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없는 사진말

11. 이웃사랑, 이웃돕기



  사진찍기는 이웃돕기가 아닌 이웃사랑이다. 이 말을 곰곰이 돌아보고 생각해야 한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사진찍기’란, ‘이웃돕기’가 아니다. ‘사진찍기’란 바로 ‘이웃사랑’이다. 이웃을 사랑하려는 마음이 아니고, 이웃을 도우려는 마음이라면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이웃을 사랑할 적에 비로소 사진을 찍고, 이웃을 사랑하지 않고서 이웃을 사진으로 찍으려 한다면, 이때에는 ‘사진’이라는 이름조차 쓸 수 없다.


  한국 사회에서는 ‘불우 이웃 돕기’라는 말이 있다. 이 말마따나 한국 사회에서는 ‘이웃이 불우하면 돕는다’는 생각이 짙다. 학교와 사회에서 이러한 생각을 아이들한테 집어넣는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이웃을 왜 돕는가? 이웃을 돕는다고 한다면 이웃이 어려울 때에만 돕는가?


  어렵든 어렵지 않든 도와야 할 때에 도울 노릇이다. 이웃을 돕는다면 어려운 이웃뿐 아니라 안 어려운 이웃도 도울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이웃돕기’가 된다. 여기에서 더 생각한다면, ‘돕는다’고 할 적에는 내가 너보다 ‘위’에 있으니 돕지 않는다. 내가 너보다 힘이 세니까 돕지 않는다. 내가 너보다 아래에 있든 힘이 여리든 돈이 없든, 마음이 사랑일 때에 비로소 돕는다.


  이를 잘 알아야 한다. 우리는 ‘이웃돕기’를 할 수 없다. 이웃돕기를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모두 제 이름값을 드날리려고 시늉을 하거나 겉치레를 하는 꼴이다.


  우리는 ‘이웃사랑’만 할 수 있다. 우리는 그야말로 이웃을 사랑하기만 할 수 있다. 이웃을 돕지 않고 사랑하기만 한다고 해야 옳다. 가난한 이웃이든 가난하지 않은 이웃이든, 우리는 언제나 이웃을 사랑할 뿐이다.


  나한테 돈이 좀 있으니 ‘이웃돕기’를 하겠다는 바보스러운 생각을 버려야 한다. 돈을 쥐어 준다고 해서 이웃을 돕지 못한다. 이웃을 참다이 도우려면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이웃을 사랑하는 삶이 되고 숨결이 되며 몸짓이 될 때, 시나브로 이웃돕기도 함께 이룬다. 제발 이웃돕기 다큐사진을 찍지 말자. 오직 이웃사랑이 되는 사진을 찍고 읽자. 이웃은 바로 나이다. 내가 네 이웃이고, 네가 내 이웃이다. 4348.10.10.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비평/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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