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좀 생각합시다 14


 농땡이·땡땡이


  ‘농땡이’가 일본말이고, ‘땡땡이’까지 일본말인 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한국말로는 ‘노닥거리다’하고 ‘빼먹다’인 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요?


  일본말이기에 안 써야 하지 않습니다. 일본말이기에 샅샅이 털어내야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쯤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왜 구태여 일본말을 끌어들여서 내 마음이나 뜻이나 생각을 나타내려고 하는가를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왜 굳이 영어나 한자말을 빌어서 내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하는가를 살필 수 있어야지요.


  ‘농땡이’는 ‘油を賣る(あぶらをうる)’라는 일본말에서 왔어요. ‘땡땡이’는 ‘でんでん’이라는 일본말에서 왔고요.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보면 이런 말밑을 밝히지 못합니다. ‘농땡이’랑 ‘땡땡이’ 모두 마치 한국말이기라도 되는듯이 다루지요. 그리고, 어른문학이나 인문학을 하는 분도 이런 일본말을 그냥 쓰고, 어린이책을 쓰거나 어린이문학을 하는 분도 이런 일본말을 버젓이 씁니다.


  어떤 말을 가리거나 골라서 쓰느냐에 따라 내 넋이 달라집니다. 어떤 말을 살피거나 헤아려서 쓰느냐에 따라 내 마음이 바뀝니다. 생각이 없이 아무 말이나 쓸 적에는 내 넋이나 마음도 ‘생각이 없는 채 흐르’기 마련입니다. 말 한 마디에 깃드는 숨결을 찬찬히 살피거나 헤아릴 때에는 내 모든 몸짓에 ‘생각이 깊고 너르게 흐르’지요.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마을에서도 한국말다운 한국말을 안 가르쳐 주었다고 탓하지 말고, 바로 오늘부터 한국말을 모두 새롭게 배울 수 있기를 빕니다. 4348.10.25.해.ㅅㄴㄹ



저게 아직도 농땡이네

→ 저게 아직도 노네

→ 저게 아직도 노닥거리네

《금현진·손정혜·이우일-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사회평론,2012) 122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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