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르 같은 글쓰기
그림책 《파브르 이야기》(두레아이들,2015)를 읽다가 이제서야 새삼스레 한 가지를 느낀다. 파브르 님은 ‘노벨 문학상 후보’로 오른 적이 있다고 한다. 이런 말을 예전에도 틀림없이 듣기는 들었을 테지만, 예전에는 이런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제대로 몰랐구나 하고 느낀다.
오늘 저녁에 그림책 《파브르 이야기》를 놓고 느낌글을 쓰다가 무엇보다 이 대목을 잘 드러내어 글을 쓸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파브르 님은 곤충기나 식물기 같은 책을 내놓았는데, 이 책은 ‘논문’이나 ‘학술 논문’이나 ‘연구 보고서’가 아니었다. ‘이야기’였다. 말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글’로 쓴 셈이었다.
파브르 님이 노벨 문학상을 받았으면 어떠했을까? 앞으로 곤충학자나 식물학자 가운데 노벨상을 받거나 노벨상 후보에 오를 만한 사람이 나올 수 있을까?
노벨상을 타야 훌륭한가 안 훌륭한가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글을 쓰려고 한다면 ‘글’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학자나 전문가도 ‘딱딱하게 굳은 기계 같은 설명서’가 아니라 ‘글’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연구 논문’이나 ‘학술 논문’이라는 허울을 내세워서 ‘글을 안 쓰는 몸짓’을 떨쳐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어린이도 읽고, ‘학교 문턱을 못 밟은 어른’도 읽을 만한 글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서나 ‘글’을 써서 아름다움과 기쁨과 사랑을 서로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4348.10.17.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글쓰기/삶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