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청하다 請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다

→ 동무한테 도움을 바라다

→ 동무한테 도와 달라 하다

 주인에게 물 한 그릇을 청하다

→ 주인한테 물 한 그릇을 바라다

→ 주인한테 물 한 그릇 달라 하다

 동네 사람들을 집에 청해서 음식을 대접하셨다

→ 동네 사람들을 집에 모셔서 음식을 대접하셨다

→ 동네 사람들을 집에 불러서 음식을 대접하셨다

 낮잠이라도 청하고 있는 모양

→ 낮잠이라도 자려고 하는 모양

→ 낮잠이라도 자려는 모양

 돈을 돌려주기를 청했는데

→ 돈을 돌려주기를 바랐는데

→ 돈을 돌려주라고 했는데


  ‘청(請)하다’는 “1.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하여 남에게 부탁하다 2. 사람을 따로 부르거나 잔치 따위에 초대하다 3. 잠이 들기를 바라다. 또는 잠이 들도록 노력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부탁하다’나 ‘부르다’나 ‘초대하다’나 ‘잠이 들기를 바라다’로 적으면 될 노릇입니다. 그런데 ‘부탁(付託)’은 “어떤 일을 해 달라고 청하거나 맡김”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국말사전은 ‘청하다 = 부탁하다’로 풀이하면서, ‘부탁하다 = 청하다’로 풀이합니다. 뒤죽박죽이지요. 그러나 “해 달라고 하다”나 “해 달라고 맡기다” 같은 한국말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초대(招待)’는 “1. 어떤 모임에 참가해 줄 것을 청함 2. 사람을 불러 대접함”을 뜻한다고 해요. 이 말풀이도 뒤죽박죽입니다. ‘청하다 = 초대하다’로 풀이하면서, ‘초대하다 = 청하다’로 풀이하니까요. 다만, 이때에도 ‘초대하다’이니 ‘청하다’이니 쓰지 않고 ‘부르다’라는 한국말을 알맞게 쓰면 되는 줄 헤아릴 수 있어요. 4348.11.9.달.ㅅㄴㄹ



이번에는 군청에 도움을 청했다

→ 이번에는 군청에 도움을 바랐다

→ 이번에는 군청에 도움을 빌었다

→ 이번에는 군청에 도와 달라고 여쭈었다

《크리스 도네르/김경온 옮김-말의 미소》(비룡소,1997) 11쪽


엄마에게 도움을 청하렴

→ 엄마에게 도움을 바라렴

→ 엄마한테 도움을 받으렴

→ 엄마한테 도와 달라고 하렴

《서갑숙-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중앙m&b,1999) 278쪽


잠을 청할 수 없었습니다

→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 잠이 들 수 없었습니다

→ 잠잘 수 없었습니다

→ 잘 수 없었습니다

→ 자지 못했습니다

→ 못 잤습니다

《구로야나기 데츠코/김경원 옮김-토토의 눈물》(작가정신,2002) 27쪽


잠을 청했으나

→ 잠을 자려고 했으나

→ 자려고 누웠으나

→ 자려고 했으나

《체 게바라/안중식 옮김-체의 마지막 일기》(지식여행,2005) 50쪽


도움을 청했다

→ 도움을 빌었다

→ 도와 달라고 했다

→ 손을 벌렸다

→ 손을 뻗었다

《이응노·박인경·도미야마/이원혜 옮김-이응노―서울·파리·도쿄》(삼성미술문화재단,1994) 9쪽


잠을 청하려고 해도

→ 잠을 자려고 해도

→ 잠이 들려고 해도

→ 자려고 해도

《안비루 야스코/송소영 옮김-누구나 할 수 있는 멋진 마법》(예림당,2012) 53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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