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연금술사 4
아라카와 히로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화책 즐겨읽기 572



몸에 깃든 넋을 돌아본다

― 강철의 연금술사 4

 아라카와 히로무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04.3.10. 4200원



  《강철의 연금술사》 넷째 권을 읽으며 몸과 넋이란 무엇인가 하고 새삼스레 되새깁니다. 이 몸은 어떤 몸일까요? 내 넋은 어떤 넋일까요? 너와 내가 ‘사람’이라고 할 적에는 겉으로 보는 몸을 놓고 ‘사람’이라 할까요, 아니면 몸에 깃든 넋을 바라보면서 ‘사람’이라 할까요?


  그러니까, 몸이라고 하는 옷을 입으면 사람이 될까요? 몸이라고 하는 옷이 없어도 넋이 있으면 사람이 될까요? 몸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 몸이 있으면 사람인 셈일까요? 몸이 없어도 넋이 있기에 사람이요, 몸이 있어도 넋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라고 해야 할까요?



“너희들은 귀중한 제물을 죽여 버릴 뻔했단 말야, 알아? 거기다 누구 맘대로 우리 비밀을 까발리려 들어?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어쩔 거야, 응?” (10쪽)


“그렇게 벌벌 떨 것 없어. 난 군의 지위가 탐나서 국가 자격을 딴 것도 아니고. 게다가 존댓말은 뭐하러 해? 이런 어린애한테.” (39쪽)



  만화책 《강철의 연금술사》는 두 어린 사내가 이야기를 이끕니다. 에드워드와 알폰소, 이 두 형제가 연금술로 저희 어머니를 살리려고 하다가 그만 에드워드는 팔과 다리를 하나씩 잃고, 알폰소는 몸뚱이를 통째로 잃었습니다. 그래서 에드워드는 팔과 다리를 ‘오토메일’이라는 기계로 붙였어요. 알폰소는 쇳덩어리로 된 커다란 인형에 넋을 씌웠지요.


  두 아이를 바라보면, 한 아이는 팔다리가 쇳덩이입니다. 팔다리가 하나씩 쇳덩이라 하더라도 이 아이를 바라보며 ‘사람이 아니다’ 하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팔다리가 모두 없어도 ‘사람이 아니다’ 하고 말하지 않아요. 머리통만 빼고 모두 기계라 하더라도 ‘사람이 아니다’ 하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동생 알폰소처럼 몸뚱이가 하나도 없이 커다란 쇳덩어리에 넋만 씌우면 어떠할까요? 이때에 우리는 무엇을 잣대로 ‘사람인가 아닌가’를 따질 수 있을까요.



“진짜 형제라면, 떠나겠다는 것도, 오늘처럼 다친 것도 다 말해 줬을 텐데.” “의논하지 않은 게 아니라 의논할 필요가 없었던 거겠지. 윈리라면 말하지 않아도 알아 줄 거라 생각한 게 틀림없어.” (80∼81쪽)


“자기 목숨을 버릴 각오로 가짜 동생을 만들 멍청이가 세상에 어딨어! 너희들은 세상에 단둘뿐인 형제란 말야.” (99쪽)



  몸에 깃든 넋을 곰곰이 돌아봅니다. 내 몸을 움직이는 넋이 있기에 내 삶은 오늘 이곳에서 내 나름대로, 또는 내 마음대로 지을 수 있습니다. 내 몸을 움직이는 넋이 없으면 나는 내 나름대로, 또는 내 마음대로 삶을 짓지 않습니다. 내 넋이 없으면 내 몸뚱이는 ‘내가 바라거나 내가 시키는 일’이 아니라 ‘남이 바라거나 남이 시키는 일’만 하기 마련이에요.


  그러니까, 사람이라면 스스로 생각해서 움직여야 비로소 사람입니다. 스스로 마음을 일으키고 생각을 할 수 있는 넋이 있어야 비로소 사람이라고 합니다. 제 마음이 없고, 제 생각이 없으면, 아무리 제 몸이 있더라도 사람다운 모습이라고 하지 않아요. 남이 시키거나 바라는 대로 휘둘리는 몸뚱이라면 이른바 종(노예)이나 톱니바퀴(기계·부속품)일 뿐이겠지요.



“만드는 법 배웠으니까 알이 원래 몸으로 돌아가면 만들어 줄게. 이런 걸 ‘엄마의 손맛’이라고 하나 봐.” (140쪽)


“대총통 지위에 오르는 것도, 휴즈의 원수를 갚는 것도 모두 나 개인의 의지다! 상층부를 파고 들어간다. 따라오겠나?” “뭘 새삼스럽게.” (158쪽)



  만화책에 나오는 두 아이가 ‘처음 몸을 되찾으려’고 하는 까닭은 오늘 이곳에서 팔다리나 몸뚱이가 없기 때문에 ‘사람이 아니다’고 여기기 때문은 아닙니다. 두 아이는 몸을 되찾으려고 하는 몸짓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몸에 깃든 넋으로 어떤 삶을 지을 때에 스스로 즐겁고 스스로 아름다우며 스스로 사랑스러운가 하는 실마리를 찾고 싶어서 긴긴 여행길에 나섭니다. 삶을 이루는 슬기를 배우려고 긴긴 여행길에 나선 셈이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오직 앞으로만 나아갑니다.


  생각을 지을 때에 사람이기에, 꿈을 꿀 때에 사람이기에, 사랑을 노래할 때에 사람이기에, 두 아이는 외롭거나 힘들거나 아프더라도 씩씩하게 일어서면서 늘 새로 한 걸음씩 내딛습니다. 어린이라고 해서 아무것도 모르지 않아요. 어린이라고 해서 아무것도 못 하지 않아요. 마음이 있기에 무엇이든 하고, 생각이 있기에 다시금 기운을 낼 수 있습니다. 4348.11.8.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