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보렴, 박주가리 씨앗이니까



  박주가리 열매는 가만히 두면 속에 깃든 하얀 물이 마르면서 새하얀 솜털이 달라붙은 씨앗이 가득 깃든 채 천천히 벌어진다. 스스로 벌어지면서 스스로 씨앗을 날린다. 아주 부드러운 솜털날개를 손바닥에 얹고서 후후 날리면 바람을 타고 곳곳으로 퍼진다. 두 아이가 씨앗 날리기를 하기 앞서, 씨앗하고 솜털날개가 어떻게 생겼는가를 찬찬히 들여다보도록 한다. 자, 잘 보렴. 이 아이들이 박주가리 씨앗이란다. 잘 지켜보고 온 사랑을 담아서 날려 주렴. 4348.12.6.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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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5-12-06 13:19   좋아요 0 | URL
어렸을 때 저거 많이 따서 먹었답니다. 집 뒤울/담장이나 들에 저런 게 많았는데요. 산과 들에서 구해 먹었던 수많은 군것질 거리 가운데 하나였죠. 어렸을 때 우리 동네 아이들끼리 뭐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네요. ‘박주가리’라는 이름은 숲노래 님 덕분에 알게 되었네요. 아주 연하고 부드러워서 씹는 느낌이 좋아요. 맛은 담백한데요. 오래 씹으면 달착지근해지는 느낌도 들죠. 저거 바짝 마르면 저절로 터져서 아주 희고 가벼운 솜털 씨앗이 수십~수백 개씩 날리죠. 저도 시골돌이 시골순이처럼 저거 씨앗 날리는 놀이 많이 해봤답니다~ ㅋ

숲노래 2015-12-06 14:28   좋아요 0 | URL
요 박주가리 씨앗을 처음 딸 적에 하얀 물이 흘러서 한 번 혀로 핥아 보니 무척 보드라웠어요. 이 하얀 물은 약처럼 쓴다고 하더군요. 다친 데에 바르면 곧 아문다고 해요. 어릴 적에 이 열매를 드셨다면 몸을 낫게 해 주는 멋진 풀약을 실컷 드신 셈이겠네요.

그런데, 그 하얀 물이 스스로 차츰 말라서 하얀 솜털로 바뀌니, 이러한 모습도 무척 놀라우면서 재미있어요. 그나저나, 이렇게 씨앗을 날리고 심기도 하고 뿌리기도 했는데, 아직 저희 집 마당에서는 박주가리가 안 돋습니다 ㅍ.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