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을 활활 태우려는 글쓰기



  글쓰기란 가슴에 담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이를 말이 아닌 글이라고 하는 모습으로 담는 일이다. 글은 어떻게 쓰는가 하고 묻는다면 두 가지로 말할 수 있다. 첫째, 가슴에 담을 이야기를 느낌 그대로 살려서 글로 쓴다. 둘째, 가슴에 담을 이야기를 느낌을 살살 녹이거나 활활 태워서 글로 쓴다.


  느낌 그대로 살려서 쓰는 글은 느낌을 담는 글이다. 오늘날 우리 둘레에 있는 글은 거의 모두 ‘느낌 그대로 살려서 쓰는 글’이라 할 수 있다. 이 다음으로 느낌을 살살 녹이거나 활활 태워서 쓰는 글은, 느낌을 생각으로 바꾸려고 하는 글이다. 느낌을 살살 녹이는 일은 ‘글손질’이라 할 만하고, 이는 느낌을 가볍게 손질해서 생각을 가볍게 가꾼다고 할 수 있다. 느낌을 활활 태우는 일은 ‘글짓기’라 할 만하고, 이는 느낌을 모조리 뜯어고쳐서 생각을 새롭게 짓는다고 할 수 있다.


  어떤 글이든 모두 글이다. 글을 놓고 가장 높거나 훌륭한 글을 따로 말할 수는 없다. 느낌대로 쓰든 가볍게 쓰든 새롭게 쓰든 모두 글이 된다. 때로는 느낌대로 쓰는 글이 알맞고, 때로는 가볍게 쓰는 글이 어울리며, 때로는 새롭게 쓰는 글이 아름답다.


  때와 곳을 살피면서 글을 쓸 수 있으면 된다. 내 마음에 어떠한 생각을 심으려 하는가를 찬찬히 헤아리고 차분히 되새기면서 글을 쓸 수 있으면 된다. 4348.12.22.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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