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이 가방에서 나온 잇솔
이틀을 바깥잠을 자고 고흥으로 돌아오는데, 내 잇솔이 아무리 보아도 안 나왔다. 나는 틀림없이 잘 보이는 곳에 놓았다고 여겼으나, 다른 것은 다 나와도 잇솔만큼은 안 나왔다. 하는 수 없이 이도 못 닦고, 잇솔도 잃었네 하고 여기면서 고흥으로 돌아왔는데, 오늘 아침에 작은아이가 제 가방에 있는 장난감을 모두 방바닥에 쏟으면서 노는 모습을 지켜보니, ‘작은아이 가방에 담긴 장난감’ 사이에 내 잇솔이 있다. 응? 왜 아버지 잇솔이 네 가방에 있니? 작은아이는 말없이 빙그레 웃기만 한다. 얘야, 네 것이 아니면 함부로 네 가방에 넣지 말아야지. 네가 그렇게 넣으면 네 것이 아닌 그 물건 임자는 그것을 써야 할 적에 제때 못 쓴단다. 네 것이 아니면 함부로 가져가거나 챙기면 안 되고, 언제나 반드시 물어보아야 해. 그래도, 잃었다고 여긴 잇솔은 찾았다. 바로 옆에 있었다. 4348.12.1.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