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한 켤레 1000원
올겨울에 신을 내 양말이 집에 한 켤레도 없기에 서울마실을 하는 김에 양말을 한두 켤레 살 생각이었다. 그런데 시외버스를 내린 뒤 서울에서 처음
본 양말집에서는 한 켤레에 3500원이었기에 움찔했다. 한 켤레에 3500원짜리에는 차마 손을 뻗지 못했다. 3500원은 비싼가? 3500원짜리
양말을 신으면 안 될 노릇일까? 나한테는 3500원이나 5000원짜리 양말은 안 어울리는가?
서울에서 이틀 동안 구멍난 양말을 신고 다니다가 고흥으로 돌아가려고 고속버스역으로 가는데, 강남지하상가에서 ‘한 켤레 1000원’ 하는 알림글을
붙인 양말집을 본다. 아, 하는 소리가 나면서 걸음을 멈춘다. 양말이면 다 같은 양말이니 3500원이건 1000원이건 장만할 노릇인데, 나는 나
스스로 내 몸이 1000원짜리 양말을 신어야 어울린다고 생각했을까.
이제 막 가게 문을 여는 양말집 안쪽에 대고 “사장님!” 하고 부른다. 1000원짜리 양말을 두 켤레 고른다. 하나는 눈사람 무늬가 작게 들어간
짙푸른 양말이고, 다른 하나는 배롱꽃빛 돼지가 춤추는 양말이다. 한 켤레만 사려다가, 내가 아무래도 마수인 듯해서 두 켤레를 산다. 서울에서
양말을 사자고 생각한 대로, 양말을 사기는 샀다. 막상 이틀 걸어다니는 동안 신을 양말은 못 사고, 시외버스를 타기 앞서 비로소 샀다.
4348.11.25.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