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소풍 갈까? 호호할머니의 기발한 이야기 1
사토 와키코 지음, 고광미 옮김 / 한림출판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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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60



마당에 천막 치고 소풍놀이

― 어디로 소풍 갈까?

 사토 와키코 글·그림

 고광대 옮김

 한림출판사 펴냄, 2000.6.20. 8000원



  아이들은 어디로든 함께 다니면 다 반갑습니다. 방에서 부엌으로 가든, 마루에서 마당으로 가든, 마당에서 마을 어귀로 가든, 온 식구가 함께 움직이면 즐거워 합니다.


  아이들은 버스나 기차를 타고 좋아하고, 비행기나 배를 탈 수 있어도 좋아하며, 아버지 목을 타고 앉아도 좋아합니다. 어머니 등허리를 타고 앉아도 좋아하며, 할아버지 등에 업혀도 좋아해요.


  그러고 보면, 아이들은 ‘관광지’를 따지지 않습니다. 어디이든 함께 가면 즐겁고, 어디에서든 함께 놀면 신납니다.



호호할머니가 멀리 창 밖을 내다보며 말했어요. “이젠 봄이로구나. 날씨도 좋으니 산으로 소풍이나 갈까.” (3쪽)



  사토 와키코 님 그림책 《어디로 소풍 갈까?》(한림출판사,2000)를 읽습니다. 겨울이 끝나고 새로운 봄이 찾아온 어느 날, 호호할머니는 숲동무한테 깊은 멧봉우리를 올라 보자고 말합니다. 이리하여 ‘어린 짐승’인 여러 숲동무는 저마다 집에서 온갖 짐을 챙겨 옵니다. 그런데 다들 짐을 잔뜩 챙겨 왔어요. 그 많은 짐을 짊어지고 멧길을 오를 수는 없을 듯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짐을 모두 버리고 가벼운 몸으로 갈까요. 아니면 ‘어린 숲동무’가 저마다 ‘갖고 놀려는 마음’으로 가져온 짐을 가져갈 만한 가까운 마실터를 찾을 수 있을까요.



모두들 이것저것 가져오다 보니, 마당에는 물건들이 산처럼 높이 쌓였어요. “아니 어쩌려고 이렇게 많이 가져왔니? 산은 아주 먼데, 이것들을 어떻게 다 가져가려고 그래.” (7∼9쪽)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마실을 다닐 적에는 똑같은 길도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 사뭇 다릅니다. 천천히 달릴 수 있고 빙 에둘러 갈 수 있습니다. 가다가 멈추어서 하늘이나 들이나 멧자락을 한참 바라볼 수 있습니다. 자전거에서 내려 논둑길을 거닐면서 구름바라기를 할 수 있어요. 도시락을 챙겨서 알맞춤한 나무그늘에서 다리쉼을 하면서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다리를 다쳐서 걷지 못한 지 열흘이 되는 요즈음, 아이들은 멀리 마실을 못 다닙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제 어버이 곁에서 놉니다. 이때에 나는 ‘하루 내내 집에 함께 있는’ 이 아이들한테 이 집이 그냥 집이 아니라는 대목을 일깨울 수 있습니다. 베개놀이나 이불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함께 자리에 드러누워서 ‘자, 이제 우리 함께 우주여행을 해 볼까?’ 하고 말할 수 있어요. 눈을 감고 고요하게 ‘마음으로 떠나는 우주여행’을 즐기지요. 수많은 별을 옆으로 지나가고, 이 지구에서는 볼 수 없던 어마어마한 별무리를 만나요.



“나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단다. 우리 멀리 가지 말고 여기서 산을 만들자꾸나.” “네에? 어떻게요?” (11쪽)




  그림책 《어디로 소풍 갈까?》는 어디로 소풍을 갈까요? 호호할머니는 숲동무한테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커튼을 가져오라고 시킵니다. 이윽고 커튼이 잔뜩 모였고, 호호할머니는 솜씨를 한껏 보여주면서 커튼을 하나로 뀁니다. 이러고 나서 호호할머니네 지붕에 펼치지요. ‘커튼으로 둘러친 집 산’이 생깁니다.


  이제 호호할머니와 숲동무는 지붕으로 올라갑니다. 지붕에서 도시락을 먹습니다. 지붕에서 마당까지 커튼을 타고 내려오는 미끄럼놀이를 합니다. 햇볕이 따스한 봄날 다 함께 신나게 놀아요. 이러고 나서 해가 지니 마당에 천막을 쳐서 함께 잠자리에 듭니다. 집이 바로 코앞이지만 집에서 안 자고 마당에 친 천막에서 자요.



“자, 여기가 산꼭대기란다! 산꼭대기에 닿았으니, 도시락을 먹자꾸나.” “야! 신난다. 산꼭대기에서 도시락을 먹다니.” “경치가 좋은 곳에 오니 왠지 배가 고파요.” (20쪽)



  겨울이 지나고 봄을 맞이하면 마당이나 평상에 천막을 칩니다. 마당이나 평상에 치는 천막은 아이들한테 새로운 집이면서 놀이터입니다. 아직 아이들은 천막에서 밤잠을 이루지 않으나 한여름에 곁님은 평상에 친 천막에서 혼자 자요. 별과 바람을 느낄 수 있는 ‘마당(평상)에 친 천막’은 아주 새로우면서 재미난 잠자리입니다. 아무튼, 아이들은 천막에서 잠을 안 자더라도, 해가 움직여서 땡볕을 내리쬐는 때까지 천막에서 나올 줄 모릅니다.


  커다란 상자가 있을 적에도 새삼스럽지요. 아이들은 커다란 상자에 들어가서 놀기를 좋아합니다. 똑같은 우리 집 마루에서 놀더라도 커다란 상자에 온갖 장난감이랑 소꿉을 집어넣고는 마치 그 상자 속이 새로운 보금자리라도 되는듯이 여기면서 놀아요.


  때로는 이불을 작대기로 받쳐서 ‘이불 집’을 세웁니다. 이불 집도 아이들한테는 새로운 놀이터가 되고 쉼터가 되어 줍니다. 어느 때에는 흰종이에 글씨를 적어요. 이곳은 어디이고 저곳은 어디라고 적습니다. 이렇게 하면서 마음으로 새 놀이를 누립니다.


  그림책 《어디로 소풍 갈까?》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할 만할까요? 아무래도 ‘소풍 갈’ 만한 곳은 따로 없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늘 소풍을 누리는 삶이라는 이야기를, 우리는 누구나 날마다 새로운 놀이를 누리고 소풍도 잔치도 누린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지 싶습니다. 멀리 가야 하지 않고, 이름난 곳에 가야 하지 않습니다. 자가용이 있어야 하지 않고, 꼭 버스나 기차를 타야 하지 않습니다. 씩씩한 두 다리와 튼튼한 마음과 기쁜 웃음과 밝은 노래가 있다면, 참말 날마다 아기자기한 마실놀이를 즐깁니다. 4348.9.10.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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