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손으로 책읽기
늦은 낮밥을 먹으면서 책을 읽는다. 집안일을 하고 마을 빨래터를 치우고 이래저래 바삐 몰아친 뒤 혼자서 늦게 밥을 먹는다. 작은아이는 먼저 잠이 들었고, 기침을 자꾸 하는 큰아이는 자리에 누우라 이른다. 밥을 먹으며 한손에 만화책을 쥔다. 밥을 거의 다 먹고 책도 거의 다 읽을 무렵, 큰아이가 부시시 일어나서 아버지를 바라본다. “아버지, 아버지는 밥 먹을 적에 책 보지 말라고 하면서 아버지는 왜 책을 봐?” 빙그레 웃으면서 “벼리야, 자, 네 손을 좀 줘 봐.” 하고 말한다. “벼리는 손이 아직 작지?” “응.” “벼리도 앞으로 몸이 자라고 손도 크면 한손으로 책을 쥘 수 있어. 아직 벼리는 손이 작아서 한손으로 이렇게 할 수 없어.” “벼리도 손이 크면 먹으면서 책 볼 수 있어?” “벼리도 몸하고 손이 크면 한손으로 다 할 수 있어.”
여덟 살 큰아이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이 아이가 갓난쟁이일 무렵 아버지는 아기를 한손으로 살살 달래면서 재우는 동안 다른 한손으로 책을 읽었다. 이 아이가 갓난쟁이일 적에 이 아이를 한손으로 안고 골목을 서너 시간이나 너덧 시간 거닐면서 다른 한손으로 사진을 찍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이 아이를 한손으로 안고 다른 한손으로 우산을 쥐는데, 우산을 쥔 어깨에 짐가방을 멨지.
한손으로 아기를 안고 다른 한손으로 책을 쥐면서, 발가락으로 기저귀를 잡아당기고는 다른 발로는 자리를 잘 펴고는, 아기를 눕혀서 기저귀를 갈았다. 밤똥을 눈 아기를 한손으로 안아서 밑을 씻고 기저귀를 빠는데, 이동안 아기가 깨지 않도록 자장노래도 불렀다.
그러니까, 아이야, 네가 몸이 자라고 손도 발도 머리도 모두 무럭무럭 크면 네 힘으로 모든 것을 다 즐겁게 할 수 있단다. 언제나 튼튼하게 자라도록 마음속에 파란 바람이 흐르는 별을 그리렴. 4348.10.8.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