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400) 고로(故-)


 고향을 떠나게 되는 고로

→ 고향을 떠나게 되어서

→ 고향을 떠나기 때문에

 부엌에서 덜컹거리는 고로

→ 부엌에서 덜컹거리기에

→ 부엌에서 덜컹거리니

 그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 그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여기 있다

→ 그는 생각한다. 그러니 여기 있다


  ‘고로(故-)’를 찾아보면 “1. 문어체에서, ‘까닭에’의 뜻을 나타내는 말 2. = 그러므로”처럼 풀이합니다. 글에서만 쓰는 ‘故로’라고 하니, 입으로는 쓰지 않는 낱말이라는 뜻이고, 입으로는 안 쓰는 낱말이란 한국말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예부터 ‘글말’은 한문을 빌어서 쓰던 글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고로’는 “고로 존재한다” 같은 꼴로 자꾸 쓰입니다. 한국말로 ‘그러므로’나 ‘그래서’나 ‘그러니’나 ‘이리하여’를 써야 올바르지만, 이 대목을 놓치거나 못 살피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4348.9.13.해.ㅅㄴㄹ



고로, 우리는 어떠한 인간이라도 무시하거나 천시하거나 멸시해서는 안 된다

→ 그러니까, 우리는 어떠한 사람이라도 깔보거나 낮보거나 업신여겨서는 안 된다

→ 그러므로, 우리는 어떠한 사람이라도 깔보거나 낮보거나 업신여겨서는 안 된다

→ 그래서, 우리는 어떠한 사람이라도 깔보거나 낮보거나 업신여겨서는 안 된다

 이리하여, 우리는 어떠한 사람이라도 깔보거나 낮보거나 업신여겨서는 안 된다

《채규철-사명을 다하기까지는 죽지 않는다》(한터,1990) 88쪽


그런 고로

→ 그러하기에 

→ 그래서

→ 그리하여

→ 그런 까닭에

→ 그러하기 때문에

《김정환-고유명사들의 공동체》(삼인,2004) 181쪽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데카르트는 말했다

→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여기 있다.”고 데카르트는 말했다

→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여기 산다.”고 데카르트는 말했다

《막스 피카르트/배수아 옮김-인간과 말》(봄날의책,2013) 34쪽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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