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49] 밭흙·논흙·숲흙


  밭이나 논은 흙으로 이루어집니다. 흙이 있어야 밭이나 논을 가꿉니다. 숲도 흙으로 이루어집니다. 숲에 흙이 없으면 나무나 풀은 자랄 수 없습니다. 흙이 없을 적에는 아무것도 못 삽니다. 사람이 지구라는 별에서 살 수 있는 까닭도 흙이 있기 때문입니다. 흙에서 밥을 얻고, 흙에서 집을 짓는 바탕을 얻으며, 흙에서 잘 자란 나무를 베어서 살림살이를 가꾸고 불을 지펴요. 흙이 있기에 풀과 함께 풀벌레가 있어요. 흙이 있으니 새도 풀밭이나 숲에 보금자리를 틀어요. 흙을 살피고 읽으며 헤아릴 줄 알아야 삶을 짓고 가꾸며 보살필 만합니다. 한국말사전을 들추니 ‘논흙’하고 ‘개흙’이라는 낱말은 올림말로 나옵니다. 그렇지만 ‘밭흙’이라는 낱말은 없어요. 오늘날은 누구나 도시에서 사느라 밭을 살피지 않기 때문일까요. ‘숲흙’이라는 낱말도 한국말사전에는 없어요. 가만히 생각하면 논흙이나 밭흙이나 숲흙은 모두 달라요. 개흙도 다르지요. 사람 손길을 타지 않는 숲에서 저절로 가랑잎이 쌓이고 벌레와 짐승이 죽고 나면서 태어나는 흙은 까무잡잡하면서 폭신합니다. 비료와 농약과 비닐을 머금은 흙은 누렇거나 허여면서 딱딱합니다. 거름을 잘 머금은 흙도 빛깔이 다르고, 풀이 잘 자란 곳도 흙빛이 사뭇 달라요. 사람이 흙에 두 발을 딛고 사는 줄 깨달으면서 흙하고 얽힌 말을 슬기롭게 바라본다면 삶을 곱게 다스리는 길에 눈을 뜰 수 있지 싶습니다. 4348.10.7.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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