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골 아이들



  요즘 시골 아이들 가운데 고무신을 꿰는 아이는 거의 아무도 없다. 그러나 시골에서 논일 밭일 들일을 하는 할매와 할배는 아직 고무신을 신는다. 때로는 맨발로 일한다. 흙밭을 돌아다니며 일할 적에는 고무신만 한 신이 없으니 다른 신을 발에 꿸 일이 없다. 그래서 밭일이나 논일을 하다가 경운기를 타고 면소재지나 읍내를 나가는 할매나 할배는 언제나 고무신 차림이다.


  깊은 두멧자락 할매나 할배도 읍내에 버스 타고 나갈 적에는 구두로 바꿔 신기 마련이다. 읍내마실을 하는 할매와 할배 가운데 그냥 고무신을 꿰는 분은 이제 매우 드물다. 나처럼 고무신을 늘 신는 사람도 없고 아이한테 고무신을 사 주는 어버이도 없다. 이런 시골 모습이다 보니, 시골 아이도 하나같이 읍내에서 ‘서울하고 똑같이 이름난 상표 붙은 값비싼 신’을 발에 꿴다.


  두 아이가 면소재지 놀이터를 노래하기에 주말이 아니면 굳이 면소재지 놀이터에 안 가지만, 어제 모처럼 월요일인데 가 보았다. 초등학교 아이 몇이 놀이터에 있다. 아무도 없기를 바랐지만 다른 아이들이 있는데, 이 아이들이 하는 말이 참 재미나다. 무엇이 재미난가 하면, “요즘 같은 시대에 고무신을 신냐?” 하고 우리 큰아이한테 큰소리로 묻는다. 큰아이는 아뭇소리를 못 한다. 면소재지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어른들이 으레 하는 말을 따라했을 뿐일 테지만,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면소재지 아이들 때문에 제대로 놀지 못한다. 이래서는 안 될 노릇이기에 큰소리로 두 아이를 부른다. 면소재지 아이들은 ‘어른’을 보면 꼼짝없이 아무 말을 못 하니까.


  시골에서 살며 늘 흙을 밟고, 거의 맨발로 놀기를 좋아하는 우리 집 아이들은 고무신을 무척 즐긴다. 고무신은 빨아서 말리기에도 좋고, 빨래터나 골짜기나 바닷가에서 신을 꿰고 찰방거리며 놀기에도 좋다. 값비싼 운동신이나 가죽신으로는 이렇게 물놀이를 못 하거나 안 하겠지.


  시골에서 사니까 고무신을 신지. 시골에서 살며 시골살이를 노래하니까 고무신을 발에 꿰지. 하기는. 요즈음 사람들 가운데 누가 시골에서 살겠다면서 시골로 오는가. ‘요즘 같은 시대’에 시골은 관광지일 뿐이겠지. 시골에서 사람이 사는 줄, 시골 읍내나 면소재지 아이와 어른조차도 모르겠지. 4348.9.22.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람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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