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넋·삶 87 이야기동무, 어깨동무



  이야기를 나눌 동무가 있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야기를 나눌 동무하고 생각을 도란도란 주고받습니다. 나는 스스로 깊고 넓게 생각을 키워서 너한테 들려주고, 너는 너대로 스스로 넓고 깊게 생각을 가꾸어서 나한테 들려줍니다. 우리는 언제나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을 살찌우니 서로 아름답게 새로운 꽃으로 피어납니다. 새봄과 같은 꽃내음을 나누는 봄동무예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무는 이내 어깨동무를 합니다. 생각을 주고받는 사이에 마음을 열고, 마음을 열어서 북돋우는 사이에 사랑이 자라요. 어깨동무를 하는 두 사람은 서로 아름다운 숨결로 사랑을 길어올립니다. 어깨동무는 곧 놀이동무로 거듭납니다. 함께 놀면서 깔깔 웃습니다. 놀다가 어느새 노래를 불러요. 기쁘게 노니까 기쁜 노래가 저절로 샘솟습니다.


  바야흐로 노래동무로 자랍니다. 노래동무는 놀이동무로서 어깨동무를 합니다. 노래동무는 노래와 놀이를 함께 누리면서 기쁘게 웃으니 웃음동무이기도 합니다. 왁자지껄 이야기꽃을 피우는 두 사람은 이야기동무이기도 해요. 더없이 사랑스럽습니다. ‘살을 섞는 몸짓’이 아니라 ‘마음을 곱게 아끼는 숨결’로 사랑동무가 됩니다. 동무는 끝없이 새로운 동무가 됩니다. 참말 ‘새동무’입니다.


  새동무는 새롭게 웃음과 놀이를 짓습니다. 새롭게 웃음과 놀이를 지으면서 삶을 배웁니다. 이윽고 두 사람은 삶동무로 나아갑니다. 씩씩하게 한길을 걷는 길동무입니다. 이 길을 씩씩하게 걸어가면서 배움동무입니다. 함께 배우고 가르칩니다. 서로 배우고 나눕니다. 밥 한 술을 나누고, 옷 한 벌을 나눕니다. 나눔동무이자 밥동무입니다. 살림을 함께 지으면서 가꾸기에 살림동무이기도 합니다.


  두 동무는 씩씩하게 일합니다. 어느새 어른으로 자랐어요. 어릴 적에는 놀이동무였고 배움동무였는데, 어른이 되면서 일동무가 되고 꿈동무가 됩니다. 이제는 서로서로 이루고픈 꿈이 있어요. 서로서로 도와서 저마다 이녁 꿈으로 가는 길에 씩씩한 길잡이 구실을 합니다.


  꿈을 슬기롭게 이루려고 힘쓰는 두 사람은 생각동무입니다. 꿈을 이루기까지 어떤 일을 하면서 삶을 가꾸어야 하는가를 놓고 슬기롭게 생각하니까 생각동무입니다. 생각동무는 생각을 말로도 나누고 마음으로도 나누어요. 그래서 말동무이면서 마음동무요 슬기동무입니다.


  어느덧 두 동무는 저마다 짝꿍을 만나 새롭게 보금자리를 가꿉니다. 저마다 제 집을 가꾸면서 집동무가 되고, 마을동무로 나아갑니다. 차츰 나이를 먹고, 천천히 철이 들며, 시나브로 생각과 마음과 사랑을 깊이 헤아릴 줄 아는 넋으로 튼튼하게 섭니다. 기나긴 나날에 걸쳐서 동무로 지낸 두 사람은 넋동무입니다. 숨동무이자 바람동무입니다. 이제는 너이니 나이니 하는 금이 없습니다. 너와 나는 한넋입니다. 한동무입니다. 두 동무는 저마다 낳은 아이들이 씩씩하게 자라요. 아이들한테 아름다운 씨앗을 물려주었습니다. 씨동무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은 한결 깊고, 철이 자라면서 꿈은 더욱 밝으며, 언제나 씩씩하면서 슬기는 아름답습니다. 빛동무이자 꽃동무로서 둘은, ‘너나들이’가 됩니다. 짙푸른 숲을 가꾸어 아이들한테 물려주기에 숲동무이기도 하고, 바다처럼 너른 가슴으로 살아가니 바다동무이기도 하며, 지구별에서 함께 숨을 쉬고 바람을 타는 동무라서 흙동무이자 별동무이기도 해요.


  해처럼 포근한 가슴인 두 사람은 해동무입니다. 달처럼 까만 밤에도 환하기에 달동무입니다. 무지개처럼 눈부신 빛살이니 무지개동무입니다. 온삶을 함께 걸어왔으니 온동무입니다. 너나들이는 너와 나라는 울타리나 금이 없기에 ‘우리’라는 말 한 마디로 빙그레 웃어요. ‘우리동무’이고 ‘우리님’입니다. 그리고, 고요히 숨을 거두면서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오릅니다. 마지막으로 서로 하늘동무가 되면서 ‘님동무’인 ‘하느님’으로 삶을 끝맺습니다. 4348.4.14.불.ㅎㄲㅅㄱ


(최종규/숲노래 . 2015 - 람타 공부/숲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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