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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동경대 가다! 20 (신장판) - KBS 드라마 '공부의 신' 원작
미타 노리후사 지음, 김완 옮김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562
서울대에 들어가도 꿈이 없으면 바보짓
― 꼴찌, 동경대 가다! 20
미타 노리후사 글·그림
김완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2010.1.4. 4500원
꼴찌는 꼴찌입니다. 꼴찌이면서 서울대에 갈 수 있고, 꼴찌이면서 고등학교마저 그만둘 수 있습니다. 어느 길이든 다 갈 수 있습니다. 으뜸은 으뜸입니다. 으뜸이면서 서울대에 갈 수 있고, 으뜸이면서 고등학교를 그만둘 수 있습니다. 어느 길이든 마음대로 갈 수 있습니다.
서울대에 가거나 안 가거나 대수롭지 않습니다. 스스로 가려는 길이기에 갑니다. 스스로 가려는 길이 아니지만 졸업장이나 이름값을 얻으려고 서울대에 간다면 참으로 덧없으면서 괴롭습니다.
졸업장으로 무엇을 할까요? 이름값으로 무엇을 하나요? 졸업장은 삶을 밝히지 않습니다. 이름값은 사랑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시험 사이사이 쉬는 시간에 지난 과목 답을 맞춰 보는 짓을 절대 하지 말도록. 실수한 걸 알아봤자 동요만 할 뿐, 해결할 방법도 없다. 시간 낭비야. 끝난 과목은 머리에서 지워 버리고 남은 일들만 생각해. 시험에 임하는 자세는 언제나 ‘앞으로’다!” (41쪽)
“강자는 자신을 믿고 뻔뻔해질 수 있지만, 평범한 사람이 그러려면, 각오를 다지는 수밖에 없어.” (70쪽)
미타 노리후사 님 만화책 《꼴찌, 동경대 가다》(랜덤하우스코리아,2010) 스무째 권을 읽으면, 이 만화책 두 주인공이 드디어 동경대 시험을 치르는 모습이 나옵니다. 두 아이는 동경대 시험을 치르려고 한 해 내내 죽어라 시험공부를 했습니다. 두 아이는 다른 대학교는 거들떠보지 않고 오로지 동경대만 바라보았습니다.
만화책에 나오는 두 아이는 ‘졸업장’ 때문에 동경대를 바라보지 않습니다. 한 아이는 등록금이 쌀 뿐 아니라 새로운 삶을 스스로 짓는 꿈으로 나아가려는 첫걸음으로 동경대를 바라봅니다. 다른 아이는 집안 식구들 눈초리를 받지 않는 홀가분한 삶을 생각할 뿐 아니라 스스로 옭아매던 울타리를 뛰어넘으려는 첫걸음으로 동경대를 바라봅니다.
두 아이한테는 ‘굳이 동경대가 아니어’도 됩니다. 그러나 ‘애써 동경대를 고른’ 까닭은 ‘사회에서 첫손으로 꼽는 대학교’라고 하는 ‘울타리’를 ‘스스로’ 뛰어넘거나 허물고 싶기 때문입니다. ‘자기 한계’라고 하는 울타리를 스스로 없애면서 ‘내 꿈’을 이제부터 키우고 싶기 때문입니다.
“결코 새로운 문제는 나오지 않아. 평소 풀던 연습문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것뿐이다. 공부건, 스포츠건 연습대로만 하면 대체로 성공하게 돼 있어. 세상 웬만한 일들은 평소대로만 하면 잘 되는 법이야.” (92쪽)
“자는 것도 먹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공부에 몰두한다. 끈질기게, 무아지경이 돼서 죽을 만큼 공부한다!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거야.” (147쪽)
한국에서 서울대에 들어가도 꿈이 없으면 바보짓일 뿐입니다. 일본에서 동경대에 들어가도 꿈이 없으면 똑같이 바보짓이에요. 이리하여, 한국이나 일본 모두 서울대나 동경대를 나오고 나서 바보짓을 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손꼽히는 대학교를 마쳤으나 슬기롭지 못한 몸짓과 말짓으로 바보짓을 일삼는 사람이 제법 많습니다.
사람들은 왜 바보짓을 할까요? 생각을 키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왜 생각을 키우지 않았을까요? 아직 꿈이 없기 때문입니다. 왜 꿈이 없을까요? 시험공부만 바라보느라 정작 꿈을 돌아볼 겨를이 없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교사에 대한 신뢰를 잃는 순간은 언제일까? 그건, 이제까지 들었던 이야기가 거짓말이란 걸 알았을 때야.” (178쪽)
“사람은 일에서건 무엇에서건 끝마무리를 딱 지어 두려 하지만, 이건 에너지를 비효율적으로 쓰는 셈이지. 조금만 남겨두고 다음날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이건 스트레스를 쌓지 않고 매사를 원활히 진행하는 비결이야.” (202쪽)
만화책 《꼴찌, 동경대 가다》를 읽으면 시험공부를 어떻게 맞이하고 수험생으로서 어떤 마음이 될 때에 씩씩할 수 있는가 같은 대목을 잘 엿볼 수 있습니다. 대학입시를 앞둔 수험생이라면 이 만화책을 찬찬히 읽을 만하리라 느낍니다.
다만, ‘입시 비결’을 바라면서 이 만화책을 읽는다면 부질없겠지요. ‘입시 비결’이 아닌 ‘내 꿈 찾기’를 생각하면서 이러한 만화책을 읽어야지요. 참고서나 교과서나 자습서나 문제집을 왜 들여다보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시험점수를 잘 맞으려고 들여다보는지, 아니면 내 꿈으로 가는 길에 ‘시험이라는 울타리’를 넘으려는 마음으로 시험공부를 하는지, 똑똑히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험만 잘 치르는 기계가 아니라, 시험이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삶을 사랑으로 가꾸는 슬기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아름다운 숨결로 거듭납니다. 대학입시는 ‘끝’이 아니라 ‘첫단추’일 뿐입니다. 4348.10.7.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