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 핑크 (사진책도서관 2015.9.22.)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책순이인 큰아이는 새로운 만화책을 읽고 싶다. 그렇지만 큰아이한테 보여줄 만한 마땅한 만화책은 좀처럼 눈에 뜨이지 않는다. 이때에 큰아이한테 줄 수 있는 가장 멋진 만화책이라면 우리가 손수 그려서 빚는 만화책이다. 다른 분들이 빚은 아름다운 만화책을 기다리기 앞서 우리가 천천히 새롭게 이야기를 짜서 그릴 수 있다. 굳이 다른 만화책을 바라야 하겠는가. 큰아이가 곧잘 스스로 만화책을 지어내듯이, 큰아이하고 함께 만화책을 그리자고 얘기할 만하다. 이리하여 큰아이하고 어떤 만화를 그리면 재미있고 즐거울까 하고 생각을 기울이기로 한다.


  우리 도서관에 있는 만화책을 휘 둘러본다. 이 만화도 저 만화도 꼭 걸리는 곳이 있다. 《피아노의 숲》을 보여주고 싶으나 아직 안 된다. 이 만화책에는 앞자락 권수에서 ‘창녀 어머니’라는 대목이 너무 자주 나오고, 아이들이 아주 거친 말을 주고받으면서 주먹으로 치고받는 이야기도 너무 자주 나온다. 만화 독자를 헤아려서 이런 ‘요소’를 넣었을 테지만, 아무래도 좀 지나치다. 《노다메 칸타빌레》 같은 만화책도 ‘피아노 연주’보다는 엉뚱한 ‘연애질(?)’에 지나치게 기울어진다. 한국 만화는 너무 어두컴컴하거나 또 너무 연애질에 기울어지거나 하면서 따분하다. 《젤리 장수 다로》는 이럭저럭 괜찮지만, 또 죽이고 죽는 대목이 너무 쉽게 튀어나온다.


  이런저런 대목을 따지면 《우주소년 아톰》도 늘 싸우고 죽이고 괴롭히고 치고받는다. 그런데, 《우주소년 아톰》하고 다른 만화는 참으로 ‘다르다’고 느낀다. 서로 무엇이 다를까? 서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하는 만화일까? ‘재미’와 ‘장치’와 ‘요소’를 뛰어넘어서, ‘이야기’를 빚어서 들려주려고 하는 얼거리를 더 헤아리면서, 재미도 장치도 요소도 굳이 끌어들이지 않고 이야기를 빛내는 만화를 그릴 수 없는가. 그리고 거의 모든 어린이 만화와 청소년 만화가 ‘학교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거의 모든 만화가 ‘학교 다니는 아이들 언저리’에서 이야기가 흐른다. 학교라는 ‘요소’와 ‘소재’에서 홀가분하기가 그렇게 어려울까?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과 어린이가 독자라 하더라도 ‘학교 아닌 곳’에서 펼치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로알드 달 어린이문학은 굳이 ‘학교’에서 이야기를 펼치지 않는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만화로 빚을 만한 한국 작가는 있을까?


  이래저래 한숨만 나와서 《요정 핑크》를 보라고 큰아이한테 건넨다. 하루에 한 권씩. 거의 이모 나이만 한 만화책인 《요정 핑크》이다. 아버지가 어릴 적부터 몹시 아끼면서 보던 만화책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어릴 적에 《요정 핑크》 같은 만화책을 모으면서 ‘나중에 내가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으면 물려주고 싶은 만화책’을 생각해 보기도 했다. 아쉽게도 그만 한 작품은 몹시 드물지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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