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삯도 택배삯도 꾸준히
어제오늘 우체국에 들러서 소포를 부치는데 편지삯이 제법 나간다. 어제는 택배를 착불로 받는데 두 달 앞서하고 견주니 천 원이 올랐다. 석 달쯤 앞서부터 전남 고흥에는 ‘일반 택배’가 많이 끊어지면서 ‘우체국 택배’로 바뀐다. 도시에서는 이런 일이 드물리라고 본다. 이런 모습을 놓고 보자면 ‘시골 살기 참 고단하다’고 할 만하리라.
시골 물건값 흐름은 ‘틀리지’ 않다. 시골은 사람 숫자가 차츰 줄 뿐 아니라 부쩍 준다. 도시는 사람이 늘 많은데다가 물건 흐름도 언제나 많다. 시골은 도시하고 다르게 물건값이 비싸면서 ‘물건 가짓수조차 적’다. 도시에서는 한결 맛있는 커피를 더욱 값싸게 푸짐하게 마신다면, 시골에서는 맛있는 커피도 드문데다가 값도 비싸고 부피도 얼마 안 된다고 할 만하다.
한밤에 초 한 자루를 켜고 생각에 잠긴다. 시골에서 사는 뜻이라면, 물질문명이나 소비문화를 누리려는 뜻이 아니다. 물질문명이나 소비문화를 마음껏 누리려면 도시에서 살 테지. 두 시간에 한 번 오는 군내버스는 늘 제때에 안 오고 더디 오는데, 이런 버스를 즐겁게 기다리면서 살려고 시골에서 산다. 논둑길을 자전거로 천천히 달리다가도 자전거마저 세우고 더 천천히 걸으면서 봄내음과 가을내음을 맡으려고 시골에서 산다.
물질문명은 없지만 한가위가 지나고부터 미리내가 잘 보인다. 구름 없는 날이면 밤마다 미리내를 본다. 소비문화는 없지만 우리 집 무화과나무는 아이들한테 달콤한 열매를 기꺼이 베풀었고, 까마중과 호박도 우리 밥상을 넉넉히 북돋아 준다. 바람에 한들거리는 하얀 가을꽃을 가만히 떠올린다. 우체국에 가느라 자전거를 달리면서 바라본 노란 들녘을 가슴에 새롭게 담아 본다. 4348.10.8.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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