로 걸어가고, 스스로 꿈노래를 부릅니다. 하려고 하는 일을 생각하고, 이루려는 사랑을 생각합니다. 나아갈 길을 헤아리고, 함께 어우러질 살림을 헤아립니다.


  그림책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는데》를 가만히 돌아보면, ‘나무 꼭대기’를 얻은 이들은 모두 ‘이만 한 크기로 성탄절나무가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나무 꼭대기가 버려질 때마다 길에서 이 ‘버려진 나무 꼭대기’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어요. 모두들 길에서 이 ‘버려진 나무 꼭대기’를 알아보았어요.


  여느 때에 늘 꿈으로 마음에 품지 않았다면 ‘나무 꼭대기가 버려진 자리’ 옆을 지나갈 일이 없었으리라 느껴요. 언제나 꿈으로 고이 마음에 품었기에 ‘나무 꼭대기가 버려진 자리’ 옆을 지나갔을 테고, 나무 꼭대기를 알아보았구나 싶어요. 왜냐하면, 나무 꼭대기가 버려진 자리 옆을 지나가면서 ‘다른 것’은 알아보지 않고 오직 ‘나무 꼭대기’만 알아보거든요.


  한 해가 저무는 섣달 끝자락에서 지난 발걸음을 되새기고, 앞으로 내딛을 발걸음을 되짚습니다. 꿈을 품기에 꿈을 이룬다고 하는 말을 곱씹습니다. 새해에 이루고 싶은 꿈을 아이들하고 함께 새롭게 종이에 적거나 그려서 잘 보이는 자리를 골라서 척 붙여야겠습니다. 4348.12.23.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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