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으며 이불깃 여미기



  어제 두 아이를 재우면서 나도 두 아이 사이에 눕고는 이불깃을 여미는데, 깜깜한 방에서 문득 ‘눈을 감고’ 이불깃을 여미는 내 모습을 느낀다. 어라? 눈을 떠도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왜 눈을 감고서 이불깃을 여미지? 눈을 감으면 깜깜한 곳에서 더 잘 보이나?


  한참 이불깃을 여미다가 눈을 떠 본다. 새까맣다. 눈을 감아 본다. 똑같이 새까맣다. 그런데 나는 굳이 눈을 감은 채 두 아이 이불깃을 여미었다. 이불깃을 여미다가 괜히 웃음이 난다. 혼자 하하 웃다가 자리에 누워서 새삼스레 눈을 감았다가 떴다가 되풀이해 본다. 깜깜한 빛만 느낀다. 이러다가 문득, 눈을 감거나 뜨더라도 늘 보이는 무엇을 느낀다. 마치 밤하늘에 가득한 별 같은 아주 작은 빛송이가 눈을 뜨든 감든 늘 수없이 보인다. 바탕은 새까맣지만 그냥 까맣기만 하지 않고, 수많은 별잔치가 두 눈 가득 있다.


  그나저나 왜 나는 아이들 이불깃을 여밀 적에 눈을 감을까 하고 돌아보니, 두 아이가 갓난쟁이일 적에 밤에 기저귀를 갈며 으레 누운 채 갈곤 했기에 그때 버릇이 고스란히 남았구나 싶다. 밤에 불을 켜면 아이들이 눈부셔 하니까 언제나 깜깜한 채 기저귀를 갈았고, 오줌으로 폭 젖은 기저귀를 들고 깜깜한 마루를 지나서 씻는방으로 가져가서 담갔다. 어두운 곳에서 스스로 더 어두운 눈이 되어 느낌으로 살피면 오히려 무엇이 어디에 있는가를 더 잘 헤아린다고 할까. 어두운 곳에서는 눈에 기대지 않으면 한결 잘 보인다고 할까. 그래서 깜깜한 밤에 눈을 가만히 감고서 이불깃을 여미는 셈이구나 싶다. 4348.12.13.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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