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여우 10
오치아이 사요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561



‘어떤 사랑’을 받고 싶은가요

― 은여우 10

 오치아이 사요리 글·그림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5.8.31. 5000원



  사랑을 받고 싶으면 사랑을 받으면 됩니다. 사랑을 주고 싶다면 사랑을 주면 됩니다. 다만, 하나를 알아야 합니다. 사랑을 주고받으려는 뜻이 있으면 사랑을 주고받으면 될 노릇이지만, 사랑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사랑을 받고 싶다고 해서 ‘받는 사랑’은 남이 나한테 선물을 했기에 받을 수 있는 사랑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속에서 길어올린 사랑입니다. 사랑을 주고 싶다고 해서 ‘주는 사랑’은 내가 너한테 선물로 건넬 수 있기에 주는 사랑이 아니라, 네 마음속에 잠자던 사랑을 북돋우거나 깨워서 일어난 사랑입니다.



“미안해. 괜히 신경 쓰게 해서. 아저씨한테도.” “괜찮아, 괜찮아. 이런 일도 있지!” (24쪽)


‘신사가 집이면 어떤 느낌일까. 나는 마코토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네.’ (42쪽)



  오치아이 사요리 님 만화책 《은여우》(대원씨아이,2015) 열째 권을 읽으면서 생각해 봅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좋아하는 마음이란 무엇일까요?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할 적에 이 마음은 거짓이 아니에요. 참입니다. 다만,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너를 사랑하는 내 마음’이 다른 사람들 마음보다 크지 않아요. 또 작지도 않지요. 네가 나한테서 사랑을 받으니까 네가 가장 즐겁거나 기쁘지 않습니다.


  내가 너를 사랑할 적에는 내 마음이 움직일 뿐입니다. 네 마음이 움직이지 않아요. 이 대목을 잘 헤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 할 적에는 서로가 서로를 스스로 아끼면서 삶을 곱게 짓는 슬기로운 마음이라는 뜻입니다. 함께 어깨동무를 하면서 하루를 짓는 사이요, 함께 이 길을 걸으면서 씩씩하게 웃고 노래하는 사이라는 뜻입니다.



“나야말로 우리 마코토와 늘 사이좋게 지내 줘서 고맙구나. 앞으로도 마코토 잘 좀 부탁한다.” (62쪽)


“너, 마코토 좋아해?” “안 좋아해.” (71∼72쪽)



  내가 나를 사랑할 줄 알 때에 비로소 내 몸짓이 바뀝니다. 내 몸짓이 바뀔 적에 나하고 마주하는 네가 이 몸짓을 문득 알아챕니다. 내 달라진 몸짓을 알아챈 너는 너 스스로도 네 몸짓을 새롭게 가꾸고 싶다는 마음이 될 수 있습니다. 이때에 너는 너대로 네 마음속에서 그동안 잠자던 사랑을 일으키지요. 나는 나대로 내 사랑이고 너는 너대로 네 사랑이기에 너와 나는 ‘한사랑’으로 만날 수 있어요.


  다시 말하자면, 주고받는 사랑이 아닙니다. 함께 있으면서 하나로 흐르는 사랑입니다. 함께 어우러지면서 하나로 어여쁜 사랑입니다.


  그러니까, 너를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건 말건 대수롭지 않아요. 사랑은 홀로 차지하지 못합니다. 아니, 사랑을 홀로 차지하겠다고 하는 마음이야말로 ‘사랑이 아닌’ 바보짓이지요. 사랑은 ‘소유’가 아닙니다.



‘다다음주. 엄마의 기일. 아빠는 나와 비슷한 나이에 엄마를 만났다고 했어. 엄마는 내 나이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115쪽)


“바보라 해도, 그게 나쁜 건 전혀 아니니까. 지금의 히와코는 정말 예쁜걸.” (162쪽)



  만화책 《은여우》에 나오는 풋풋한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는 삶일까요? 마음이 따뜻하게 피어나는 기운을 느끼는 아이들은 이 기운이 무엇이라고 알아챌 수 있을까요?


  내가 네 곁에 있으면서 너를 지켜보거나 보살필 수 있자면, 나는 먼저 나를 제대로 바라보면서 나를 지키거나 보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나 스스로 나를 지키거나 보살피지 못한다면, 나는 네 곁에 서지도 못해요.


  스스로 꿋꿋하면서 씩씩한 숨결이기에 내가 나를 사랑합니다. 스스로 싱그러우면서 맑은 넋이기에 내가 나를 보듬으면서 아낍니다. 사랑은 내가 나를 어루만지면서 나를 둘러싼 모든 숨결하고 넋을 어루만지는 바람하고 같습니다.



“긴타로도 알고 있었으면 진작 알려줬으면 좋았을 텐데.” “에츠코한테서 들었으니 이제 됐잖아. 그게 전부야.” “아빠랑 엄마 사이를 반대했다는 얘기는 해 줬으면서.” “윽.” “긴타로는 여기서 줄곧 많은 것들을 봐 왔구나.” “나무도 숲도 신사도, 옛날부터 있던 일 전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전해 주지 않아. 우리는 그저 잠자코 지켜볼 뿐이야. 다른 인간은 아무도 우리에게 뭔가를 들을 수도 없고, 알 수도 없어.” (205∼206쪽)



  사랑은 거머쥐지 않습니다. 사랑은 마음속에서 일으킵니다. 사랑은 불쑥 찾아오거나 문득 지나가지 않습니다. 사랑은 늘 마음속에서 나를 기다립니다. 눈을 뜬다면 사랑을 봅니다. 눈을 감는다면 사랑을 못 봅니다. 눈을 뜨고 마음을 열기에 사랑이 흐릅니다. 눈도 안 뜨고 마음도 안 연다면 사랑은 흐르지 않아요.


  ‘어떤 사랑’을 받고 싶은지 생각해 보셔요. ‘어떤 사랑’으로 내가 나를 아끼려 하는지 생각해 보셔요. 나를 둘러싼 사람들이 ‘어떤 사랑’을 느끼면서 저마다 스스로 기쁘며 아름다운 나날을 가꾸도록 손을 내밀고 싶은지 생각해 보셔요. 4348.10.12.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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