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사진가 한영수 님 사진책
사진가 한영수 님 따님인 한선정 님이 이녁 아버지가 찍은 사진을 차근차근 추슬러서 사진책을 선보이신다. 올해까지 두 권 나왔고, 앞으로도 꾸준히 펴내신다고 한다. 셋째 권은 어떤 이야기가 될까? 넷째 권이나 다섯째 권은 또 어떤 이야기가 될까? 지구별에서 멀디먼 여러 나라를 찍은 사진이 책으로 나와도 재미있으나, 바로 이곳에서 늘 마주하는 이웃을 담은 사진이 책으로 나올 수 있으면 한결 재미있다. 꼭 멀리 나가야만 사진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애써 멀리 찾아가야만 사진이 태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모던 타임즈》(2014)는 사진가 한영수 님 스스로 이녁 사진에서 큰 자리로 아로새기려고 했던 이야기라고 한다면, 《꿈결 같은 세상》(2015)은 한영수 님 따님이 이녁 아버지 사진을 갈무리하면서 손수 챙기고 나누어서 빚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두 가지 ‘다르면서 같고’ ‘같으면서 다른’ 사진책을 읽고 나서 느낌글을 쓰려고 여러 달을 가만히 마음속으로 삭힌다. 2014년에 나온 사진책은 가볍게 느낌글을 하나 썼고, 2015년에 나온 사진책을 이제 곧 새롭게 바라보는 느낌글을 쓰려 한다.
책상맡에 여러 달 얹은 뒤 틈틈이 다시 읽고 들여다보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1950∼60년대를 가로지르는 어린이 모습이라 할 사진인데, 이 사진에 나온 어린이는 이제 늘그막에 접어든 할매와 할배가 되었을 테지만, 나도 1980년대에 이 사진에 나오듯이 놀았고, 우리 집 곁님도 1990년대에 이 사진에 나오듯이 놀았다. 1980∼90년대로 접어들어 이 모습이 가뭇없이 사라진 고장이나 마을도 있을 테지만, 그무렵에도 이 사진에 나온 모습이 고스란히 흐르던 고장이나 마을이 있다. 더군다나 재미있는 대목을 하나 더 말한다면, 우리 식구가 오늘 살림을 꾸리는 전남 고흥 시골집은 1980년대 끝무렵에 처음으로 전기가 들어왔다. 오랫동안 비었던 집을 장만해서 들어온 뒤 전기를 새로 끌어들이며 한전 사무소에 갔더니 ‘전기 사용 이력’에 그리 나오더라. 그러니까, 사진은 어디에 있겠는가? 언제나 바로 오늘 이곳에 있다. 다른 어디에서 찾아보려고 하면 사진은 없다. 4348.9.8.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