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이의 바다 낮은산 작은숲 9
최윤식 지음, 김호민 그림 / 낮은산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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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름 : 웅이의 바다
- 글 : 최윤식 / 그림 : 김호민
- 펴낸곳 : 낮은산(2005.12.15.)
- 책값 : 8300원

 우리 나라에는 농사꾼이 있고 고기잡이가 있고 광부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다른 나라에서 사들인 고기보다는 나라안에서 키운 고기를, 그것도 `한우'를 좋아하는 만큼 이 나라에는 농사꾼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물고기 한 마리도 저 먼 북태평양이나 남태평양보다는 이 나라 바다에서 잡은 `국산'이 더 좋다고 생각하지요? 조개도 오징어도 그렇지요?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어이된 일인지 스스로 농사꾼이 되거나 고기잡이가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농사꾼을 기르겠다고 하는 초중고등학교나 대학교가 있나요? 고기잡이를 기르겠다고 하는 초중고등학교가 있나요? 학교도 없지만, 아이들을 농사꾼이나 고기잡이로 키우겠다는 부모도 어른도 친척도 교사도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없습니다. 정치꾼들은 선거철만 되면 시골에 가서 이런저런 아양을 떨지만, 정작 그 시골사람들이 즐겁게 살아갈 터전, 시골사람을 키우는 학교에는 어느 누구도 마음쓰지 않습니다. 서울대학교에도 농과대학은 있지만 농사꾼 되기를 가르치지는 않아요.

 이런 판이니 시골을 글감으로 삼은 문학(어린이문학과 어른문학 모두)에서 농사꾼과 고기잡이와 광부들 이야기, 더구나 노동자 이야기는 거의 구경꾼이나 주변인물로만 나옵니다. 자기 스스로 농사꾼이 되어, 고기잡이가 되어, 노동자가 되어 써 보이는 문학이 없어요.

 그나마 `구경하는 문학'이라도 좀 있으면 좋으련만, 이런 구경꾼 문학도 참 드뭅니다. 그리고 웬만한 `구경꾼 문학'도 겉핥기나 겨우 할 뿐, 사람들 살아가는 터전에 깊숙이 몸담고 들어가 있지 않아요.


.. 한껏 지붕을 웅크린 채 언덕 위에 지어진 나지막한 슬레이트나 함석 지붕 집들은 그중에서도 가난한 집들이고, 길가에 내려앉아 단층 슬래브에 넓은 유리문이라도 달고 있는 집들은 양식장을 하든지, 작은 고깃배라도 한 척씩 가지고 사는 사람들의 집이다 .. 〈65쪽〉


 이런 현실에서 《웅이의 바다》는 어린이문학으로 나온 책치고 제법 깊숙하게 고기잡이로 살아가는 사람들 삶과 사회를 잘 보여준다고 할 만합니다. 좀 어설픈 글재주 부린 대목이나, 어린이책에 걸맞지 않는 어렵고 얄궂은 말은 걸러내야겠지만, 이런 몇 가지를 빼고, 또 `구경하는 문학'이라는 벽을 좀더 추스를 수 있다면(이 책으로 끝내지 말고, 섬마을 `웅이' 이야기를 더 이어서), 《몽실 언니》처럼 우리 삶을 어느 한쪽에서 찬찬히 짚고 살필 수 있는 좋은 문학으로 자리잡을 수 있겠다 싶어요.

 아무튼. 초등학교를 마치고 나서 중학교로 가기 어려운 형편인 섬마을 아이 `웅이'가 부대끼는 현실과 마음앓이를 담은 《웅이의 바다》입니다. 자그마한 섬에서, 게다가 그 섬에서도 외진 구석에서 할머니하고 둘이 살아가는 웅이. 도시에서 낚시하러 온 사람들이 놓거나 잃고 간 물건을 주으며 즐거워하는 아이인 웅이. 웅이한테 섬은 어떤 곳이고, 앞으로 살아갈 곳은 어디일까요? 섬? 뭍? 아니면 다른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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