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 알이알이 명작그림책 39
쇠렌 린 지음, 한나 바르톨린 그림, 하빈영 옮김 / 현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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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닐 수 없는 ‘온사랑’

― 아무것도 아닌 것

 쇠렌 린 글

 한나 바르톨린 그림

 하빈영 옮김

 현북스 펴냄, 2015.8.10. 12000원



  아이가 길에서 넘어집니다. 무릎이나 팔꿈치가 긁혔으면 “아무것도 아니야. 괜찮아.” 하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 네가 스스로 말해 주어야지. 네 몸한테. 아무것도 아니니 괜찮다고.” 어버이인 나도 아이들 못지않게 어디에 부딪힌다거나 넘어지거나 까지거나 긁힙니다. 아이들이 나를 보고 외칩니다. “아버지! 저기 피 나요!” 나는 흘낏 어딘가를 쳐다봅니다. 어딘가 긁히거나 다친 듯합니다. 그렇지만 이내 고개를 돌리고 아이한테 말합니다.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 곧 다 나아.”



아무것도 아닌 것은 많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먼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찾아봐야 해. (3쪽)



  덴마크에서 날아온 그림책을 읽습니다. 쇠렌 린 님하고 한나 바르톨린 님이 함께 빚은 《아무것도 아닌 것》(현북스,2015)입니다. 덴마크 어린이는 이런 그림책을 만나는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가만히 살핍니다. 우리 집 아이들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무엇인가 하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아무것도 아니야” 같은 말을 참 흔하게 쓰는데, 무엇을 놓고 “아무것도 아니야” 하고 말할 만한지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은 어떤 것들 틈에 숨어 있단다. 그러니 네가 어떤 것들을 찾아서 버리면 아무것도 아닌 것만 남지. 너는 거기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을 본단다 (7쪽)



  놀다가 넘어져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놀다가 안 넘어져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놀다가 새똥에 맞아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놀다가 새똥에 안 맞아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놀다가 심심해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놀면서 안 심심해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주머니가 텅 비어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주머니가 가득해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줌이 마려워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줌이 안 마려워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갈 길이 멀어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갈 길을 다 가서 이제 닿을 무렵이 되어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이 모두를 거꾸로 짚어서 “아무것도 아니야”가 아니라 “힘들어”라든지 “아파”라든지 “괴로워”라든지 “짜증나”라고 하면, 바로 이 말대로 이루어지면서 “모든 것”이 되어요.


  즐거움도 내가 끌어당기고 괴로움도 내가 끌어당깁니다. 기쁨도 내가 북돋우고 슬픔도 내가 북돋웁니다. 노래도 내가 부르지요. 웃음도 내가 짓지요.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바로 나요, 낯을 찡그리는 사람도 언제나 나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쉽게 쳐다볼 수도 있어. 밤하늘에 뜬 별들이 여기저기 있을 거야. 그 별들 사이에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 있단다. (14∼15쪽)


아무것도 아닌 것은 어쩌면 가장 부서지기 쉬운 것을 수도 있어. (19쪽)



  그림책 《아무것도 아닌 것》은 동글동글한 그림결을 차분히 곁들이면서 이야기를 잇습니다. 우리는 늘 언제 어디에서나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아무것도 아니기에 쉽게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아무것도 아닌 것은 쉽게 부서질 만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지요. “넘어져서 까진 무릎이 아프다”고 하는 생각도 아무것도 아닌 만큼, 언제나 쉽게 이러한 생각을 내려놓거나 떠나보낼 수 있습니다. “그 일 때문에 너무 슬퍼” 같은 생각도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터라, 언제나 쉽게 이러한 생각을 흘려보내거나 잊을 수 있어요.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것은 언제나 “모든 것”이 되어 내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어요. 자잘한 일에 얽매여 아무것도 못할 수 있어요. 작은 실타래에 꽁꽁 묶인 채 아무것도 못 볼 수 있어요. 무엇보다도 아주 조그마한 사랑을 느끼면서 온마음에 기쁨이 넘칠 수 있습니다.




그것들이 다 사라진다 해도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단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다 사라졌다고 누구도 말할 수 없기 때문이지. (27쪽)



  아이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 없습니다. 아이를 낳은 어버이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일 수 없습니다. 너도 나도 아무것도 아닌 목숨일 수 없습니다. 작은 벌레 한 마리도 아무것도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나무 한 그루와 풀 한 포기도 아무것도 아니라 할 만하지 않아요.


  사람은 급수나 계급이나 신분이나 학력이나 재산으로 가를 수 없습니다. 더 높거나 많다고 함부로 말할 수 없습니다. 사람이라면 그예 사람입니다.


  삶도 이와 같아서, 이 삶이 낫거나 저 삶이 덜떨어진다고 할 수 없어요. 모든 삶은 저마다 아름다운 숨결이 깃들고, 모든 사람은 저마다 사랑스러운 넋으로 하루를 지으며, 모든 날은 저마다 기쁜 노래로 이루어집니다.


  ‘아무’라는 말이 재미있습니다. 우리는 쉽게 ‘아무’가 될 수 있으면서 ‘누구나’가 되고 ‘모두’가 될 뿐 아니라, 시나브로 ‘하나’로 돌아와서 ‘바로 나’라고 하는 자리에서 씩씩하게 섭니다. 이리하여 나는 아이들한테 “네 모두를 사랑한단다” 하고 말합니다. 여기에 덧붙여 바로 나한테 스스로 “나는 나를 언제나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하고 속삭입니다. 4348.10.6.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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