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앞
어릴 적부터 누군가를 만날 적에 으레 “책방 앞”에서 보자고 했다. 참말 “책방 앞”에서만 기다리기도 하지만, “책방 안”으로 들어가서 책을 보며 기다리기도 했고, 책방에서 책을 장만하기도 했다. 시계조차 없이 돌아다니면서 동무를 만나던 때에는 책방 시계를 보기도 했지만, 굳이 시간을 따지지 않았다. 늦든 이르든 대수로울 일이 없고, ‘동무하고 함께 있는 겨를’이 즐거울 뿐이었다. 늦게 오더라도 서로 마음으로 함께 있으니 걱정할 일이 없기도 하고, “책방 앞”에서 그달에 새로 나온 잡지 겉모습을 구경한다든지, “책방 안”으로 들어가서 ‘가벼운 주머니로 장만하지 못하는’ 책을 몇 쪽씩 읽는다든지 하면서 재미있었다.
언제 어디에서든 “책방 앞”에 서면, 또 “책방 앞”을 보면, 어린 마음으로 돌아간다. 앞으로 내 나이가 몇 살이 되든 “책방 앞”에 서거나 “책방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린다면, 나는 늘 풋풋한 마음이 되어 삶을 노래할 만하리라 느낀다. 4348.9.15.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헌책방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