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손님 바람처럼
서울에서 도서관으로 손님이 찾아오신다. 아침 일찍 고흥으로 오는 첫 버스를 타신 듯하다. 그러나 오늘 바로 서울로 돌아가자니, 고흥에 머물 수 있는 겨를이 몹시 짧다. 서울하고 고흥 사이를 하루 만에 움직이자면 시외버스에서만 아홉 시간 남짓 있어야 한다.
바람처럼 찾아와서 바람처럼 돌아가야 할 손님을 마주하면서 가만히 생각한다. 우리 도서관이 서울이나 수도권 같은 데에 있었다면, 적어도 전라북도쯤에만 있었어도 이렇게 오랜 겨를을 써야 하지 않을 테지. 그러나 우리 도서관이 전남 고흥이라고 하는 깊은 시골에 있기 때문에, 비록 아홉 시간이라는 시외버스 마실을 해야 하지만, 이동안 버스 창밖으로 나무와 구름과 숲과 멧자락을 만날 수 있고, 섬진강도 살짝 옆으로 스치면서 냇물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구례 거치고 남원하고 전주를 가로지르면서 너른 들도 만날 수 있다.
책이 이루어지는 바탕인 숲을 헤아릴 수 있도록 살며시 돕는 ‘서울-고흥 사진책도서관 마실’이 되셨기를 비는 마음이다. 먼길 마실을 하고 돌아가는 길에 즐거운 이야기가 소복소복 내릴 수 있기를 새삼스레 빈다. 4348.12.14.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