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넋·삶 86 내 뜻대로 해



  어떤 일이든 ‘내 뜻’대로 해야 합니다. 내가 하려는 말은 언제나 ‘내 뜻’대로 해야 합니다. 남이 하는 말을 옮겨서, 마치 ‘다른 사람 말’을 ‘내 말’이라도 되는 양 하지 말 노릇입니다. 다른 사람 말은 다른 사람이 하도록 두고, 나는 내 말을 해서 내 뜻을 펴야 합니다.


  네가 내 밥을 먹어 주고 나서 내 똥을 누어 주지 않는 줄 안다면, 내가 할 말은 언제나 ‘내 뜻을 담은 내 말’입니다. 그리고, 이 얼거리를 슬기롭게 알아챈다면, 네가 나한테 사랑을 주어야 사랑이 되지 않는 줄 제대로 압니다. 네가 주어야 사랑이 되지 않아요. 내가 스스로 길어올려야 사랑이 됩니다. 남이 나한테 주는 사랑이 아니라, 내가 나한테 주는 사랑입니다. 내가 손수 길어올려서 내가 스스로 나한테 주는 사랑입니다.


  내 뜻대로 하지 않으니 사랑을 남이 나한테 주는 줄 잘못 압니다. 내 뜻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남들이 나한테 사랑을 주지 않는다고 떠들거나 악을 쓰거나 떼를 부릅니다. 내 사랑은 언제나 나한테 있는데, 내가 내 사랑을 안 보고 안 찾으며 안 누린다면, 어떻게 내가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요?


  술을 마시고 싶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면 술을 마시면 됩니다. 담배를 태우고 싶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면 담배를 태우면 됩니다. 살을 섞고 싶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면 살을 섞으면 됩니다. 놀거나 자고 싶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면 놀거나 자면 됩니다. ‘내 뜻’이 그러하다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다른 사람 눈치를 보아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하니까, 덩달아 나도 할 까닭이 없습니다. 다른 데서 보았더니 ‘좋아 보여’서 나까지 휩쓸려서 해야 할 까닭조차 없습니다. 내가 어떤 일을 한다면 바로 ‘내 뜻’이 있을 때입니다.


  술 한 가지를 든다면, 술을 왜 마셔야 하는지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버릇이 되어서 마시나요? 일이 힘들다고 여겨 마시나요? 슬프거나 기쁘다고 여겨 마시나요? 힘들면 힘듦을 풀 노릇이고, 슬프면 슬픔을 달랠 노릇이며, 기쁘면 기쁨을 나눌 노릇입니다. 이러한 일과 술은 하나도 안 이어집니다. 힘드니까 술을 마신다는 말은 늘 핑계입니다. 슬픔이나 기쁨 때문에 술을 찾는 몸짓도 늘 핑계예요. 그냥 술을 마시고 싶으니까 술을 마시면 됩니다. 다른 까닭을 붙일 일이 없어요.


  다른 핑계를 이모저모 붙이기 때문에, ‘내 뜻’이 아닙니다. 내 뜻을 제대로 읽어서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내 뜻’이 아닌 술은 ‘퍼넣기’로 치닫습니다. 내 뜻대로 술을 마시면 한 잔을 홀짝이든 열 병을 마시든 내 몸은 멀쩡합니다. 이런 몸으로는 무슨 일이든 즐겁고 슬기롭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 뜻’이 아니라, 힘들다는 핑계나 기쁨·슬픔이라는 핑계를 든다면, 또 회사에서 회식을 한다는 핑계를 댄다면, 내 몸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그저 휩쓸리는 물결이 되기에, 그만 나는 아무것도 못 하는 몸이 됩니다.


  눈앞에 잔치밥이 가득 있어서 이것저것 마구 먹는 사람은 배앓이를 합니다. ‘내 뜻’이 아닌 채 ‘퍼넣기’를 했기 때문입니다. ‘내 뜻’이 많이 먹고 싶다고 하면, 많이 먹으면 되고, 이러할 때에는 배앓이를 안 합니다. 스스로 내 뜻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움직인다면, 우리는 늘 ‘참다운 홀가분함’이 아닌 ‘껍데기 자유’를 외치는 몸짓이 됩니다. 참답게 홀가분하지 않은 몸과 마음일 때에는, 이리저리 휘둘리기만 할 뿐입니다. 입으로 아무리 ‘자유’를 외친다고 해서 자유가 되지 않습니다. 스스로 ‘내 뜻’이 무엇인지 똑똑히 보고 슬기롭게 읽어서 사랑스레 삶으로 녹일 때에 비로소 홀가분하게 섭니다.


  배움길(공부)도 익힘길(훈련)도 모두 ‘내 뜻’에 따라서 합니다. 억지스레 하는 배움길과 익힘길은 모두 곤두박질칩니다. 억지이기에 몸이나 마음 모두 따라가지 못해요. 억지로 버티지 말고, 내 뜻을 생각하면서 받아들여야 합니다. 끝까지 버틴다고 하면 그저 ‘버티기’가 될 뿐, ‘배움’이나 ‘익힘’이 안 됩니다. 배우려는 뜻이기에 배우고, 익히려는 뜻이라서 익힙니다. ‘내 뜻’을 아는 사람은 언제나 알맞게 움직이면서 살뜰히 살림을 짓습니다. 4348.3.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숲노래 . 2015 - 람타 공부/숲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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